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토요일,
나도 드디어 주 5일제 근무 시작,
이번 주부터 나의 토요일 놀이터는 사무실에서 산으로,
그 기념으로 북한산을 찾았다.
자연돌이 많은 구기동 오르막길, 대남문에서 동장대로 가는 가냘픈 산비탈 길,
그리고 용암문에서 도선사로 내려가는 낙엽 수북한 돌길,
모두가 꿈길이었다.
비가 온 뒤여서인지, 늦가을의 북한산은 더욱 청명하고 더 삽상하였다.
어젯밤 내린 비로 온갖 오염을 씻어냈던지 더없이 맑고 밝게 아름답게 자랑하고 있었다.
불그스름하면서 누르스름하고 또 파르스름하다가도 어느새 짙거나 엷은 갈색의 나뭇잎들,
총천연색 물감이 풀어진 듯 울긋불긋 뽐내면서도 알록달록 수줍음을 타고 있었다.
누가 그림을 그려도 저리 천연스럽게 물감을 풀어놓을 수 있을까.
천의무봉이라 하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이런가,
붉고 발갛고 노랗고 누렇고 푸르고 파랗기까지,
조금 짙은 것 같으면 엷은 것이 또 있고, 어두어지는가 싶으면 다시 밝아지는 빛깔들,
여러 비슷하면서 또 다른 색깔들이 하나도 흠잡을 데 없으니 어우러져 있으니,
한 번 그냥 속세의 일 같지 않다고 해보는 것이다.
요염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화려하다고만 하기는 표현이 너무 단조롭다.
가을비로 씻어낸 북한산의 단풍은 인간속세의 것이 아닌 꿈속의 것인 양 느껴졌다.
'아, 좋다'
'아, 좋다'
우리집의 어휘 수준은 단순하고 간단하였다.
좋으니 좋다고 할 수밖에, 무슨 다른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내가 비싼 것을 사주지 않아도, 그냥 자연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도 좋아해 주니
나는 정말 남는 장사하고 있구나 싶었다.
사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이냐
굳이 비싸게 돈을 들여야만 좋은 것이더냐 싶었다.
우리는 꿈길 도중에, 동장대 밑 어느 곳에 깔판을 깔고,
별이 못되어도 다섯 개 짜리는 되고도 남는, 특급호텔 '북한산'을 만들었다.
그 호텔의 점심식사는 상추와 쌈장에 김치만 있어도 진수성찬, 산중진미였다.
점심을 하고 마시는 나의 '막커피'
가을산의 단풍 색깔이 커피냄새와 함께 어우러져 물들었으리라,
고소하고 꼬소하였다.
끝내주었다.
해가 뉘엿뉘엿하는 도선사,
마침내 그 아스팔트길,
오늘도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래도 도선사 입구의 석물은 '아스팔트'공해를 아는지 모르는지,
'慈悲無敵'
'萬物同根'
'百年貪物 一朝塵'
'三日修心 千載寶'라 알리고 있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데,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데, 나의 한문실력이 좀 길었으면, 나의 불심이 좀 있었으면 싶었다.
단풍이 좋다는 북한산, 내장산, 설악산 ... 모두 쉽사리 가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좀더 쉽게 단풍에 접근할 수 있는 곳.... 과천으로 오십시오. 과천 1단지 안에 있는 도로변에 은행잎 단풍, 청사 주위의 느티나무들. 다행히 과천은 은행잎을 매일 쓸지 않고 모아놓아서 걷기에도 좋고...
첫댓글 아침 햇살에 떠 보이는 티끌이어라.
단풍이 좋다는 북한산, 내장산, 설악산 ... 모두 쉽사리 가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좀더 쉽게 단풍에 접근할 수 있는 곳.... 과천으로 오십시오. 과천 1단지 안에 있는 도로변에 은행잎 단풍, 청사 주위의 느티나무들. 다행히 과천은 은행잎을 매일 쓸지 않고 모아놓아서 걷기에도 좋고...
올해는 백양산 닽풍도 예쁘게 들었다고 갔다온 사람들이 칭찬하더군요. 가로수 단풍만 봐도 좋은데 하물며 단풍 좋다는 북한산이야...그보다 더 좋은 건 이제 방장 팔이 이만큼 긴 글도 칠 수 있다는 것.
아이고, 반가워라, 우리 방장님 아픈 어깨 싸매고 북한산 원정 가셨구나... 가을이 학실히 가기전에 이내 몸도 떠나는 단풍 한번이라도 송별을 해야 하건만...
백년을 모은 재산이 하루 아침 먼지같고 ... 삼일만 마음을 닦으면 천년의 보물을 얻는다는 一柱門 문구뒤엔 고승 청담대사님이 내려다 보고 있더군 ...일주문이란 사찰의 첫번째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