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id_5b5289b3f323f4947525806" class="text_exposed_root text_exposed" style="display: inline; font-family: inherit;">결혼에 관한 시 모음> 나태주의 '결혼' 외<br><br>+== 결혼==<span> </span><br><br>외로운<span> </span><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 inline; font-family: inherit;"><br>별 하나가<span> </span><br>역시<span> </span><br>외로운 별 하나와<span> </span><br>만났다.<span> </span><br><br>세상에 빛나는 별<span> </span><br>두 개가 생겼다.<span> </span><br><br>언제나 춥고<span> </span><br>쓸쓸한 여자,<span> </span><br>사내 옆에 서서<span> </span><br>오늘은<span> </span><br>따뜻해 보인다.<br><br>(나태주·시인, 1945-)<br><br>+== 이상적인 결혼 ==<br><br>추억을 많이 갖고 사는 것은<span> </span><br>재산을 많이 갖고 사는 것보다<span> </span><br>부자라고 한다면<span> </span><br><br>우리의 곳간에는<span> </span><br>일생을 펴내고도 남을 보석이 있어요.<span> </span><br><br>젊은 날엔<span> </span><br>그 중 빛나는 한 개를 꺼내어<span> </span><br>반지를 만들어 끼고<span> </span><br><br>멀미 앓는 척<span> </span><br>"아이구 머리에"<span> </span><br>가끔 이마를 짚기도 했지만<span> </span><br><br>오늘은<span> </span><br>졸아든 탕약에 맹물을 섞어 마시듯<span> </span><br>서늘한 오후를 보내고 있어요.<span> </span><br><br>탕약의 맛은 싱겁고<span> </span><br>이미 약효도 없는<span> </span><br>쓰디쓴 탕약을 마시고 있어요.<span> </span><br><br>천천히<span> </span><br>조금씩<span> </span><br>마지못해<br><br>(문정희·시인, 1947-)<br><br>+== 꽃밭에 사는 - 결혼에 부쳐 ==<br><br>나는<span> </span><br>당신의 연분홍 꽃잎을<span> </span><br>소롯이 받쳐든 꽃받침입니다<span> </span><br>하늘에서나 땅에서나<span> </span><br>정갈한 숨을 실어 나르는 길목에서<span> </span><br>당신의 따뜻한 체온을 지키는<span> </span><br>작은 우주입니다<span> </span><br>봄밤, 바람이 당신의 입술을 스쳐<span> </span><br>달빛에 향기라도 묻으면 그만<span> </span><br>가슴이 척 내려앉는<span> </span><br>외로움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span> </span><br><br>당신은<span> </span><br>푸른 나의 꽃받침에서 꿈을 꾸는<span> </span><br>아름다운 꽃잎입니다<span> </span><br>날마다 예쁜 꽃술을 흔들며<span> </span><br>나에게만 이야기하는<span> </span><br>하나뿐인 나의 별입니다<span> </span><br>소낙비가 고운 얼굴을 후려치고<span> </span><br>따가운 햇살로 훼방을 놓아도<span> </span><br>언제나 나에게만 의지하고 기대서는<span> </span><br>그리움의 피난처입니다<span> </span><br><br>보지 않을 것과<span> </span><br>듣지 않을 소리를 나눌 줄 알며<span> </span><br>침묵과 기다림의 의미를<span> </span><br>가슴에 포갤 줄 아는 우리는<span> </span><br>세상 사람들의 꽃입니다<span> </span><br>봄여름가을 가고 하얀 무서리가 내려도<span> </span><br>신비로운 꽃잎을 피우는<span> </span><br>순결한 사랑입니다<span> </span><br>꽃밭에 사는 우리는<br><br>(김승동·시인, 1957-)<br><br>+== 결혼에 대하여==<br><br>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br>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br><br>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br>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br><br>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br>깎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br><br>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br>사람과 결혼하라<br><br>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br>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br><br>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br><br>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br>사람과 결혼하라<br><br>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br>결혼하라<br><br>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br>사람과 결혼하라<br><br>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br>결혼하라<br><br>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br><br>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br>결혼하라<br><br>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br>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br>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br><br>(정호승·시인, 1950-)<br><br>+== 결혼하면 뭐가 좋아요 ==<br><br>결혼하면 뭐가 좋아요<span> </span><br>누군가 이렇게 물어와 대답했다<span> </span><br><br>이래도 저래도 외롭겠지만<span> </span><br>혼자의 외로움과 쓸쓸함보다는 덜한<span> </span><br>조금은 