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동백꽃 박음질 ●지은이_백혜옥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19. 10. 15
●전체페이지_112쪽 ●ISBN 979-11-86111-72-7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0,000원 ● 입고 2019. 10. 15
감각으로 창조한 미의 세계!
백혜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동백꽃 박음질』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백혜옥 시인의 시는 ‘미(美)의 세계’다. 특히 시각적 이미지가 뛰어난 상징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데 능하다. 그녀의 시는 대개 짧다. 아마 캔버스 하나에 모든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는 오랫동안의 작업에서 비롯된 습성이 아닌가 한다. 축약이 기본인 것이다. 그 시의 캔버스에 툭툭 던져져 배치된 시각적 이미지들로 신비로운 배경을 창조하고, 그 위에 마치 과거에 꾼 꿈속에서 본 듯한 아련한 느낌이 되살아나게 하는 몇 마디의 단어로 마무리 짓는 것이 그녀의 창작 방법이다.
손톱 밑 생채기를 견디며 마늘 까는 일
담장을 덮으며 무화과가 익어가는 일
아려가며 살아가는 일
―「모란도를 그린다는 것」 전문
예술을 한다는 것은 최상의 기쁨과 최악의 실패를 늘 준비해야 하는 일이다. 그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손톱의 아픔을 참으며 “마늘 까는 일”이며, “아려가며 살아가는 일”이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림 작업만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때문에 긴장과 불안을 피해갈 수 없음이 아마 시인의 숙명이리라고 추측해본다.
횡단보도에서/방향을 잃어버린 사람//낮술에/비틀거리는 조각달//푸른 트럭 아래/졸고 있는 고양이//바람 빠진 타이어의 달달거리는 소리//힘없이 걷는 구겨진 할머니//푸조나무 아래 상사화//수척한 오후/붉다가 차오르다가
―「오후」 전문
“횡단보도에서” 머뭇거리는 사람 하나, ‘낮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하나, 트럭 밑에 “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바람 빠진 타이어” 힘없이 “달달거리는 소리”, ‘구겨져 걷고 있는 할머니’, 먼지투성이 길모퉁이에 피어난 상사화…. 그야말로 “수척한 오후” 풍경이다. 시인은 중심가의 활기찬 풍경이 아니라 쇠약해지거나 쇠퇴한 것, 낡은 것, 소외된 것에 눈길을 준다.
헐렁한 노을, 뜯어진 실밥/갓 태어난 검은 염소처럼/비뚤거리며 꿰맨 바느질이었다//아버지의 부음 앞에
두꺼운 허리춤을/쉬 들어가지 못한 바늘은/그만, 부러지고 말았다//아름드리 동백나무가 팔려 나갔다//손가락 끝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한 땀 한 땀/서툴게 박은 올이/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검은 염소의 뿔이 자라는 동안/올 풀린 실밥 사이로/동백꽃 바람이 들고/터진 물집에는//붉은 문장이 고이고 있었다//뒤란의 동백/눈 위에 툭툭 떨어져 있다/한 송이 주워/가만,/입술을 가져가 본다
―「동백꽃 박음질」 전문
돌아가신 아버지의 수의를 꿰매는 것일까?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그 물집이 터지고, 어렵게 꿰매놓은 실은 올이 풀리고 만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집안의 가보였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간 것이다. 동백꽃의 낙화는 다른 꽃의 낙화보다 훨씬 처연하다.
