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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장 : 어둠에서 태어난 자
『붉은 장미꽃의 낙화.
파멸로 물든 눈동자.
소년은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멸의 눈물을 흘린다.
탄식의 외침.
―신이 되겠어.』
“도착했습니다.”
“아.”
나는 나를 깨우는 세뉴렌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따사롭다. 어느새 그 길고 깊었던 밤이 지나고 밝은 아침이 온 모양이다. 브루누를 벗어났나보구나. 공기가 아직까지도 한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많이 따뜻해…….
나와 세뉴렌, 아리스는 마차가 완전히 멈추자 얼른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는 꽤나 오랫동안 마차에 있어 답답한 마음에 기지개를 쫙 펴며 주위를 둘러 봤다.
3층의 큰 규모의 저택… 윈더프 공작가는 뭔가 숲 안의 별장 같단 느낌이 강했었는데, 이곳은 그냥 도시의 일부분 같이 보인다. 뭔가 조각상도 많고 인공적이랄까? 카멜라 공작은 뭔가 예술 작품에, 특히 조각상 같은 데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전문 수집가인가…….
그리고 우리의 뒤의 마차에서 여왕이 내려오자 마중 나와 있던 카멜라 공작부부는 정중하게 여왕에게 목례했다.
“폐하, 발걸음 하여 주셔서 영광이옵니다.”
저 사람이 전에 내가 아저씨와 착각했었던 카멜라 공작…. 이로써 아스트반을 대표하는 4대 공작 중 세 명을 본 거군.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윈더프 공작, 호탕해 보이지만 역시 카리스마 가득한 폰 드리엘 공작. 그런데 카멜라 공작은 꽤나 젊어 보였다. 넉넉잡아도 30대 초반 정도? 젊지만 왠지 기품 있어 보인다. 카리스마 가득한 윈더프 공작과 폰 드리엘 공작과는 달리 부드러운 이미지다.
“마중 나와 주어 고맙소. 하아… 마차에 오래 탔더니 몸이 뻐근하구려. 식사 후 카멜라 공작의 온천을 쓰고 싶소.”
“예, 모두 준비해 두었으니 마음껏 쉬십시오.”
온천? 하긴 카멜라 공작의 영토인 이곳 퓨엘 지방은 아스트반에서도 가장 서늘한 편이니 온천이 있나 보다. 아아, 그러고 보니 브루누의 가장 유명한 명물 중 하나인 온천을 해보지도 못했네.
나와 세뉴렌은 여왕과 함께 식당으로 안내 되었다. 아리스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자리의 분위기 상 어쩔 수 없었다. 뭐, 나도 원래대로라면 이 사람들과 따로 식사를 해야 하지만 명예기사라 참석해야 한단 것이다.
명예기사란 쉽게 말하면 ‘임시기사’이지만 임시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임시기사는 말 그대로 경험을 쌓거나 하기 위해 잠깐 동안 기사 직분을 맡는 것으로 대체적으로 높은 귀족의 자제가 아닌 이상 하급 기사단에 편성된다. 하지만 명예기사는 왕 만이 내릴 수 있는 명예로운 기사 직으로 명예기사가 된 기간 동안엔 백작과 후작의 중간 정도의 권력을 갖는다. 그렇기에 지금 식사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페릴 때엔 전쟁에만 치중하여 이런 기품 있는 식사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이런 자리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뭐 다행히 예전 세뉴렌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경험과 아마테라스에서 악마왕과 식사했던 경험 덕분에 방법 정도는 알고 있지만.
식사를 하는 여왕의 표정은 피곤함으로 가득했다. 하기야 마차에 계속 타고 있었으니 허리도 뻐근하고 엄청 지칠 것이다. 여행을 계속 다닌 나도 온 몸이 뻐근한걸.
“…….”
그런데 식사를 하는 동안에 나는 자꾸만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져 꽤나 기분이 나빠졌다. 그것도 대놓고 보는 게 아닌 힐끔힐끔 쳐다보는 듯한 시선이라 더욱 신경 쓰였다. 그래서 식사를 하는 척 하며 나를 자꾸 바라보는 시선의 주인공을 찾았다.
‘저 사람은… 카멜라 공작부인?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거야.’
이윽고 그 주인공을 찾은 나는 그 자가 카멜라 공작부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카멜라 공작부인은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은발의 카멜라 공작과는 달리 검붉은, 차분한 긴 생머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귀족부인들은 예법들만 배워 뭔가 약해 보이는데 카멜라 공작부인은 뭔가… 뭔가 다른 귀족부인들과 달라보였다.
“대접 고맙소, 카멜라 공작.”