사치스런 외로움을 즐길 수 있고<span> </span><br><br>소유하는 안식<span> </span><br>적은 포만감이지만 여유로 수다할 수 있고<span> </span><br>가정이라는 울타리 있어 가슴속 풍요가 넉넉하며<span> </span><br>아내라는 이름 얻어 귀속의 기쁨 누리고<span> </span><br><br>존재의 즐거움<span> </span><br>해야 할 그 무엇 있어 만족을 얻으며<span> </span><br>지켜야 할 도리 있어 나를 바로 세우고<span> </span><br><br>그리고 아름다움<span> </span><br>여자의 여자로써 물려받은 치유 불가능한 유산<span> </span><br>그 어미로 하여금 꿈을 키우는 자녀 있어 기쁨 얻으며<br>반드시 주어야 할 사랑 있기에 소중한 삶 이어가고<span> </span><br><br>그래서 결혼은<span> </span><br>해도 괜찮은 꽤 괜찮은 것이라고<br><br>(정연옥·시인)<br><br>+== 사랑과 결혼의 시==<br><br>당신 부부 사이에 빈 공간을 두어서,<br>당신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이 춤추도록 하게 하라.<br><br>서로 사랑하라<br>그러나 서로 포개어지지는 마라<br>당신 부부 영혼들의 해변 사이에는<br>저 움직이는 바다가 있도록 하라.<br><br>각각의 잔을 채워라.<br>그러나 한 개의 잔으로 마시지는 마라.<br><br>서로 당신의 빵을 주어라.<span> </span><br>그러나 같은 덩어리의 빵을 먹지는 마라.<br><br>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br>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br><br>현악기의 줄 같은 음악이 울릴지라도<span> </span><br>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br><br>당신 마음을 주어라<br>그러나 상대방 고유의 세계를 침범하지 마라.<br><br>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리고 함께 서라.<span> </span><br>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 서지는 마라.<br><br>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br>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br>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br><br>(칼릴 지브란·레바논 출생 시인이며 예언자, 1883-1931)<br><br>+== 결혼 기념일==<span> </span><br><br>노오란 은행잎들이<span> </span><br>꽃가루가 되어 흩날리고<span> </span><br><br>형용색색의 단풍들이<span> </span><br>들러리가 되어주고<span> </span><br><br>가을꽃들과 억새풀이<span> </span><br>하객이 되어주고<span> </span><br><br>가을 하늘에선 구름이<span> </span><br>눈 스프레이가 되어주고<span> </span><br><br>안개꽃이 만발한 예식장은<span> </span><br>넓은 들판이어라.<span> </span><br><br>12년 전 신부의 모습은<span> </span><br>아름다웠는데<span> </span><br><br>거울에 비친<span> </span><br>지금의 나는 혈색 없는 얼굴.<span> </span><br><br>퇴근길에 남편이 사 온 꽃 한 다발.<span> </span><br>"여보 사랑해."<span> </span><br><br>그 사랑에<span> </span><br>난 눈물을 흘리는구나.<br><br>(이향숙·시인)<br><br>+== 결혼기념일 ==<br><br>으레<span> </span><br>이슥히 귀가한 옷에서는<span> </span><br>땀이며<span> </span><br>그을음 냄새가 났다.<span> </span><br><br>오늘<span> </span><br>조금 늦긴 했지만<span> </span><br>장미송이 받아들고<span> </span><br>어쩔 줄 모르는 아내 때문인지<span> </span><br>꽃내가 풍긴다.<span> </span><br><br>한겨울<span> </span><br>깔아 놓은 이부자리<span> </span><br>베갯잇 새뜻이 입혔구나.<span> </span><br><br>촛불 켜고 마주앉아<span> </span><br>기도하는<span> </span><br>그대 눈가<span> </span><br>하뭇한 진주 열렸네.<span> </span><br><br>퍼도퍼도 마르지 않는<span> </span><br>가련한 정<span> </span><br>결혼할 때 내렸던 서설이<span> </span><br>창가에<span> </span><br>소복소복 쌓인다.<br><br>(강신갑·시인, 1958-)<br><br>+== 결혼 반지==<br><br>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올리며<br>싸늘하게 식어 가는<br>당신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br>파리한 입술<br>까칠해진 턱수염에 볼 비벼 대며<br>당신의 얼굴을 내 눈물로 씻어 내립니다<br>손을 잡고 매달리고<br>목을 안고 애원해도<br>자꾸만 돌아서려는 당신,<br>당신의 나라는 어디입니까<br>당신께 드린 결혼 반지를<br>이제는 내 스스로 뽑아야 할 시간<br>내일이면 태어날 당신의 자식을 두고<br>어디로 가시렵니까<br><br>지환아<br>아빠라고 한번 불러 다오<br>불러 봐 다오.<br><br>(강민숙·시인, 1962-)<br><br>+== 축결혼이라고 쓴 봉투를 들고 초상집에 갔다 ==<span> </span><br><br>아내가 내미는 봉투에 <祝結婚>이라고 썼다<span> </span><br>아내는 '초상집인데'하고 놀랐다<span> </span><br>나는 신나게 시를 쓰는 중이어서<span> </span><br>결혼인지 초상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span> </span><br>그대로 가지고 가라고 하며 웃었더니<span> </span><br>그런 실례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span> </span><br>그도 그렇다<span> </span><br>그러나 내 생각으로는<축결혼>이 좋았다<span> </span><br>망인은 20년 전에 앞서간 남편 곁으로 가니<span> </span><br>얼마나 기쁜가<span> </span><br>그래서<축결혼>이라고 해야 한다<span> </span><br>그러나 이것을 그대로 상가에 내밀어서<span> </span><br>머리를 끄덕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span> </span><br>그것을 