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처님이 아직 이빨도 손톱도 자라지 않은 아기 부처님이 어머니 옆구리를 뚫고 나와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아장아장 아니라 뚜벅뚜벅 걸은 다음 우렁찬 목소리로 "이 우주 속에 오로지 내(각 존재)가 (불성을 지녀) 존귀하다!" 외치고 유모 품에 안겨 달디 달게 젖을 빨다가 밝은 입술 오물거리며 잠들었던 그 날, 그 날이다.
2. 누가 데리러 오거던 아직 팔팔 날아다닌다고 전하라는 팔순도 한참 지난 우리 장모님은 봉축 예불을 가시고 마누하님은 불성 지닌 우리 강아지 배추 뽀송이 배웅받으며 남산골 기운 누르러 간 사이, 나는 옥상 밭에 굴 파고 살다가 연기법에 따라 덫에 걸린 서생원 한 마리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거름통 속에 가두는 자비를 베풀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3. 같은 시각 내 방문에 걸어 둔 반야심경 족자가 문짝을 목탁 삼아 두드리며 독경을 시작하였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시 조견오온개공 도 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역부여시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무무명 역 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 무노사진 무고집멸도 무지 역 무득 이 무소득 고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 고 심무가애 무가애 고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삼세제불 의 반야바라밀다 고 득 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고 지 반야바라밀다 시 대신주 시 대명주 시 무상주 시 무등등주 능제 일체고 진실불허 고 설 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제사바하"
4.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까마득히 가물거린다.
5. 닿으려면 깨버려라
아상의 쇠북 둘러쓰고 앉아
어찌 한 달음에 깨달음을 얻겠는가.
6. 물봉선화 안에
물 한 방울 없다.
거기
강가 강이 흐른다.
7. 색불이 공 오늘 차면
색즉 시공은 언제 하려나?
8. 적멸 미루시고
40년 길에서 가르치신
사카모니 부처님
반쪽나라 스승의 날
등 돌리고 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