“별 말씀을. 그럼 온천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고맙소. 로실리아 경도 함께 하시겠소?”
“…… 죄송합니다. 저는 잠시 방에서 쉬고 싶습니다.”
“그럼 그러도록 하시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여왕은 냅킨으로 가만히 입가를 닦으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아무리 여왕이 나에게 호의를 보인다 하더라도 아직 완전히 그녀를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자 여왕은 별 다른 반응 없이 카멜라 공작과 함께 나가버렸고 나는 하인들에게 테이블을 정리하도록 지시하는 카멜라 공작부인에게 다가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매우 아름다운 저택이네요.”
“…… 감사합니다.”
나의 말에 카멜라 공작부인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역시 계속 나를 봤었으니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하인들이 그녀에게 이유를 묻기 위해 테이블을 정리하고 나가길 기다렸고 잠시 후 하인들이 그릇들을 들고 나가자 카멜라 공작부인에게 조용히 물었다.
“제게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으셔서 저도 모르게….”
“아는 사람……?”
나의 물음에 카멜라 공작부인은 정중히 나에게 사과했고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 거렸다. 그러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님을 이런 곳에 세워두고 할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방으로 가죠.”
“네.”
***
카멜라 공작부인은 나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녀의 방은 2층이었는데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방 안의 디자인은 굉장히 화려했다. 특히 벽에 가득 걸려있는 많은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아까 처음 저택 밖에도 조각상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카멜라 공작부부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
그런데 가장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벽에 걸려 있는 금장식 레이피어였다. 한 눈에 봐도 엄청 값비싸 보이는 레이피어였다. 게다가 저 흰빛이 나는 금속… 엄청 비싸다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역시, 평범한 귀족부인들과는 달리 검술도 할 줄 아는 건가?
그리고 카멜라 공작부인은 나에게 자리를 권한 뒤 자신 역시 나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잠시 뒤 하녀가 튤립같이 생긴 흰 찻잔을 가져왔고 카멜라 공작부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우리 퓨엘 지방은 아스트반 중 가장 기후가 서늘하여 코스모스 꽃이 많이 자랍니다. 이 차는 그 코스모스 꽃을 우려내어 만든 차죠. 맛이 아주 좋답니다.”
“아아.”
카멜라 공작부인의 말에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처음 마시기 전에 나는 향도 무척 좋은데 마시고 나서 입 안에서 감도는 향도 무척이나 좋다. 아까 스테이크를 먹어 기름기 가득한 입 안을 맑게 정화해주는 느낌이다.
“이야, 무척 달콤하네요.”
나의 말에 카멜라 공작부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굉장히 기품 있어 보인다. 뭐랄까, 다른 귀족부인들은 가식적인 것이 많이 보이는데 카멜라 공작부인은 진심인 듯 보인다. 원래 성품이 온화한 것일까?
“음, 그럼 아까 하던 얘기를 계속 하지요…. 저를 닮은 사람이 있었다고요?”
“… 예. 아마 당신과 비슷한 또래일겁니다. 8년 전에 만났던 거라… 이름은 슈렌 루네문입니다. 남자이긴 한데 예쁘장하게 생겨서 당신과 매우 닮았죠.”
“허억?!”
그녀의 입에서 예상외의 이름이 나오자 나는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렸다. 이 사람이 어떻게 슈렌을 알고 있는 거지……? 그것도 8년 전에 만났다고? 잠깐, 8년 전이면… 케인이 슈렌을 처음 만났다는, 그 때인가…? 케인이 12세, 슈렌이 13세일 때…….
그런데 내가 놀라자 카멜라 공작부인 역시 놀래며 말했다.
“그 자를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저의… 친오빠 같은 소중한 동료인걸요.”
“오오, 그렇습니까? 사실 처음 당신을 봤을 때, 그와 너무나도 닮으셔서 너무 놀랐었습니다. 물론 닮았다고 해서 무조건 관련이 있는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너무 닮으셔서… 저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되었네요. 다시 사과드립니다.”
“아, 아니에요….”
나와 슈렌… 그렇게나 닮았나? 하긴 머리카락 색도, 눈동자 색도 거의 똑같으니까. 그래서 슈렌, 꼭 나의 친오빠 같단 생각이 많이 들었었어. 그런데 그런 슈렌은 지금…….
“그럼… 그 자의 행방도 알겠군요?”
“아, 저…….”
그녀의 물음에 나는 차마 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여기서 또 라곤에 대한 얘기를 꺼내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고. 그리고 몇 초간 고민하던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
“…… 슈렌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계십니까?”
“네?”
“그러니까… 호의적인 감정인지, 아니면 적대적인 감정인지를 묻는 겁니다.”
