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서 삶을 짓다>
저자 윤현희
---책소개
음식이란 사업을 통하여 인생을 배운 이야기!
저자는 이어령 선생 밑에서 국문학을 배웠다. 그래서 대기업체의 홍보실에서도 오랫 동안 근무하였고, 당시 여성에게는 변변한 직장조차 없던 시절에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아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야말로 ‘운명’처럼 ‘음식’이라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문학적 상상력과 만남 음식, 그 사업은 어땠을까? 상당 기간 동안 저자는 전통음식 분야에서 신데렐라와도 같이 승승장구하였다. 육포, 떡, 한과, 이바지 음식 등, 저자의 음식 사업은 손을 대는 족족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하였고, 급기야는 이곳저곳 매스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사업은 명동, 압구정동, 분당 등, 최고의 요지에 자리 잡은 백화점에까지 진출하게 된다. 매년 추석 때나 설과 같은 명절에는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해내기 위하여 그야말로 손이 백 개라도 모자랄 지경에까지도 이르렀지만, 사업이 잘되는 것과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이 책은 그렇게 20년을 영위해 오던 ‘음식 사업이야기’이다. 사업체를 꾸려가면서 겪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마치 자그마한 지구를 옮겨놓은 것만 같다. 도전과 좌절, 성공과 실패, 믿음과 배신, 선의와 악의......
저자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인생으로 비유하여 4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풀어낸다. 이 책은 사라진 3막1장, 사라진 3막2장, 사라진 3막3장, 사라진 3막4장,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거기에 이어령 선생께서 사랑하는 제자를 위하여 추천사를 보태주셨다. 추천사만 읽어보아도 선생이 이 제자를 얼마나 사랑하였는지, 스승과 제자 간의 끈끈한 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을 간접체험 하여보고 싶은 여성들이나 과거를 회상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 책이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다음의 짧은 문장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삶은 우리에게 갖가지 시련을 주지만 그 시련을 의미 있게 하는 것도 삶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프롤로그: 인생에서 3막이란
사라진 3막 1장
1. 미약한, 너무나도 미약한 시작
2. 육포로 3막의 첫 장을 열다
3. 엇갈린 존재이유
4. 완성된 첫 육포를 만나고
5. ‘영업’ 시험대에 오르다
6. 궁중한과에 입문하다
7. 양갱이 과편을 만나다
8. 벼랑 끝에 서다
9. 개성약과 - 그래도 해는 또다시
10, 맛있고, 작고, 고급스럽게
11. 교감을 나누며 가까워지는 음식들
12. 음식의 시작, 장보기
13. 궁중한과의 트리오, 삼색란
14. 아이엠에프의 나락에서 건져 올린 조란
15. 음식의 최종 목표는 맛
16.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찾아온 기회
17. 호사다마
18. 막무가내의 전쟁 같은 상황
사라진 3막 2장
1. 혼례음식으로 입성
2. 시동 걸린 폐백 이바지
4. 콩 튀듯 팥 튀듯 시즌 태풍
5. 이천만 원에 팔린 영혼
6. 잘못된 만남
7. 창조적 상상력의 빛을 음식에
8. 오색 쌀강정 · 인삼정과 · 도라지정과
9. 경계해야 할 대상 1호는?
10. 아니 땐 굴뚝에서 대형 화재가?
11. 양갱의 변신은 무죄
12. 밀레니엄과 함께 온 손님
13. 발렌타인 데이와 꽃양갱
14. 시집가는 날: 1,000명분 식사와 혼례
15. 총칼 안 든 6. 25
16. 비둘기처럼 선하게, 뱀처럼 지혜롭게
17. 새로운 떡 세상에서 송편을 만나다
18. 땀 흘린 만큼 돌려주는 것
19. 육포쌈 만들기
20. 활화산과 휴화산이 만나면?
