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허인회 |
원로 심리학자 장현갑 교수는 21년 전 인생 최대의 재난을 당했다. 미국 대학에서 안식년 휴가 중 자동차 여행을 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자신도 두 다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중상을 입고 꼼짝도 못한 채 아내와 딸이 고통스럽게 최후를 맞는 모습을 현장에서 고스란히 목격해야만 했다.
그때 나이 57세. 인생 황혼기를 앞둔 그에게 충격과 트라우마는 대단했다. 그러나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사고 6개월 만에 침대에서 일어났고, 몇 년 뒤에는 목발 없이 걸어다닐 수 있게 됐다. 이후 연구에 매진,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에 걸쳐 9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 학자로 연구업적을 남겼다.
도대체 그는 어떤 방법을 통해 감당키 어려운 고난을 극복하고 오히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됐을까.
해답은 ‘마음챙김 명상’ 덕분이었다. 그는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던 30대 시절부터 심신 건강 차원에서 우리 전래의 단전호흡과 명상을 수련했다. 이후 영남대로 옮겨 뇌과학을 연구하다가 미국에서 활발하게 시작된 ‘마음챙김’ 명상을 접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초기 불교(소승불교)의 마음수행 전통에서 유래한 명상법의 하나로 동남아에서 ‘위파사나’라는 이름으로 전해져왔다. 우리 대승불교에서 행하는, 특정 대상에 고도의 주의를 기울이는 집중명상(concentrative meditation)과 달리, 모든 대상에 마음을 열고 ‘지금 이 순간 알아차림(awareness)’을 중시하는 통찰명상(insight meditation)이다.
미국서 ‘휴대용 명상’으로 진화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과학적·의료적 체계를 갖추게 됐고, 무엇보다도 바쁜 현대 생활에 맞춰 언제 어디서든 단 몇 분의 짧은 시간에도 할 수 있도록 간편화됐다. 일종의 ‘휴대용(portable) 명상’으로 진화됐다.
사고 당시 장 교수가 연구하던 것이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였다. 미 매사추세츠대학병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자신이 배운 선불교 명상과 요가를 의료에 접목해 당시 만성 질병·통증·스트레스 환자들에게 적용해 큰 효과를 본 프로그램이었다.
장 교수는 스스로 임상실험자가 돼 MBSR 이론과 기법을 적용했다. 수년간 분투 끝에 지옥 같은 마음과 하반신 마비의 고통에서 벗어나 재활에 성공했다. 장 교수는 사고가 나기 2년 전에도 마음챙김 명상으로 목숨을 건졌다. 러시아 오지 답사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협심증 발작으로 사경을 헤매는 상황에서 의료진 도움 없이 호흡과 명상을 통한 일종의 ‘자기 치료’로 위급한 순간을 넘겼다.
존 카밧진의 MBSR 프로그램은 △만성통증 환자는 물론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등 신경증 환자 △유방암, 전립선암 등 암환자 △순환기 및 심장질환자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각종 질환에까지 효능이 널리 인정되면서 1990년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후원과 의료보험 대상 공인을 받았고, 2000년대 들어 영국, 독일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보급돼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3년 커버스토리로 ‘명상의 과학’을 다룬 데 이어 2014년 2월 다시 커버스토리로 ‘마음챙김 혁명(Mindful Revolution)’을 싣고 서구권에 불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 열풍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의료·심리 분야뿐 아니라 직장·학교·가정으로까지 마음챙김 명상이 확대된 것이다. 엄청난 경쟁과 속도, 집중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경우 CEO는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마음챙김 명상 교육을 받는다. 로이터, 제너럴 밀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도이체방크, KPMG, 글락, 이노센트, 크레디트 스위스 등 세계적 기업·은행들도 도입했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마음챙김의 대표적 신봉자였다. 인도 여행 중 명상을 접한 뒤 30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련을 했다. 그 결과 얻은 에너지와 창의력으로 애플, 매킨토시, 픽사, 아이폰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었다.
세계적 심리학자이자 ‘EQ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 미 오하이오주 8선 연방하원 의원인 팀 라이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CNN 간판앵커 출신의 앤더슨 쿠퍼도 대표적 매니아다. 마음챙김은 아니어도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도 명상 신봉자들이다.