이해해야 시도 이해할 수 있는데<span> </span><br>아직 멀었다<span> </span><br><br>아내에게 <부의(賻儀)>라고 어려운 글자로 쓴 봉투를 내주며<span> </span><br>당신만이라도 결혼식에 가는 기분으로 갔다오라고 했다<br><br>(이생진·시인, 1929-)<br><br>+== 나무들의 결혼식 ==<br><br>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span> </span><br>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span> </span><br>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span> </span><br>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span> </span><br>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span> </span><br>몰래 보름달로 떠올라<span> </span><br>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span> </span><br>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span> </span><br>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span> </span><br>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span> </span><br>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br><br>(김일출·시인, 1946-)<br><br>+==결혼==+ .<br><br>시작도<br>끝도 보이지 않는<br>두갈래 길<br>두물머리 강물처럼<br>하나되어<br>때론 오르막 오르고<br>때론 내리막 길<br>함께하지 않으면<br>가지못해 멈춰설<br>수레처럼<br>두바퀴 되어<br>밀고 끌며<br>진흙길<br>개울도 함께 할<br>둘사이<br><br>사랑은 짧고<br>삶은 길다<br>미움도 아픔도<br>사랑하지 않으면<br>함께 할 수 없으리니.<br>(전재민 시인 1964~)</span></div><div><p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999B67395B528B6B33" class="txc-image" hspace="1" vspace="1" border="0" actualwidth="1024" width="1024" exif="{}" data-filename="20180718_123229-EFFECTS.jpg" style="clear:none;float:none;" id="A_999B67395B528B6B33CBAB"/></p><p><br></p><br><div id="fbPhotoSnowliftCTMButton" style="font-family: Helvetica, Arial, sans-serif; color: rgb(29, 33, 41); font-size: 12px; font-style: normal;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caps: normal; font-weight: 400; letter-spacing: normal; orphans: 2; text-align: left; text-indent: 0px; text-transform: none; white-space: normal; widows: 2; word-spacing: 0px; -webkit-text-stroke-width: 0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text-decoration-style: initial; text-decoration-color: initial; display: block; width: 311.594px; padding-top: 16.3906px;"></div><p><span class="fbPhotosPhotoCaption" tabindex="0" aria-live="polite" data-ft="{"tn":"K"}" id="fbPhotoSnowliftCaption" style="outline: none; display: inline; width: auto; font-size: 14px; line-height: 18px; font-family: Helvetica, Arial, sans-serif; color: rgb(29, 33, 41);"><span class="hasCaption" style="font-family: inherit;"></span></span></p><div class="fbPhotoProductTags" id="fbPhotoSnowliftProductTags" style="display: inline-block; width: 328px; font-family: Helvetica, Arial, sans-serif; color: rgb(29, 33, 41);"></div><div class="pts fbPhotoProductsTagList" id="fbPhotoSnowliftProductsTagList" style="padding-top: 5px; font-family: Helvetica, Arial, sans-serif; color: rgb(29, 33, 41); font-size: 12px; font-style: normal;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caps: normal; font-weight: 400; letter-spacing: normal; orphans: 2; text-align: left; text-indent: 0px; text-transform: none; white-space: normal; widows: 2; word-spacing: 0px; -webkit-text-stroke-width: 0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text-decoration-style: initial; text-decoration-color: initial;"></div></div><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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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쟁터에 가기전에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하고도, 아니하고도 후회하는 게 결혼이라네요.
잘 읽었어요.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는 거겠지요.
세상에 쉬운일이 있지 않음을...
좋은 시들이네요 쉽게 잘 읽었습니다 테리님^^
묶음이라 훨 읽기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