구두의 내부 / 박성민
- 동행 -
절름발이 여자가
벙어리 사내에게
눈빛으로 손가락으로 말들을 꿰매고 있다
아파트 모서리에 놓인 초원 구두 수선점
사내는 구두를 받자
닳은 뒷굽을 떼어낸다
초원 끝에서 들려오는 말갈족의 말굽소리
사내는 구름 속에 들어가 지평선을 깁고 있다
벙어리의 저린 가슴을
헤집고 나온 말의 뿌리
한 번도 사랑한단 말, 못 해주고 살아온
사내의 착한 눈망울은 디딜 곳 없는 허공이다
못처럼 박혀드는 널
남겨두곤 죽을 수 없다
마른 입술 축이는 사내의 눈이 들어가는
구두의 닳아진 내부는 저녁처럼 어두워진다
한 평 반의 수선점은
낡고도 비좁은데
어둠이 막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하늘에
사내는 성긴 별들을 총총히 박아 놓는다
시집 <쌍봉 낙타의 꿈>, 고요아침. 수록 작품.
<박성민시인>
전남 목포 출생.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21세기시조>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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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의 내부 /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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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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