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 어떻게 했는가 따위는 생략할께. 사드주네 처럼 나도 "정보마루"가 어딘가 해서 졸라 헤멨어.
2. 다른 이야기 생략. 제일 기억에 남는 사드주네의 가장 미친 소리는 "자본론이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을 분석했듯, 라이히의 성격분석은 주체성의 기본을 분석하는 책이다"라고 한 대목이야. 내가 들어본 가장 황당무계하고 미친 소리야. 라이히 제자들 중에서도 아무도 그런 '선언'을 하지 않을껄? 아마 사드주네가 그런 선언을 했다고 한국학계에 알리거나, 뭐 그런짓 하면 라이히가 들었던 비난을 고스란히 들을거야.
라이히는 이미 1920년대에 "많은 정신분석가들과 다른 사람들은 그를 정신질환자나 혹은 곧 정신병에 걸릴 사람으로 간주했다"고 라이히의 제자인 마이클 새라프(직접 라이히 밑에서 공부함)란 전기작가는 말해. 몸에 전류가 흐른다는 둥,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그걸 경험한다는 둥의 이야길 해대니, 추방 당해 마땅하지.
그런데 말이야. 오늘 북토크에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라이히의 제자들, 그 "현재성"은 근육갑옷을 풀어주는 마사지, 혹은 음란한 난교를 찬양하는 지독한 교주들 뿐인 듯 해.
한국에서, 그런데, 드디어 아주 색다른 미친자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비견할 성격분석이란 고전" 운운하는 자야. 그가 바로 사드주네야. 야, 나는 여기서 나도 알 수 없는 웃음이 푸하하 터졌는데, 잘 참았네. 마치 사정을 참듯.
3. 위 언급이 아마 오늘 가장 핵심이었을거라고 나는 믿어. 그래서 그를 진짜 사랑하는 제자들이 책을 팔아주려고 노력했어. 사드주네의 제자가 정말 아케데믹한 질문을 하는데 면전에서 "몰라요" "정신 없이 말하니까" "답이 딱 떨어지는 질문(도덕적?)은 힘드네요. 그냥 엄마, 아빠 잘 모시고 살자(효도하자?)고 할까요?"
질문한 사람에게 면박이나 주고, 졸라 불편한 티를 내는 사드주네.
4. 연한 파란색 재킷에 하얀 와이셔츠, 깔끔한 빨간점박이 넥타이를 맨 그는 영락없는 "모범생"포스로 입장했어. 마이크 없이 하겠대. 그리고 우리들에게 다가 와서 말을 시작해. 라이히도 그랬지.
"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갔소. 나는 솔직했지만, 곧 이 벽을 만났소. 그래서 그것을 부숴버리고 싶었소"
(마이클 세라프, 48쪽)
5. 라이히는 "나 같은 사람은 천 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 하지"라고 했대. 실은 사드주네가 북토크에서 주저리 주저리 하며, 말하던 '내용'이 아니라 그의 태도는 라이히를 빌어 위에 있는 이야길 하고 싶었던 거야. 아 씨바 존나 재수없어.
자본론이라잖아. 자본론이 태어났을때 어땠어? 사람들이 "왜 이리 존나 어렵냐"고 하니, 자본론 서문에 대총 이런식으로 말하거든.
높은 경지에 오르려면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 1장 상품만 어렵지, 잘 읽어봐...
사드주네도 라이히를 빌어 이렇게 말해.
그냥 다양한 사례분석만 읽어보렴. 아주 미친년놈들이 우아할 정도로 다양하게 있어. 이 책 안에 들어있는 그 사례만 읽어도 충분할거야...
6. "엄마 아빠를 이해하고 싶거나,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사서(파격세일을 하니) 읽어주세요"라고 추주희 교수님이 말하자, 이 오만한 농부(!)는 속없이 다음과 같이 말해. "아닙니다. 사드의 규방철학을 읽어야 합니다"...
