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부터 베껴쓰기를 해왔어요. Erich Fromm의 <The art of loving>, <Escape From Freedom>, <The sane society> <Man for himself>.
프로이트와 마르크스 언어들을 사용하면서, 순치된 어휘들만 골라 쓰는 에리히프롬이 읽기에 편했던 것 같아요.
라이히의 전기, 그리고 파시즘의 대중심리, 그리스도의 살해, 오르가즘의 기능 등을 선생님이 번역한 것을 읽어오긴 했지요.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둘을 비교하며, 어떤 차이가 있는가 따위의 논문을 써볼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은근히 선생님에게 떠보니, 표정으로 모든걸 말씀하시더군요. 아주 혐오스러운 것, 못들을 걸 들은 듯... 이제야 왜 그러신지 어렴풋 이해합니다. 에리히프롬은 앉아서 그냥 멋진말을 주절댑니다. 비슷한 언어들-대중들이 스스로 사디즘과 매저키즘의 권력에 복종했다는 현상을 이야기 하면서도, 라이히는 어떤 전제위에서 출발해 형이상학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거든요. 땀내 절은 노동-성격분석에서 보여지듯, 진료현장에서 조현병환자, 신경증환자, 매저키즘환자,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과 인민대중들과의 접속속에서 경험적인 것들 속에서 우러나오는, 품어나오는 글입니다. 멀찍히 떨어져서 누구나 좋아하는 말로 적당히 매끄럽게 표현되는 말-매우 신자유주의적인-이 아닌것이죠. 그런데 이런걸 논문으로 써서 착취하겠다? 예끼, 추잡한놈. 그렇습니다. 내가 작은사람인걸 알겠습니다.
번역이 91년도에 되었다니 놀라워요. 파시즘의 대중심리도 사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에 의해 번역되었었지요. 그분은, 한국사회주의 전도사로 활약했었고(92년 대선때). "인민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people) 집권해도 결국 도축과 살생외엔 할줄 모르는 무능한 인간들에 대한 묘사가 91년도에 출간되었네요.
내 책에 적힌 메모를 보니 나는 2001년도, 선생님이 한참 가타리를 경유해 라이히를 의욕적으로 소개하시던 때 읽었고.
원서-독일어본은 손도 못대로 랄프매니히란 자가 영어로 번역한걸 아마 2005년 무렵, 영어공부 차원에서 영어학원친구들과 읽었던 기억. 수녀되려다가 그만두고 일하던 히스테리한 여자와 건달같은 후배랑 책을 읽었는데 읽다가 같이 꼴렸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부터 한문단 한문단 번역하고, 배껴쓰며 읽어보려 합니다. 논문이나,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하기에는 내 생명이 너무 짧은거 같고. 그냥 서서히 애무하고 핥듯 읽고 손으로 쓰려고 합니다.
곽진희 선생님(한국어번역하신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 번역하시다가 누락하신 부분(오르곤 관련한 부분)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내 상태는 아주 우울모드입니다. 휴직서를 냈고, 애들과 엉엉 울면서 헤어졌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2학기에는 복직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이 책을 내려고 독일어본 교정을 수차례 했는데 출판사에서 먼저 하자고 해놓곤 꼬리내리고 있네요.
그대는 큰 사람, 권력 지향 인간이 작은 사람이예요. 이 책의 주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