21. 시기와 질투의 <여인천하> - 드라마의 서막
22. 결행의 날
23. 자연은 자연이고, 송편은 송편이다
24. 자연과 함께 온 목화송편
25. 어느 일본인과 문학적 상상력
사라진 3막3장
1. 또 하나의 물줄기 앞에서 ― 양수리 가는 길
2. 새 집에 미래를 들어앉히고
3. 육포쌈 오리기
4. 루비콘 강을 건너
5. 떡케이크
6. 카네이션이 송편으로 피어나기까지
7.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8. 산딸...(하략)[예스24 제공]
---책속으로
나는 남편과의 헤어짐을 23년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쉼표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 그는 어떻게든 처자식을 자신의 존재이유로 삼으려 했고, 나는 더 이상 그의 존재이유로 남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편의 그런 오해를 만류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오해일지언정 이제부터 혼자 살아야 할 그에게 버티는 힘이 돼준다면, 내가 더 이상 곁에 머물지 않기로 한 이상 마지막 희망의 싹까지 잘라버릴 순 없었다. 이혼 말을 꺼내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잠시 헤어져 있자는 말로 회유했다. “일 년만, 일 년만이라도 그동안 쓰지 못한 글 마음껏 써 봐.”
--- 「엇갈린 존재이유」 중에서
어느 날 한 부인이 찾아왔다. 딸의 혼사가 있어서 왔다는데 인사를 나누고 보니 어느 기업체,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공영기업의 사장 부인이었다. (.......) 예식 끝나고 구내식당에서 하는 점심식사를 우리가 맡아달라고 했다. 점심식사를?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몇 명분이나……?” 부인은 차 한 모금을 삼키며 대수롭잖은 듯 말했다. “양가 합쳐서 천 명이요.” 맙소사, 천명 분을!
--- 「시집가는 날」 중에서
“일본어를 가르치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하시게 됐습니까?” 어쩔 수 없이 내 이력을 간단하게나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원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어쩌다보니 대학원을 일문과로 가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일본어를 가르치게 되었고, 또 어쩌다보니 음식 일을 하게 되었노라고 했다. 그 말끝에 일본의 국민가수라는 미조라 히바리의 노래 중 ‘인생의 강물이 흐르는 대로 흐르다보니 나 여기까지 왔노라’라는 구절이 떠올라 “나가레니 마카세테(강물이 흐르는 대로)” 하자, 에구치 씨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루호도를 연발했다.
--- 「어느 일본인과 문학적 상상력」 중에서
다음날 은행에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집문서’라는 것과 인감도장을 확실하게 챙겨왔다. 상담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 시절의 은행이란 금고에 잠들어있는 돈을 빌려주지 못해 안달할 때였으니 아파트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 「새 집에 미래를 들어앉히고」 중에서
참말이지 원도 한도 없을 만큼 온갖 모양의 송편을 빚고, 산자에 수를 놓고, 떡 케이크를 쪘다. 그리고 우리 팀은 대통령상을 따냈다. ……그뿐이었다. 나는 그 상을 받았다 해서 감격에 겨울만큼 기쁘지도 않았고, 상장이나 대회사진을 공개적으로 내걸 만큼 자랑스럽지도 않았다. 그저 팸플릿 한쪽에 조그맣게 상장 사진을 올렸을 뿐이다. 내 이력에 그 상이 추가되었다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서울은 지방과 달라서 누구도 그 상에 눈 하나 꿈쩍 하지 않았다.
--- 「이산도 역시」 중에서
그렇다. 나는 백화점 매장과 우리 브랜드의 직영점까지, 원하던 만큼의 판매처를 갖게 되었다. 직원도 든든한 떡기사를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우수한 인원들이 포진해있다. 그러는 나는 또 어떤가. 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고수들의 솜씨를 익히고, ‘떡한과 지도자’ 자격증도 손에 넣었다. 착실히 실력을 연마하며 그에 걸맞은 실적도 쌓은 것이다. 그러니 탄환은 목표물을 열 번이라도 쓰러트릴 만큼 충분히 장전된 셈이다.
--- 「인간에겐 두 가지 비극이」 중에서
내 물음에 세무서 직원은 파산신고 절차와 그 후의 사태에 대해 알려주었다. 친절하고 세세하기가 보험안내를 하는 설계사 같았다. 그는 마치 보험에 들면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듯, 파산신고를 하면 내 남은 생애가 더 이상 적자 구덩이에서 헤맬 일은 없을 거라는 투였다. --- 「파산은 어떻게 생긴 물건인가요?」 중에서
첫댓글
유청영15(자문위원) 20.09.30 12:26
윤연자동창님"음식에서 삶을 짓다" 책 출간을 축하 합니다.
모교가 재동에서 현 방이동으로 이전하는 당시에도 (90년 9월) 작품 떡으로
오랫만에 모교를 찾은 동창들을 대접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 발전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