나는 왜 사드주네가 그렇게 말하는지 짐작한다. 이 고전이 자기가 죽더라도 오랫동안-천년의 시간을 두고-남을거란걸 믿거든. 정동(affet)을 마치 뿌려놨는데, 이 정자가 훗날 좋은 난자들(!)을 만나 새로운 것들을 탄생(노동민주주의?)하는 폭탄이 될거라고 아주 확신하거든. 지금 안팔려도 된다, 나는 이 책에 내 정액을 뿌려두었도다!...마치 학교도서관에 소리소문 없는 야한책들 군데군데에 뿌려진 흔적들처럼....?
6. 추주희 교수님에 의하면, 사드주네는 INTJ라고 하던데, 맞을거야. I는 내성적이고, N은 직관적이며, T는 사고형이고, J는 판단? 나도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참 괴랄한 성격의 소유자로 분류될거야. 추주희 교수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계속 모른다고 하던데, 모르는 척 하는게 아니라 진짜 모를거야. "태극기부대"운운하는 거 보면, 연구실에 처박혀서...이그. 물론 인상적인건 "아, 이 책은 기계가 해주었어요. 내가 번역한게 아니라. "나는 번역가가 아니에요. 기계가 해준거, 누워서 그냥 세공한거에요"
- 강연에서 좀 빼어난 설명하나. 감정에 대한 구분.
'사람들이 정동(affect)라고 하죠? 나는 이거 안씁니다.'
- 하여간 고약한 습성. 내 기억이 맞다면, 혼란스러운 이 개념들을 사드주네가 가장 잘 설명하는 듯한데, '정동'이란건 예술가들이나 사람들이 마구 뿌려놓은 공기중에 어떤 것이고, 그것이 우연히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감정을 움직이는 것'으로 설명했어. 오늘은 자기는 "정서"로 번역한데. 정서와 감정에 대한 설명.
정서는,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시험전에 존나 "불안"한거야. 그 불안이 정서야. 그런데 시험 보기전에 예민해있다가 다른 아이와 쌈이 붙은거야. 그래서 "화"가 난거지. 그걸 "감정"(e-motion)이라는 설명인데, 아 존나 명쾌하네.
7. 영문학과 이선영 선생님은 처음 뵙는 분인데, 아름다우셨어. 나는 그분 질문은 안듣고 그분의 목소리를 들었어. 이건 라이히 식이야.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의 태도 방식, 목소리 등등. 라이히는 어린아이 중에 크게 울지 못해(부모의 공포심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이에게 구역질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거든. 하여간, 난 그분의 목소리에 담긴 차분하고, 냉정하며 치열한 고민-나같은 잡놈들은 범접할 수 없는-이 담긴 듯 했어. 특히 그분이 1) 시대착오적 용어들(근대인으로 라이히), 2) 신체의 강조가 현대에서 적용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하실때, 손들을 자세히 살폈어. 노안이 와서 그분이 매뉴퀴어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지만, 기다란 손가락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동을 하더군.
8.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자세인가? 사드주네가 당황할때는 농담을 했는데, 안웃어준다고 할때 웃었어. 몇번 웃음들이 터져나왔는데, 추주희 교수님과 김지영교수님이 유발했어. 목에 손을 대고 있는 잘생긴 남학생, 어떤 소릴 해대나 쳐다보는 사람, 머리칼을 매만지며 유혹하는 듯한 사람들, 나는 사드주네의 빨간점 넥타이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1996년에 그를 처음 봤을때를 기억했지. "서울대 출신"에 "서사연 출신"의 엘리트. 이렇게 사람들을 홀린 후에 그 마수적이며, 음탕하고, 위험한 애수(사랑의 물)를 젖게하던.