“엄마는/아이의 머리를 손질하고/아빠는 무릎 굽혀 앉아/아이의 운동화 끈을/매”(「가족」)주는 관계, 꽁꽁 뭉쳐서 삼각형으로 완성된 세 사람, 이것이 가족이라고 규정하듯 그녀가 창조한 작품 속에는 일상 삶의 풍경과 주변 비주류의 삶에 대한 따스한 눈길과, 진솔한 가족에 대한 고백이 나지막하지만 촘촘히 서로 기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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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제1부
동굴벽화 1·11
동굴벽화 2·12
오후·13
봄봄·14
몽유 속을 걷다·15
도둑처럼 들다·16
독거·17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는 저녁·18
모란도를 그린다는 것·19
물금역·20
가족·21
앙스트블뤼테·22
만선·23
녹지 않는 슬픔·24
하루·26
제2부
엄마의 상자·29
혼자 있는 시간·30
봄을 펴다·31
당신·32
목련꽃 부음·33
몌별(袂別)·34
월류봉·35
무심천·36
마량포구·37
옥희·38
한가운데 양귀비·39
해탈·40
침묵·41
문양을 타초하다·42
바이칼호수를 품은 여자의 방·43
흔들리는·44
제3부
안마의자·47
동백꽃 박음질·48
화분에 피는 내력·50
여름·52
용천사 불전에서·53
오동나무·54
미월(眉月)·55
무늬 한 장·56
차곡차곡·58
사랑·59
시간의 지문·60
한여름 축제·61
독음(獨音)·62
모란도를 그리는 여자·64
제4부
흰·67
방·68
해탈하다·70
소극적인·71
착시현상·72
건물과 건물 사이 콕 박혀 있는 은행나무·73
여여(如如)·74
11월·75
저녁·76
경주 남산·77
살구 같은 여자·78
귀는 자라지 않았다·80
불인지심(不忍之心)·81
다시, 꽃·82
비즈를 엮고 있는 조무래기 손·83
해설·85
시인의 말·111
■ 시집 속의 시 한 편
헐렁한 노을, 뜯어진 실밥
갓 태어난 검은 염소처럼
비뚤거리며 꿰맨 바느질이었다
아버지의 부음 앞에
두꺼운 허리춤을
쉬 들어가지 못한 바늘은
그만, 부러지고 말았다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팔려 나갔다
손가락 끝에 잡힌 물집이 터지고
한 땀 한 땀
서툴게 박은 올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검은 염소의 뿔이 자라는 동안
올 풀린 실밥 사이로
동백꽃 바람이 들고
터진 물집에는
붉은 문장이 고이고 있었다
뒤란의 동백
눈 위에 툭툭 떨어져 있다
한 송이 주워
가만,
입술을 가져가 본다
ㅡ「동백꽃 박음질」 전문
■ 시인의 말
씨앗 하나 날아왔다
어쩌지 못하는 사이
엄지발톱 밑에 콕 박혔다
시간이 쌓이는 동안
뾰족한 무엇인가가 보인다
불거짐이,
씨앗이 시나브로 자라기 시작함인가
발톱 밑이 아려온다
2019년 10월
백혜옥
■ 표4(약평)
같은 여자로서 또 예술가로서 백혜옥 시인은 참 부러운 사람이다. 부러움의 제일 큰 이유는 그녀가 필자보다 표현수단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개성적이고 아름다운 시 세계를 가지고 있는 한편, 인정받는 미술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사실 미술 전공자로 훨씬 더 오래 활동해왔다. 그녀는 자주 전시회를 열거나 전시회에 참여하는데, 작품에 회화·염색·바느질·조형 등 다양한 표현방식을 채용한다. 화려하게 꾸미진 않지만 은근히 세련된 옷차림에, 새침하면서도 왠지 쿨(cool)한 그녀가, 기막히게 예쁘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작품들을 무심한 듯 만들어 전시하는 걸 보면, 여자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시 또한 그러한 그녀의 미적 센스와 신비로움, 손끝에서 피어나는 아기자기한 조형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백혜옥 시인의 시는 특별히 감각적이다. 시각적 이미지를 다양하게 다루며, 촉각, 후각 등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상징적 공간을 창조한다. 시는 대체로 짧은 편인데, 캔버스 하나에 모든 내용을 담아내는 미술의 기법이 반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물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완벽한 미를 추구하는 유미주의자(唯美主義者)의 면모가 뚜렷이 드러난다. 작품 속에 시인 자신의 목소리를 넣는 것을 자제하여 비구상 또는 반추상의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풍경을 창조하지만, 주변 이웃의 비주류의 삶에 대한 따스한 눈길을 보여주며, 가족에 대한 시에서는 진솔한 고백을 들려주기도 한다. 백혜옥 시인이라는 사람도, 백혜옥 시인의 시와 그림 작업도, 아리땁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아리따운 사람 백혜옥 시인의 시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읽게 될 것 같다. _양애경(시인, 전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 백혜옥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2010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노을의 시간』이 있다.
첫댓글 백혜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동백꽃 박음질』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들의 큰 사랑받길 소망합니다. 시에 후원 회원님께는 지난 10월 15일 발송했습니다.
주간님이하 수고하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백혜옥 시인님, 두 번째 시집 『동백꽃 박음질』 출간을 축하축하합니다. 시와 그림을 함께 품으신 작품 활동이 대단합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우편으로 받고 백시인에게 직접 받고...축하드려요 그림도 얼마나 잘 그리는 화가이지요.
백헤옥 선생님 축하합니다.
백혜옥 시인님의 두 번째 시집 『동백꽃 박음질』 출간을 축하,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