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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라.”
“……?!”
미움. 증오. 고통. 슬픔.
세상의 어둠에 속한 감정의 모두가 섞여 이 검은 공간을 이뤄 울고 있다….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마차 안에 있었는데……?
“오랜만이야.”
“……? 너는 그 때의…?”
아. 또 다시 서 있다. 금발을 가진, 천족과 악마족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는 아이. 나는 그 아이를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 뭔가 심하게 말이 안 되는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이제 곧 이야. 너희를… 찢어발길 수 있어… 이제 곧…….”
“무슨 말이야… 너는 대체 누구야……!! 왜 그렇게 날 미워하는 거지…? 그리고 너희라니, 나 말고 또 누굴 말하는 거야…!!”
“몰라서 묻는 건가…? 뻔뻔하군. 하지만 이제 이 엉겁의 한을 풀 수 있어…. 큭큭, 기다려라. 저주스런 자들아……. 아아… 물론 쉽게 죽이진 않아…. 우선 너희에게 소중한 것을 차례차례 빼앗아 나의 고통을 알려준 뒤 천천히 죽여주도록 하지… 킥킥.”
도저히 아이의 목소리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광기에 가득 찬 어둠의 목소리. 나는 나보다도 어린 외관을 갖고 있는 그 아이가 두려워져 얼른 룬-크리스를 무기 형태로 바꾸며 외쳤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관계없는 자는 건들지 마!!”
“글쎄… 재밌을 것 같은데…? 4천년이나 기다렸는데… 이 정도의 즐거움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4천년……?”
이 아이 4천살이나 됐단 거야…? 그럼 라곤과 비슷한 나이……? 대체 정체가 뭐야, 이 아이는…!!
“우선… 너희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몰살했지…. 그 다음은… 너와 같은 마차에… 타고 있는 자들…… 킥킥!”
“뭐?! 그럼 우리 마을을 습격한 게 너란 말이야?! 용서 못해!!”
나는 부모님과 레아, 그리고 모두의 모습이 머릿속에 겹쳐져 화가나 그 아이에게 룬-크리스의 힘을 검기의 형태로 바꾸어 쏘았다. 그런데 그 때 그 아이의 주변엔 흰 막이 생기더니 가볍게 내 공격을 막아내었고 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 힘은 대체…?”
“킥킥, 너는 나의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대로 모두의 죽음을 보는 게 좋아……. 킥킥!”
“그만둬!! 안 돼!!”
***
“로실리아씨, 정신 차려요!”
“싫어… 싫어, 안 돼, 안 된다고!! 아악!!”
나는 나를 부르는 아리스의 다급한 외침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어느새 내 얼굴을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아직 마차네… 아, 그렇지, 아까 잠이 들었구나. 그럼 여태까지 다 꿈……? 하지만 너무 생생해, 그 아이의 끔찍한 목소리가 너무나도 생생하다고……!!
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세뉴렌과 아리스, 그리고 카인을 번갈아 바라봤다.
「“우선… 너희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몰살했지…. 그 다음은… 너와 같은 마차에… 타고 있는 자들…… 킥킥!”」
아직까진 무사해…. 하지만 세뉴렌, 아리스는 앞으로도 나와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다지만 카인은 오늘 뿐인데… 젠장,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 아이 대체 정체가 뭐냐고…!!
“좋지 않은 꿈이라도 꾼 겁니까…?”
“…….”
나는 아리스가 걱정스레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그 아이에 대한 생각만 났기 때문에… 두려움으로 도저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아이, 전에 키메라를 봤을 때도 내 꿈에 나왔었지……. 그렇다는 건… 그 아이, 설마 키메라란 건가……? 하지만 내가 키메라를 만들어냈을 리가 없잖아……!! 그것도 인간과 천족을 이용하여! 뭔가 오해가 있는 거야….
“프란로드 백작님, 잠시 이 앞의 공터에서 쉬어가겠습니다.”
“…… 예.”
그런데 잠시 후 세뉴렌의 옆에 있던 마부석으로 통하는 작은 문이 열리더니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세뉴렌은 나를 바라본 상태로 대충 대답했다.