9. "라이히가 가타리의 아버지죠"라고 하면서, 가타리를 읽다가 어디서 읽었는데 하면 라이히래. 라이히의 위대한 점은 스스로 '치료를 하는 자'로 관계설정을 한다는 것이고, 치료는 스스로 자율적으로 하는 것. 자기가 딱 보면, "재는 곧 정신병원에 가겠구나"하면 알겠단 거야. 학생들이 너무 심하게 스스로 채찍질한다는 거지. 아마 성적 때문인가? 취업 때문인가? 나는 이해하겠어. 알고 있나? 태극기부대에서 활약하던 사회학과 출신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그저 '상담교사'노릇만 할뿐 실질적으로 책임있게 진로를 개척해주고-하다못해 제자들이 고생하면 이런 저런 자리라도 안내해주는 정도나, 돈되는 사업 가지고 와서 사람을 키우는?-이런거 안하는 교수의 차이? 모르겠네. 나중에 이거 써볼께.
10. 라이히가 근대인? 나는 그게 좀 웃겨. 그럼 뉴튼은 근대초기인이고 아이신타인은 근대인이고, 양자물리학은 현대인이냐? 부랄까는 소리지. 나는 왜 사회과학은 계속 지들이 개념들을 만들어 내서 스스로 자멸하는지 모르겠어. 이게 내가 생각하는 오르가즘불능의 현대의 '성격갑옷'인듯해. 새로운 개념, 그리고 즉각 적용해서 뭔가 답을 딱딱 끄집어 내는거. 그게 오르가즘 능력이 없는거 아닌가? 바이온(생장력)이 쇠퇴하는 거 아니냐고. 라이히는 과학자야. 자연과학자이자 사회과학자야. 그냥 그 분야에 쭈욱 쭈욱 남들이 안가는 지점까지 파고 들어간거지. 지금 정신의학에선 프로이트도 취급하지 않지? 그냥 약만 주면 되잖아? 그게 마약인거야. 그런데, 라이히는 책 읽어봐바. 정신분열증 환자랑 마흔번 넘게 계속 상담한 기록이 나와. 상담비로 '저항'하는 환자를 지켜보면서, 가슴에 십자가를 그어대는 환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발견한 '과학'이라고!
11. 전남대학교 젠더 연구소가 참 고생한거 같아. 얼마전, 학교에서 얼쩡대다가 <ANT> 를 강연하는(호남학과에서 주체?)걸 들었는데 정말 비교가 되네. 탈인류시대의 유물론과 뭐 어쩌고 저쩌고...가이아가 어쩌고 저쩌고...마음의 사회학이니 뭐니. 좌장(?)이 있고 굳어있는 표정들이 기억나네. 강연하시는 서울대 교수님은, 안그런데...나는 왜 지방은 이렇게 후진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젠더연구소의 행사는 전혀 다르네. 뿌듯해. 멋져. 정말 좋은 곳이야! 광신도를 거스리고 싶어하는 사드주네도 품어주는데가 어디있나? 품 넓은 가이아가 전남대 젠더연구소야.
12. 농부 이야기. 사드주네가 농촌사회학 했지? 난 그게 이해가 안되었어. 왜 그걸 했지? 그에 의하면 그냥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했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아. 농부가 그에게는 가장 잘 어울려. 그런데 말이야. 라이히 전기를 읽어보면, 라이히를 '농부'라고 칭하는 대목(35쪽) "그녀는 그가 농부 같았다고 말했다."
농부. 농사꾼. 과학자와 사기꾼을 구분하는 기준이 외모 아닐까? 우크라이나 혈통이 있던 빌헬름 라이히의 불그스레한 얼굴(피부병 때문이라고 함)에는 흑토들이 느껴진다. 사드주네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라이히가 여자 환자에게 "당신은 가면을 쓰고 있소"라고 했다. 그러자 환자가 "라이히 박사님도 마찬가지에요"라고 응수한다. 이에 라이히는 "물론이오. 그런데 가면이 나를 쓰고 있지 않소"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라이히를 통해 '천년'이상을 내다보며 그 씨를 퍼뜨리려는 불온한 사드주네. 음탕한 자여! 그런데, 수많은 '실패'들을 경험하고 사드주네는 절대 자기 이야길 하지 않겠다고 했다. 금강경 보살의 실천이요, 예수님이 말한 사랑의 실천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