나의 말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벽에 걸린 레이피어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제 이름은 아란 이스크라. 저희 이스크라 자작 가는 아스트반 동쪽의 작은 도시, 페르날을 소유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암살자 블러디 댄서가 저희 아버지를 살해했고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쫓긴 저는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물인 저 레이피어를 들고 복수를 하려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
이런 조용조용해 보이는 여성에게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그런데 블러디 댄서라면… 케인의 옛날 암살자 명……? 그렇구나, 케인은… 라곤의 밑에서 암살자 일을 했었다 했으니까… 몇몇 사람들을 죽였었겠지. 왠지 기분이 씁쓸해진다.
“그런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준 것은 슈렌 루네문이라는, 저보다 네다섯 살 어려보이는 작은 소년의 진심어린 충고 아닌 충고였습니다. 그 아이는 블러디 댄서를 죽이려는 저를 막아섰었죠.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도 용병 일이나 하며 살았을 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8년이나 지났으니 그 아이도 많이 컸겠죠. 만나면 꼭 보상을 하고 싶습니다.”
“…… 맞아요, 슈렌은… 자신보다 남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요.”
카멜라 공작부인의 말에 나는 슈렌과 함께 여행했던 때를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슈렌… 그는 그렇게나 따뜻하고 착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어째서 라곤에게 인형 취급 받으며 이용당해야 하는 거지……?
“?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 아니요. 슈렌은 잘 지내고 있어요. 여행 중에 브루누에서 헤어졌지만… 곧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나는 차마 슈렌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카멜라 공작부인에게 슈렌에 대해 말하기가 힘들어 그냥 애써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잠깐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으나 곧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군요. 그럼 나중에 만나시면 아란 이스크라라는 사람이 꼭 만나고 싶어 한다고… 시간 나면 이곳에 꼭 좀 방문해 달라 전해주실 수 있습니까?”
“네.”
참고로 아란 이스크라는
나르실리온 외전인 꼭두각시 인형의 노래에서 나옵니다 ㅇㅅㅇ.
아주 짤막한 등장이었죠 -ㅁ- ..
아무튼 ..
오늘 카인과 케인의 마지막 전투를 썼습니다 ..
휴 ㅠㅠ 씁쓸하네요 <..
아무튼간 모기조심하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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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봤습니다~^^흐읏, 곧 있으면 100화 되는군요. 기대됩니다.
허억, 이시간에[...] 헤헿 아직 3주 정도 남았어요.[<]
음, 100화 기념으로 삽화를 그려드리고 싶지만 그림 실력이 부족하군요. 축하를 그저 말로만 하기에는 좀 그렇지요. 암요. 뭘 준비해야 할까..
헐 .. 저는 생각도 못했던 일을.. <!! 삽화 감사히 받을 수 있어요+_+
100화기념으로 뭘 드리고 싶어도... 뭐 전 그림에는 소질없고...포샵쪽은 요즘 손을 못 대서 그런지 실력이 줄어서...
+_+!! 저는 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요 ㅠ.ㅠ
ㄴ 이 댓글을 참고하여 아래 리플을 읽기 바란다.
ㄴ 로벨리안 님, 존경스럽... [?]
후후 사는게 뭐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 응?
에이 이님들..............(99화올리고 잠수탈까..)
잘 읽었습니다. 아란 이스크라 … . 곧 100화군요. 자, 축하빵을 맞으세.. <야
헉 버로우타야할까요 <..
와! 같이 축하빵을 해도 될...<-퍽
생크림 던져도 됩니까? [진지]
여러분 진정하는 겁니다 <!!
진정할 사람들은 아닌거 같은데요..... <- 뭐 드릴건 없으니 축하빵 이라도 감사히 받으셨으면....<- 어이!
우후후후후.+_+<-묘하게 불타오르고 있다.
나르실리온은 99화에서 종료!! <<
그런식으로 나오셔도 종료기념으로다가.... [<- 그건 또 뭔데?]
100화 연재를 요구하는 대규모 댓글집회를 추진하여 보도록 할까요. [흠]
어라.. 반 장난으로 쓴 댓글이 어쩌다가 이렇게 … [하지만 왠지 모르게 웃음이]
아직도 장난입니다만.... 아니십니까?
꺄아아아....................<- (장난에 희생된 소녀) ,사호버전이었습니다 [퍽]
[진지] 저 장난 아니었습니… < 야!!
댓글이 장난아니.....네. 잘 읽고 갈게 ㅇㅅㅇ, 그런데 ...마지막전투? 혹시 둘 중 누가 죽는거야 ㅎㄷㄷ?
그, 글쎄...ㅎㄷㄷ[무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