아, 마차가 멈추면 잠시 내려 머리를 좀 식혀야겠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워. 그리고… 무서워…….
「“로실리아님은… 밝은 빛을 가지고 있어요. 많이 들어 보셨죠?”
“…… 그게 어쨌단 거죠?”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깊은 법. 당신이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당신의 빛 때문에 주위엔 짙게 그림자가 끼게 되죠. 당신도 슬슬 느끼고 계실 텐데요…….”」
‘아, 왜 이럴 때 아이린의 말이 떠오르는 거야…!! 젠장, 그 여자…!!’
그리고 나는 마차가 멈춰 서자마자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마차 밖으로 달려 나갔다. 밖은 밤이라 그런지 꽤나 춥고 이 밤을 은은하게 비추는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려 쌓이고 있었다. 나는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땅에 소복이 쌓인 차가운 눈을 조금 집어 내 뺨에 문질렀다.
“젠장……!!”
전혀 진정되질 않는다…. 나 때문에… 단지 나와 관계가 있단 이유로 엄마, 아빠, 레아, 그리고 모두가… 그 아이, 키메라에게 죽었어……. 나, 어떻게 해야 해…? 너무나도 미안한데… 이 죄책감을, 이 슬픔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거야……?
“…… 흑….”
「페릴. 너는 장차 나의 뒤를 이어 총사령관이 될 자다. 누구에게도 쉽게 눈물을 보여선 안 돼, 쉽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절대 안 된단 것이다.」
옛날 페릴 때 나의 아버지인 이베스 로안나는 항상 내게 당부했다. 그것은 아버지가 내게 바라는 삶의 방식이자 당신 자신의 삶의 모습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악마족에게 강간당한 천족에게서 태어난 ‘금기의 아이’였으니까 그렇게 독하게 마음먹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 나는 아버지의 말을 절대 복종했다. 나 역시 아버지와 같은 피를 이어받아 같은 ‘금기의 아이’였기에 아버지의 마음을, 그리고 그 아픔을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우리 ‘금기의 아이’는 눈과 머리카락이 모두 선명한 선혈 빛인데다 천족도, 악마족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였기에 인간들 역시 우리를 두려워했었다. 많은 인간들이 나와 아버지를 따랐으나 그들 역시 결과적으론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었고, 누구 하나 일 때문이 아닌 사적으론 다가오려 하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누구에게도 나의 눈물을, 그리고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였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것, 그 고통을 나 혼자 모두 이겨내는 것…….
“흑… 흑….”
사실 나는 페릴이 아닌 로아 때에도 눈물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 참 많이 울었다. 그런데 그 땐 페릴의 기억이 없었기에 아무런 스스럼없이 울음을 터뜨렸었던 것 같다. 오히려 페릴 때에 갖고 있었던 강박감이 내가 쉽게 누군가에 기대 울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강박감에 누가 볼세라 조심스레 눈물을 흘렸다. 크게 울고 싶은데, 누군가에 기대 크게 울고 싶은데…….
[저벅저벅-]
“……?”
나는 누군가가 눈길을 걸어오는 소리에 조심스레 뒤를 돌아봤다. 깊은 밤과 왠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저 짙은 밤하늘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눈과 같이 흰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
그리고 조용히 나의 앞으로 걸어온 그 남자, 카인은 저 하늘에 얼어붙은 듯한 달처럼 차갑고도 은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괜찮습니까.”
“…….”
나를… 걱정해 준 거구나…!
나는 그 순간 너무 감격했으나 다시금 울적해져 아무런 대답 없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카인은 굳어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입을 다시 열었다.
“아직 새벽입니다. 이렇게 나와 있으면 감기 걸립니다.”
“…… 차라리 걸렸으면. 도저히… 모두에게 미안해서… 나 혼자 잘 사는 건…….”
나는 모두의 얼굴이 떠올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오늘따라 눈물이 더 뜨겁게 느껴진다. 크게, 엉엉 울고 싶은데 가슴이 막힌 듯 크게 울 수가 없어 답답하다. 그러자 카인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말했다.
“…… 제게 당신을 위로할 자격이 있을까요.”
“……!”
