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선 1수필집 『발신인 없는 택배』
남상선 수필가의 1수필집 『발신인 없는 택배』가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되었습니다. 1~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내었다. 1부는 온혈가슴 녹색-사랑 온정 배려 보은, 2부는 온혈가슴 남색-협력 헌신 의지 극기, 3부는 온혈가슴 적색-비판 경계 반성 교훈, 4부는 온혈가슴 무지개색-평화 행복 존경 동경 등의 카테고리로 글의 성격일 밝히고 있다.
남상선 수필가는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에 수필 2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대전과 충남의 중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자로 저명한 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따뜻한 가슴과 사람 냄새가 없어 우리 모두가 공멸할 수는 없다. 우리가 비운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성을 부활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성 부활의 삶을 위해서 서로의 장갑이 되고 사로의 배터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피차간에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 아니, 사람냄새 풍기는 따뜻한 가슴으로 서로의 마중물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람한테는 사람 고유의 체취가 있어야 한다. 사람한테 짐승 냄새가 배어 있어 코를 씰룩거리게 해서는 아니 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 서평
남상선 수필가의 작품 2편을 읽으면서 교육자의 순정한 영혼을 만났습니다. 크고 작은 내면의 갈등을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한 인간 승리의 표본을 보았습니다. 진솔한 삶을 투영하는 작품에서 가슴 울리는 정서를 공유하였습니다. 「발신인 없는 택배」, 「사랑스런 갑(甲)의 횡포」에서 일상의 보람과 즐거움도 공유하였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감동이 가슴에 먹먹한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발신인 없는 택배」는 삶의 희로애락이 압축되어 나타납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보람과 행복을 느낄 때쯤, 교통사고로 배우자를 잃고 심상(心傷)해 합니다. 그때 제자의 선물을 받음으로써 작은 위로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하여 일상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계기가 오롯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는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당시에 <나는 ‘발신인 없 는 택배’의 힘으로 힘들게 세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호사(好事)에 마(魔)가 ‘하나’ 낀 것이지만, 그것은 혜량할 수 없는 아픔으로 작용하였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교직 말년에 나에게는 축복의 봇물이 터진 것 같았다. 행운 같은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영세 직후 대전시교육청 추천 9박 10일 뉴질랜드 호주 해외여행, 12월의 모범공무원상 수상, 해를 이어 12월에는 제 10회 TJB교육 대상. 금상첨화를 실감케 했다. 전에 없었던 좋은 일들이 약속이라도 하고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례 후의 일들이어서 은총으로 내려진 선물 같았다. 천주교에 입문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마냥 인생의 화창한 봄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축년 9월 27일, 나에게는 하늘도 무너지고 땅도 꺼지는 비운이 닥쳐오고야 말았다. 그림자처럼 곁에 있던 아내가 치받는 영업용 택시를 감당하지 못하고 천국행을 한 것이다. 아내와의 동행 산책길 1ⅿ 거리가 세상에서 가장 멀고서도 가까운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을 만들고 만 것이다. 1ⅿ를 사이에 두고 운명의 길을 달리한 것이다.
― 「발신인 없는 택배」 일부
삶의 굽이에 선 그에게는 하늘에서 빛나던 해와 달도 의미가 없었을 터입니다. 오로지 그리움으로 절규할 수밖에 없는 어둠의 벽이 있었을 터입니다. 그는 천붕지통(天崩之痛)보다 더한 아내의 죽음에 눈물로 세월을 보낼 뿐입니다. 식음을 전폐하듯이 하며 살아가던 때 발신인이 없는 ‘택배’를 받습니다. 선물로 ‘한방보약’을 받아놓고 발신인을 찾습니다. 약봉지에 쓰여 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하여, 30년 전에 가르친 대전여고 제자임을 확인합니다. <상처(喪妻)의 상심(傷心)으로 삶의 의미를 잃고 걱정스럽게 산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제자가 보내준> 선물, 보낸 이의 인품과 마음에 감사하며,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나게 되는 감동적 스토리입니다.
-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