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착지
김주명
잠자리 내려앉았다
건기, 먼지조차 바싹하게 쌓인 책장을
닿지 않을 그곳, 공유의 경계
사뿐히 내려앉은 듯
언제였던가?
이제야 너를 만나다니
저장 메모리가 꽉 찬 듯 너의 고고한 눈빛 더듬다
붉은 꼬리가 말린 방향대로 책들을 살핀다
더는 읽을 게 없다고?
삶이 다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철지난 바람길 위의 잠자리
삼백오십다섯 번의 여진과
그대로 풍장이 된 고요
초혼가 펼치는 마음으로
손 내민다
-<형상시학> 6집 중에서
김주명시인
2010년 평사리문학대상
2012년 인도네시아 룩복섬으로 이주
<형상시학>, 인도네시아 한인문인협회 회원
시집< 인도네시아>, <바타비아 선>
산문집<룩봄 이야기>
첫댓글 저도 보니 새롭습니다..지난 해, 제가 사는 롬복섬은 지진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습니다..그렇다고 롬복에 아니 살수도 없겠지요
주명시인님 ~이제야 너를 만나다니~ 이 구절이 제게 착지하네요.
좋은시 다시 읽으니 더 좋습니다 ^^
지진 속에서도 잠에 빠져들 듯
풍덩 빠졌나 봅니다, 그 곳
펼쳐질 초혼가 귀 기울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