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제주도라 비행기를 탈 일이 많은 저는 지갑에 항상 신분증을 지참합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신분증이 없으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할 수도 없고, 투표장에 가서 주권 행사도 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나 주택을 사고 팔 때에도 신분증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신분증은 이 사회 안에서 자유로운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보증서입니다.
레지오 단원에게 있어 신분증은 무엇일까요? 바로 ‘뗏세라’(Tessera)입니다.
레지오의 그림과 기도문이 인쇄되어 있는 종이인 뗏세라는 본디 뜻이 바로 ‘증표’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한편으로 ‘신분증’을 가리킬 때에도 사용되었던 단어이기도 합니다.
곧 로마 제국의 시민들은 뗏세라를 지참하여 자신이 로마 시민임을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에게 주어진 뗏세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원들은 뗏세라를 통해서 성모님의 군인이라는 신분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뗏세라를 소홀히 여기는 이는 그만큼 자신의 신분을 두고 성모님의 군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항상 뗏세라를 지참하고 다니라는 말을 아닙니다.
물론 뗏세라를 지참하고 다니면 더 없이 좋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날마다 혹은 수시로 뗏세라의 기도문을 바치는 것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뗏세라의 기도문을 바침으로써 세상 속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는 하늘의 시민이며,
사회의 법과 제도 속에 살면서도 성모님의 모범에 따라 성령께 순종하는 영의 사람들이고,
나약하고 부족한 죄인이지만 언제나 악과 싸워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성모님의 군임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무릇 뗏세라에 새겨진 기도문을 바치지 않는다면 이는
아무런 신분증도 없으면서도 자신을 성모님의 군인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