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철을 탈 때 주로 노약자석 옆, 출입문 가까이에 있는 손잡이 기둥에 기댄다.
그곳이 제일 만만하고 편하다.
일반석 앞에 서면 내 앞에 앉아 있던 젊은 사람이나 학생들이 불편해 하기 일쑤여서
아예 그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다보니 찾아낸 안식처다.
나를 보고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잠자는 시늉을 하는 젊은이를 보지 않아도 되고,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순진한 짓을 보지 않아도 되고,
내가 민망해서 멀리 도망가지 않아도 되어서 좋아서,
나는 전철을 탈 때 노약자석 쪽으로 줄을 서고, 그 곳으로 타서 곧장 손잡이 기둥에 몸을 기대면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고 모든 것이 편해진다.
그런데 어느 날, 뒤에서 누군가 자꾸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누구를 찾는가 속으로 무시하고 있었는데, 급기야는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여보세요’ 하며 나를 쿠쿡 찌르는 것이 아닌가?
‘저리 가 앉으세요’ 한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 만년의 중할머니,
그네는 내 얼굴을 보더니 무참했던지 얼른 자리로 돌아가셨다.
그네는 뒷머리가 허옇게 센 내가 어서 빈 자리에 앉았으면 싶어서 그렇게 소리쳐 불렀건만,
대답이 없으니 몸소 일어나서 내 옆구리를 찔러도 보았는데,
보아하니 헛수고 했음을 알아차리신 것이었다.
멋쩍어 하시는 그네의 표정을 보니 내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하고 흐뭇해졌다.
나를 생각해주시는 인정이 아직 전철 속에 남아 있었고,
내 얼굴이 아직은 남에게 처량해 보일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다는 확인을 하게 되었으니였다.
그 날의 전철은 더 편안하였다.
그 날의 전철은 더 빨리 달리는 듯, 시간도 더 빨리 흘러가는 듯 하였다.
나는 평소보다 더 시간이 걸리지 않고 더 일찍 우리집에 온 것 같았다.
옛날에 "아가씨" 와 "아주머니" 호칭에 신경전을 벌였던 것 처럼 지하철에서의 자리 양보에 관해 첨예한 시점이 되었나? 언젠가 등산복 차림으로(돌아오는 길) 경로석에 앉아 독서삼매에 빠져있다 "아니, 이 젊은 것이?" 하는 눈초리로 째려보는 할배와 마주친뒤로 이몸은 절대 경로석 근처는 얼씬도 안합니..ㅎㅎㅎ
첫댓글 요즘 나는 맨끝칸 쪽 계단을 단번에 두개씩 뛰어 단숨에 빨리 올라가면 심장 백박이 빨리 뛰어 심장에 좋다... 끝 칸은 자리가 많아 좋다 ... 끝이므로 덜 붐벼서 좋다...
옛날에 "아가씨" 와 "아주머니" 호칭에 신경전을 벌였던 것 처럼 지하철에서의 자리 양보에 관해 첨예한 시점이 되었나? 언젠가 등산복 차림으로(돌아오는 길) 경로석에 앉아 독서삼매에 빠져있다 "아니, 이 젊은 것이?" 하는 눈초리로 째려보는 할배와 마주친뒤로 이몸은 절대 경로석 근처는 얼씬도 안합니..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