그리고 말을 마친 카인은 잠시 무언가를 고민 하듯 눈을 감았는데 곧 그는 내가 뭐라 할 세도 없이 가만히 손을 뻗어 나를 아주 가만히 안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나는 갑작스런 상황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 역시 나를 보며 조용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혼자 인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저에게라도 기대어 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표정의 변화 없는 카인의 말에 나는 가슴 한 편이 뭉클해짐과 동시에 눈에 따뜻한 물이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생각해 줘서… 이렇게 추운데도 일부로 따라와 준 거구나……. 여전히 초점 없는 그의 보랏빛 눈동자에 한 순간이지만 빛이 보였다.
“…… 으흐흑! 흐흑!!”
그리고 처음으로 남자에게 안겨본 나는 내심 그가 크게 느껴졌으나 조심스레 나 역시 그를 살짝 안으며 가슴에 뭉쳐 굳은 듯한 이 응어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인은 그런 나를 말없이 토닥여 주었고 나는 점점 더 크게 울었다. 엄마, 아빠, 레아, 그리고 모두의 모습이 머릿속에 겹쳐진다. 모두 너무 보고 싶어… 나의 입장이 입장인지라 아무리 찾아가고 싶어도 시간이 좀 흐른 뒤 찾아가자고 생각하며 참았었는데…….
그리고 그렇게 달려들어 우는 나를 카인은 아무 말 없이 토닥거려주었다. 나는 울었다. 계속해서 울었다. 페릴 때에 풀지 못한 눈물을 계속해서 쏟아 내었다. 그러자 카인은 쓸쓸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 그동안 많이 참으셨군요. 이제 괜찮습니다….”
“흐윽, 흑, 고마워요… 흑흑, 나, 이렇게, 울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흑,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모든 걸, 다 털어 놓고, 울고 싶었어요…… 흑흑, 고마워요, 고마워요….”
“…….”
나는 카인의 말에 흐느끼며 말했고 그런 그는 나를 말없이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눈이 내린다…. 하지만 나는 눈이 아무리 내 어깨에 쌓여도 그 차가움이 느껴지질 않았다. 계속 우니 몸이 뜨거워져서일까… 아니면 카인의 품이 따뜻해서……?
그렇게 눈은 소리 없이 나와 카인에게 내려 쌓여만 갔고 나는 카인의 품에 안겨 원 없이 모든 응어리를 뱉어내었다. 이 밤이 계속되었다면. 계속 이렇게 그에게 안겨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소원을 기도하며 계속 한없이 울었다.
어느날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면
어떤 심정일까요 ㅠ
그것도 자기 때문에 ..
그런 심정을 생각해가면서 썼습니다만-_- ;;
아무래도 그렇게 체감적이지 못하군요 =ㅁ=
엄청 슬프겠죠 ㅠ_ㅠ;;
아무튼 드디어 나르실리온에도 러브씬들이 쪼금쪼금씩
므흣므흣 피어나오는 걸까요!(91화나 됐는데 나온건 한두개밖에 없는 듯한...?!)
<<혼자 신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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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화부터 보지 않았기에 그저 응원글을 남기러 왔습니다. [완결까지 고고싱!!] 화이또!
와우 ~ 님 짱이에요> <
러브씬이 좀 자주 놔왔으면 ㅠ_ㅠ... 그나저나 카인,, ㅠㅠㅠ 진짜 세뉴렌보다 쟤가 더 끌려 ㅠㅠㅠㅠ!!! 꺄아아 > _<!!
등장 비중이 조정되어서...?!< (작가의 농간?) 나도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 _<
잘 읽었습니다. 어둠과 빛의 노래 … 이 상황에 은근히 어울리는 듯 하네요. 그나저나 카인 … 언제부터 제 이상형이 된 거죠 … [중얼] 로실리아가 부럽네요.
헉 .. 모두 작가의 농간에< ?! // 지금 다시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보니 말도 안되는 문장이나 오타들이 보이는군요 =ㅁ= ....[이 글에선 수정 안했지만 원고에선 급수정....]
으음. 제 소설은 러브씬이 곧 흡혈씬....-ㄱ-;
뭔가..뭔가 멋집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