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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의 종횡무진]
(김미옥 문예평론가)
은유의 모든 것
책이 산처럼 쌓여서 오늘은 눈에 띄는 책부터 간단한 독후감을 올린다.
작년에 읽고도 차일피일 미루었던 세 권의 책, 은유 시리즈다.
『은유란 무엇인가』, 『은유가 만드는 삶』, 『은유가 바꾸는 세상』은 김용규, 김유림의 공저다.
나는 독서 중에 졸탄 쾨브체시의 『은유란 무엇인가』와 키케로의 『수사학』을 다시 꺼내 읽었다.
쾨브체시의 책이 은유 이론에 대한 개론서라면 김용규와 김유림의 은유 시리즈는 은유의 생성과 해석, 배워서 활용하는 방법까지, 수사학의 실용서에 가깝다.
비슷한 실용서가 키케로의 『수사학』인데 그는 자신의 수사학 체계는 플라톤 아카데미아에서 배운 방법론을 열심히 연습한 결과라고 했다. 실제 그는 웅변가로 유명했다.
타고나는 것이 아닌 ‘훈련의 결과’라는 말은 문장에도 적용된다.
은유의 좋은 점은 우리의 언어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서로 만난 적이 없는 관념이 결합하면서 신선한 생명감을 주는 것은 문학작품에서 많이 발견된다. 그런데 여러 번 인용된 은유는 더 이상 신선한 감을 주지 않는다.
작가들의 고민이 여기서 출발하지 않겠는가?
(김용규, 김유림, '은유' 시리즈, 천년의상상, 2024. 사진=김미옥)
은유 시리즈의 『은유가 바꾸는 세상』은 은유 활용의 끝장판이다.
은유 작법의 도식화로 끝나는 게 아니다.
분석하고 해체하고 조합하기를 가르친다.
‘은유로 예술작품 분석하기’에서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말이다.
“저는 머릿속으로 음악을 연습합니다.
피아노 앞에서 실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더 많이요.
음악을 봐야만 해요.
그리고 그 곡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아주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진처럼 그대로 말이죠.”
파바로티가 공감각을 활용하는지 몰랐다.
이야말로 예술은 최고의 은유라는 표현이다.
대상 A를 대상이 아닌 그 어떤 것 B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다.
시를 쓰거나 감상할 때도 은유를 쓴다.
당신의 휴식공간 롯데는
우리를 모두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에 빠지게 한다
욕구의 끓는 기름과 조갈의 불화살을 쏴
끊임없이 당신을 상품화하고
끊임없이 당신을 당신이 소비하도록
구애한다
“여러분은 지금 롯데월드로 가시는 전철을(.....)”
욕/망/을/드/립/니/다
쾌/락/을/드/립/니/다
“내리시면 바로 당신을 진열해 드립니다.”
- 「잠실롯데월드 – 건축사회학」 부분, 시인 함성호
시의 함의는 소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욕망과 전략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하나의 자본이자 소비 대상으로 취급하고 자기를 상품화한다.
성형하고 다이어트하고 명품을 걸치는 것이 자기만족과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실은 자본주의의 허위의식의 발로라는 것이다.
물론 무인도에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은유는 사회와 정치·경제, 과학 등 모든 부분에 적용된다.
시리즈가 알려주는 작법과 분석은 문장, 스토리텔링, 사회적 현상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아니 새로운 관념을 창작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강현 기자 diak@munhaknews.com
출처: https://www.munhak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5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