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비표 시집 『한발 물러 고요를 보다』 발간
자유시와 시조로 등단한 홍비표 시인이 첫 시집 『한발 물러 고요를 보다』를 오늘의문학사에서 ‘오늘의문학 시인선 462’호로 발간하였습니다. 홍비표 시인은 공주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평생을 교육자로 봉직한 분입니다. 대전신계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하면서 녹조근정훈장을 수훈합니다.
2016년에 ‘대전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한 후 자유시 창작을 하였으며, 2018년에 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여 시조시인으로서 겨레정신이 깃듯 시조를 창작하고 있습니다. 대전시 중구 태평로 버드내아파트에서 살아가는 대전의 대표적 신예 시인이자 시조시인입니다.
= 서평
<홍비표 시인은 1951년 충청남도 서천의 가난한 농가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성장합니다. 동족상쟁인 25의 포화소리를 어머니의 태중에서 겪었을 터이며, 전후의 신산한 세월을 감내한 세대입니다. 당시 서민들의 생활이 그러했듯이,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시인은 틈틈이 농사일을 도우면서 공부하여야 했고,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하교하였다고 회상합니다.
시인과 그 세월을 공유한 필자는 시집의 작품들이 1인칭으로 다가서는 감정의 회오리를 만납니다. 통칭 ‘25동이’들은 전쟁의 포화소리만큼이나 삶에 대한 적극성이 내면화되어, 세상을 살아내는 데에도 치열함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전흔을 떨치고 일어서기 위해, 스스로 만난을 극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대부분 이를 수용하면서 자수성가한 사람들입니다.>
<홍비표 시인의 행복에서 만난 낙타는 시인 자신의 비유적 투영이고 상징적 보조관념일 터입니다. 따라서 이 ‘낙타’는 행복을 향하여 행군하는 매개체로 존재합니다. 작품 오아시스에서 <낙타는 외로움을 지고 걷는다.>고 합니다. 시인 역시 성장기와 중년기의 삶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합니다. <아무도 곁을 허락하지 않아/ 그림자 혼자 따라오는 사막>을 외롭게 걸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절망적 상황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바람이 앞선 발자국들을 다림질하고/ 모래를 옮겨 낯선 언덕>을 만들어 길을 지웁니다. 그래도 낙타는 본능적으로 목적지를 찾아 걸어야 합니다. 그는 <방향조차 잡을 수 없는 모래벌판 위에/ 지워지지 않는 길을 그려 넣>으며, <긴 목마름을 채워주는 오아시스>를 향해 걷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작품 오솔길에도 투영되어 있습니다. <내 마음 안으로 채찍질하여/ 나만 홀로 걸을 길을 닦는다>에서 ‘새 길’을 찾아 <내면의 꽃이 피는 바람 소리/ 그치지 않는 푸른 숨소리/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오두막집’에 이르기를 소망합니다. 이처럼 멀고 힘든 길을 걸어 ‘오아시스’와 ‘오두막집’에 이른 그의 성취를 만납니다.>
<현대시의 성공 여부를 ‘살아 있는 비유’로 인식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인들은 ‘시는 비유다’라는 명제에 매달리게 되고, 살아 있는 비유를 찾기 위해 고심의 나날을 보내게 마련입니다. 홍비표 시인도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고 있지만, 그의 시혼이 빛나는 작품은 비유를 바탕으로 빚어진 것들이어서, 그는 현대시의 정곡에 다다랐다고 할 것입니다.
그는 현대시 성공의 열쇠로 작용하는 비유를 통한 이미지 생성에 능수능란합니다. 작품 물구나무서기의 <수양버들 가지마저 묶어 매고/ 냇물이 고요를 펼친다>에서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는 시인의 ‘문학적 성취’일 터입니다. 또한 시 달맞이꽃의 <황혼의 강을 건너서/ 저녁이 찾아들 즘에/ 그대는 홀로 등대가 되어/ 풍랑에 지친 나를 맞는가> 등에서 보이는 고도의 은유가 작품성을 높입니다. 그리하여 <내 사랑/ 선홍빛으로 젖어드는 밤이면/ 꿈길로 떠나 하늘을 난다>면서 나만의 별에서 사랑을 고백합니다.>
<홍비표 시인의 기도문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마력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그는 때에서 <그 어느 것보다도/ 주님의 은혜를 구할 때를/ 알게 하소서> 기도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피어나게 하소서에서 <비바람 속에 늦가을 들판을 걸어도/ 비틀댈지언정 넘어지지는 마소서> <눈보라 속에 가파른 산을 넘어도/ 움츠릴지언정 주저앉지는 마소서> <하늘에 검은 구름 햇살을 지워도/ 얼굴에 그늘 드리울망정 눈물짓지는 마소서> <세월이 두꺼운 껍질로 나이테를 감싸도/ 향기 은은한 꽃으로 오늘도 피어나소서> 등의 아름다운 소망을 승화합니다.>
―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시집 해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