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라 공작부인과의 대화가 끝난 나는 하인의 안내를 받아 나의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느새 아침의 햇살이 가득하다. 어제 밤은 정말 길게 느껴졌었는데… 레이첼과 만나고, 그리고 또… 카인에게 잠깐 동안이지만 안기고. 그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변에 가득 내리는 눈의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따뜻했어…….
‘슈렌…….’
나는 잠시 어제의 일을 떠올리다가 문득 창가를 가득 메운 하얀 햇빛을 보며 슈렌을 떠올렸다. 슈렌도 항상 저렇게 하얀 미소를 지었었지…. 하지만 슈렌은 아프단 말이야… 그런 슈렌이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 지 너무 걱정 되. 아이린이 슈렌을 쉽게 죽게 하지 않을 거라곤 했는데 왜 나는 그녀의 그 말이 더 걱정 되는 걸까. 젠장,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어…. 원래 대천사의 돌을 찾은 후에 나와 슈렌은 아스트반으로 다시 돌아와 나와 같은 사명을 가진 자를 찾으려 했었는데 대천사의 돌은 빼앗기고 슈렌도 잡혀가고…….
“로실리아씨.”
그런데 그 때 언제 왔는지 아리스가 나에게 걸어왔고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아리스의 육체도 빨리 찾아줘야 하는데. 그녀와 만나기 전엔 그녀의 육체와 자주 만났었는데 지금은 왜 만나질 않는 걸까? 라곤이 막고 있는 걸까?
“핫, 먼저 와 계셨던 거 에요?”
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그녀는 밥을 먹지도 않으니 구지 그곳에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겠지. 아무튼 나는 다시금 시선을 창가로 옮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햇살이 무척 밝아요.”
“…… 그렇군요. 이렇게 밝은 분위기의 방도 좋을지도.”
그러자 아리스는 나의 옆으로 다가오며 자신 역시 창가를 바라봤고 나는 문득 데카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항상 방에 처박혀 저주 도구들만 만들었다는 것. 이런 편견… 좋지 않겠지만 왠지 그녀는 방을 어두침침하게 하고 도구들을 만들었을 것 같다.
“아리스씨를 만나기 전에 아리스씨의 육체를 만난 적이 두세 번 정도 있어요. 그때 저주 도구에 당했었는데 엄청 강하더라고요. 온 몸을 꽉 죄는 듯 했어요.”
나의 말에 아리스는 갑자기 약-간 오싹하면서 한기가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고 나는 순간적으로 그런 그녀의 미소에 공포를 느꼈다. 아리스는 인형 같이 생겨 웃으면 굉장히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오싹 하단 말이야.
“그건 ‘속박의 목걸이’ 라는 저주 도구로 제가 즐겨 사용하는 겁니다.”
속박의 목걸이라면 내가 사용하는 바람의 속박과 비슷한 효과인가.
“아, 그리고 피에로 인형. 그것도 봤었어요.”
전에 국경 마을에서 케인과 카인이 맞붙었을 때, 카인이 먼저 가버려서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카인이 병이 도져 쓰러졌는데 그런 그를 아리스가 피에로 인형을 불러내어 안고 데려갔었지. 그것도 저주 도구인가?
“저의 노예, 피에로입니다. 보통 ‘엘리자베스’ 라는 인형과 함께 쓰죠…. 주로 짐을 들 때 자주 사용하는 힘 쌘 인형입니다. 엘리자베스는 공격형 인형이고요.”
이렇게 말하는 아리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정말 저주 도구를 좋아하는구나.
“그렇군요. 그런 도구들을 다 만들다니… 정말 손재주가 좋으시네요.”
“아닙니다.”
나의 말에 아리스는 살짝 웃으며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그건 그렇고-. 빨리 윈드폴트로 돌아가 윈더프 공작님을 만나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라곤은 아직까지 자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세릴에게서도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보아 기운을 완벽히 감추고 숨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아직 대천사의 돌의 힘을 이용한 나다네델의 힘을 얻지 못했단 것이겠지. 아무래도 아직 연구 중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도 곧 이야. 빨리 나다네델의 힘을 물리칠 수 있는 ‘나르실리온’을 만들지 않으면…….
“프란로드 백작님께 부탁드려보시는 게 어떠실지.”
아리스의 제안에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상대는 여왕페하와 4대 공작 중 한명인 카멜라 공작님이시니 아무리 세뉴렌님이라도 힘드실 거 에요.”
“으음. 그럼 제가 처리하고 오죠.”
“에엑?!”
나는 갑작스런 아리스의 말에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는 다시금 오싹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천 년 이상을 살아 온 악마랍니다. 제 수명의 반에 반도 못 채운 자들의 말솜씨는 눈에 훤하지요.”
“그, 그렇긴 하지만…….”
갑자기 자신의 연륜(?)을 강조하는 아리스. 그렇다. 까맣게 잊고 있었어. 내가 페릴 때부터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았다 하더라도 아리스의 수명의 반 밖에 못 산 거지? 그렇구나… 아리스, 엄청 나이가 많구나……. 생김새가 저렇다 보니 어느새 잊고 있었잖아.
