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Emart), 대환장파티?

[모모]

지난 주말에 와이프랑 같이 근처 이마트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겪은 일을 하나 이야기 할 텐데, 편의상 상품의 가격을 계산하기 좋게 천원단위로 조정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대부분의 가격이 980원으로 끝나요... 계산하기 어렵게... ㅠㅠ)

1. 항정살 1팩 16,000원짜리를 50% 이벤트 할인으로 8,000원에 팔 길래 3팩 구매했습니다.

2. 양념소불고기 1팩 16,000원짜리를 역시 이벤트로 5,000원 정액 할인하여 11,000원에 팔 길래 3팩 구매했습니다.

3. 위 두개 상품의 구매액 합계는 57,000원 입니다. 그리고 축산상품에 한해서 10% 할인해주는 쿠폰(할인액 최대 5,000원)이 있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최종 구매금액은 52,000원 입니다.(최대 5천원 할인 적용)

계산이 끝나고 영수증을 보니...

1. 항정살 21,600원.

2. 소불고기 32.800원.

3. 합계 54,400원입니다. 제가 생각한 금액이랑 다릅니다.

계산 방식에 대해 문의를 했습니다. 답변은...

<계산 A>

1. 항정살 원가 48,000원(16,000원 * 3팩)의 축산10% 할인 적용해서 4,800원을 할인한 후 가격이 43,200원이고, 이 금액에 50% 이벤트 할인을 적용하여 21,600원이 된 것입니다.

2. 소불고기 원가 48,000(16,000원 * 3팩)원에서 축산10% 할인의 나머지 금액 200원(최대 5천원 할인인데 이미 1번에서 4,800원 할인이 되었으므로 잔액 200원 할인)을 적용하고, 이후 1팩 당 5,000원 할인(3팩 15,000원 할인)하여 48,000-200-15,000=32,800원입니다.

3. 그러므로 합계 54,400원이 나온 것입니다.

이상하지요?

정률할인과 정액할인이 섞여 있으면, 할인의 적용순서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0,000원 상품을 10% 할인한 후 5,000원 정액할인하면 10,000*0.9-5000=4,000원이고,

10,000원 상품을 5,000원 정액할인 후 10% 할인을 중복 적용하면 (10,000-5000)*0.9=4,500원이 됩니다.

게다가 정률할인의 최대금액이 적용되어 있어서, 그 상이함이 보다 복잡하게 계산되어 집니다.

이렇게 되면 적용순서에 따라 소비자에게 유불리가 발생합니다.

물론 판매자가 적용순서를 정할 때는 정률이냐 정액이냐가 아니라 이벤트할인, 제조사할인, 카드사할인, 쿠폰할인, 점포자체할인 등 할인의 성격에 따라 순서를 정할 것이므로, 소비자의 유불리는 그때그때 다를 것입니다.

(대개는 불리하겠지요? 이제는 이런 것도 공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드사에서 이벤트 시 유의사항 적어 놓는 것처럼.)

그런데요... 문제는 생각하지 못한 곳에 있었습니다.

이마트에서 계산을 할 때, 상품의 바코드를 읽어 들이는 순서대로 계산이 이루어집니다.(이 부분은 직원에게 재차 물어서 확인 받은 내용입니다.)

항정살을 먼저 찍었으니 항정살에 대해 할인을 적용하고, 남은 할인 금액을 소불고기에 적용한 것입니다.

만일 소불고기를 먼저 찍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같은 가격이 나올까요?

놀랍게도 아닙니다.

<계산 B>

1. 소불고기 먼저 계산하면, 원가 48,000원의 축산10% 할인 4,800원을 적용하고 팩 당 정액 5,000원 할인을 적용하면, 48,000*0.9-15,000=28,200원입니다.

2. 항정살 원가 48,000원에 축산10% 할인 잔액 200원을 적용하고 이벤트할인 50%를 적용하면, (48,000-200)*0.5=23,900원입니다.

3. 합계 52,100원이 나옵니다.

실소를 금치 못하겠네요.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똑같이 상품을 구매하였는데,

A는 항정살의 바코드를 먼저 찍고, B는 소불고기의 바코드를 먼저 찍었다면,

A는 54,400원을 지불하고, B는 52,100원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이게 알려지면...

이제 이마트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찍느냐로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대혼란이겠지요.

이와 관련해서, 경우에 따라 무엇을 먼저 찍는 것이 유리하냐를 계산하여 알려주는 앱이나 유튜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세간에 유행하는 말로, 대환장파티가 벌어질 겁니다. ㅎㅎㅎ

이마트는... 할인을 하지 말든지, 정액이나 정률로 통일하든지, 중복 할인을 없애든지, 복수의 상품에 적용하는 할인을 없애든지, 이도 저도 불가능하면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할인 적용의 순서(시스템)를 다시 구성하든지, 정말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미 바코드 찍는 순서로 손해를 본 사람들(위의 A)의 경우는 마땅히 보상을 해 줘야할 것이고요.

대환장파티 맞지요?

[matrix]

신세계 유니버스를 오늘 야심 차게 런칭했는데 ㅎㅎ, 이마트 갈길이 먼 것 같네요...^^

[모모]

오늘 이마트 동네 지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문의한 지 무려 9일 만 에요. ㅎㅎㅎ
지점에서는. 자신들 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서 본사에 문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사에서는 9일 만에 결제 프로그램 상 문제를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랍니다.
제가 다시 물었죠. "찍는 순서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면, 순서를 몰라서 금액이 더 나온 사람은 손해 본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다음 번에 방문할 경우 고객센터로 와서 차액을 돌려준다고 고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점 매니저 왈, "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본사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대화는 끝났습니다.

하... 기업의 소비자에 대한 예우가 아직 멀었네요.
저 같은 경우가 저 하나 일 지, 전국적으로 수천 명일 지 모릅니다. 하지만 고작해야 몇 천 원 차이 이고, 아무리 많아 봐야 다해서 몇 백만 원 되지도 않을 것인데... 이걸 안 하네요.
이런 것은 한국소비자원에 알리면 시정이 될까요? 참... 씁쓸합니다.

[광급]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이마트를 너무 높게 평가 하나 봅니다.
이런 일은 현장의 문제가 의사 결정자들과 신속히 공유되지 못하고고 시의 적절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아무리 봐도 이마트의 미래는 걱정 스럽네요.
그나저나 참 재밌는 걸 찾아내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