그리고 나는 오싹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걸어 나가는 그녀를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녀가 윈드폴트에 갈 수 있도록 승낙을 받아 올 거란 묘하고도 강력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
“로실리아씨.”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잠이 들었던 나는 아리스의 부름에 눈을 떴다.
하아,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자다 보니 허리가 뻐근한 게 완전 풀린 느낌이다. 게다가 기분도 무척 상쾌해.
“아, 아리스씨! 어떻게 되었나요?”
나의 물음에 아리스는 아까의 그 미소를 다시 지어보였고 나는 순간 또다시 뒤가 서늘해짐을 느꼈지만 애써 태연히 미소를 유지했다.
“아하하……?”
“물론 처리했습니다. 프란로드 백작님이 저희를 데려다 드리기로 했습니다.”
“에엑, 그 그건…….”
“싫으십니까?”
나는 아리스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저었다.
“하지만… 너무 많이 폐를 끼치는 것은…….”
“그거라면 괜찮습니다. 마침 여왕님과 프란로드 백작께서 함께 계셨는데 저와 여왕님의 대화를 듣던 프란로드 백작께서 그러시겠다고 끼신 것이니까.”
“으으음, 네에…….”
물론 세뉴렌이 데려다 주면 든든하고 고맙지. 하지만 너무 많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고, 고마워요, 아리스씨.”
“쉬운 일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심 아리스에게 존경심을 느끼며 인사했고 아리스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아, 항상 조용해 보이던 아리스가 말솜씨가 이렇게 좋을 줄은. 여왕이 쉽게 놓아주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하기야, 오히려 아리스는 말이 느릿느릿하고 정확하고 차갑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압박감이 강하게 느껴질지도.
아무튼 나는 자그마한 내 짐 가방을 메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1층엔 카멜라 공작부부와 여왕이 모두 나와 있었고 나는 살짝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설마 여왕도 함께 가는 거야? 설마??
“대접 감사했소. 나는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이만 필리스로 돌아가야겠소.”
“살펴 가십시오. 다음번엔 더욱 편안하게 대접해드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으아악-.’
그리고 여왕과 카멜라 공작의 대화를 들은 나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지금 여왕이 나에게 매-우 잘해준다 해도 예전의 일들을 떠올리면 그녀를 좋게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지금은 명예기사로 해주더라도 나중에 언제 돌아설지 모르니까.
“그럼 로실리아 경. 그대는 윈드폴트로 가시오. 나는 이 마차를 타고 필리스로 가겠소.”
“네? 아, 아. 네! 그럼 카멜라 공작님, 그리고 공작부인. 대접 감사했습니다.”
좋아, 여왕과 따로 가는 거구나? 그나마 다행이야.
아무튼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카멜라 공작부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카멜라 공작부인, 아란 이스크라는 나를 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싶단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나는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그녀 역시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세상이 좁다니까…. 슈렌, 슈렌은 정말 착하니까… 꼭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 이거는 오빠가… 슈렌 오빠가 겪는 시련일 거야. 그러니까 이겨 내… 꼭 구해줄게.
이번편은 그닥 내용이 없었어요[...비굴]
이제 곧 100화 ...두렵쌈!!!!
99화 예고편!
-> 로실리아는 갑작스레 발병하여 사망... 나르실리온 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첫댓글 또 새벽에 제가 첫타로군요. 99화 예고편....잘 봤습니다..
이님 고수..ㅇㅅㅇ
아래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어찌되었건 끝난기념으로 다가.. 흠.... <- 뭐가 흠... 인데? 앙?!
꺆 살려주세요 굽신굽신<
컥.. 저렇게 끝내시면 그 대가로 기념 주먹질 날아갑니다(?)
살려주세염..굽신굽신
으음. 그렇게 끝내신다면야... 저의 잠자고 있던 Black모드의 또다른 카린의 풀 스윙을 맛보시게 될 지도...후후후후.+_+
저 화이트카인님이좋아요!!! <[덥석]
...카인이라니...전 카린이라고요...ㅠ 억.
어.. 카인이래...[-_-]
카인 [...] 얼마나 좋아하셨으면 카린님과 헷갈리시..
주머니칼을 어디다 두었는지 잊어버렸군요.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거 제가 가져갔...[퍽] 이님들진정진정진정!
예고편 잘 보고 갈게. 후훗, 후후훗.
에, 엘이..[웃음이 두렵다<]
후후..후훗..후... 엔딩이 아름답군요. 마음에 들어요<!?
이님... 믿으시면안되요오<!
아 ~ 예고편 잘봤어요 ! 그렇게 끝나는 거였군요 ?! < 넌 뭥미 ???
이님 짱인듯... 숨겨진 독자분이셨어요?ㅠ.ㅠ<<
그런겅미 !! 나 짱인거 ! < 제발 자제좀 ...
등장하신거 이랏샤이마세<
그런겅미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