도대체 아날로그 명상이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세계가 너무 정신없는 피로·소진 사회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최첨단 통신·교통·과학문명의 발달은 경제와 삶의 효율성은 증진시켰지만 24시간 쉴 수 없이 온갖 자극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었다. 어딜 가도 사람들 마음은 쉬지 못하고 잠도 설친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은 적고 불안과 걱정이 넘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최악에 가깝다. 사람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자살률, 이혼율은 십수년째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시대마다 고유 질병이 존재한다. 100년 전 인간의 주요 질병이 박테리아·바이러스성 등 세균성 질환이었다면 지금은 암, 심장병, 우울증 등 비세균성 질환 시대다. 마음에서 비롯된 병들이 대세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처럼 ‘정신없이(mindless)’ 살아가는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고(mindful)’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수련이다. 이 명상법과 서양 첨단의학인 행동의학(behavioral medicine)이 이상적으로 접목돼 탄생한 것이 MBSR이다.
39년간 총 2만5000여명 참여
이 수련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즉 과거나 미래로 떠도는 마음을 ‘지금-여기-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주의 집중 훈련이다.<박스 참조> 우리는 학교에서 비판적 사고력, 분석력, 논리적 추론 능력은 배웠지만 주의력과 자각(알아차림) 능력을 배운 적은 없다.
수련자는 수시로 자신의 마음과 몸의 상태, 주변의 상황, 자신의 행위를 체크(자각·알아차림)한다. 이런 알아차림을 매일 명상이나 일상생활 중에서 단순 반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잡념이 줄고 마음을 다룰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MBSR은 이를 위해 호흡법, 정좌명상, 보디스캔(몸 살피기), 하타 요가, 걷기 명상, 일상생활서 마음챙김 등 다양한 훈련기법을 가르친다. 보통 8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매주 1회 2~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 후 집에 돌아가면 매일 45분간 지정된 공식 수련을 해야 한다. 초보자는 명상 안내문이 담긴 CD를 들으면서 따라한다.
공식 수련 외에 과제물로 주어진 비공식 수련도 매일 해야 한다. 호흡할 때, 걸어갈 때, 대화할 때, 식사할 때 같이 일상 활동을 하면서도 그 행동 하나하나를 마음챙김하는 것이다.
MBSR 8주 효과는 대단했다. 매사추세츠대학병원에서만 지금까지 39년간 총 2만5000여명이 참여했는데 △면역력 강화 △건강 증진 △통증 완화 △스트레스 감소 △기억력·집중력·창의력·통찰력 등 뇌기능 향상 △공감력·유연성·자신감·대인관계 개선 △평정심·기쁨·행복감 증진 등 거의 심신(心身) 모든 면에서 평균 30~50%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캐나다 토론토대 부속병원 등 전 세계 1000개가 넘는 의료원에서 정식 프로그램으로 시행 중이며 매년 관련 논문이 1000편 이상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도소, 군대, 경찰, 소방서 등에서도 활용 중이다.
MBSR 창시자 존 카밧진 박사는 당초 MIT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활동 중 한국의 선불교를 미국에 처음 전파한 숭산 스님(1927~2004)을 만나 마음챙김 명상을 배웠으며, MBSR의 성공으로 지금은 세계적 영적 지도자로까지 부상했다.
마음챙김 명상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거나, 생각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매 순간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나타나든 그 생각을 그저 부드럽게 바라만 보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저 숨만 쉬고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신체적·정신적·의학적·과학적·철학적 함의(含意)를 갖고 있다. MBSR은 불교 수행방식에서 비롯됐지만 비종교성을 지향한다. 사실 유대교,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정신과 전통이 고루 포함돼 있다.
세속에서 구도를 찾는 길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목적 지향적·유위(有爲)적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목격할 수 있는 ‘Yes, we can!’ 구호가 말해주는 성과주의적 삶, 긍정과잉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소진되고 실존적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쉴 새 없이 노력하는데도 불만스럽고, 부족하며, 허기지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마음챙김은 우리의 이같은 ‘행위양식(Doing Mode)’을 ‘비행위양식(Non-Doing Mode)’으로 바꾸라고 권유한다. 유위(有爲) 대신 무위(無爲)로 기어 변속을 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속세를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라는 얘기가 아니다 .
바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짬을 내 마음챙김을 하라는 것이다. 사무실이나 집, 심지어 지하철이나 걸어가면서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평정, 기쁨, 행복, 지혜, 통찰력을 얻게 된다. 마음챙김 명상은 세속을 넘어선 구도(求道)가 아니라 세속에서 구도를 찾는 길이다. 스티브 잡스는 평소 명상 속에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을 관찰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때 나이 57세. 인생 황혼기를 앞둔 그에게 충격과 트라우마는 대단했다. 그러나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사고 6개월 만에 침대에서 일어났고, 몇 년 뒤에는 목발 없이 걸어다닐 수 있게 됐다. 이후 연구에 매진,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에 걸쳐 9년 연속 선정될 정도로 세계적 학자로 연구업적을 남겼다.
도대체 그는 어떤 방법을 통해 감당키 어려운 고난을 극복하고 오히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됐을까.
해답은 ‘마음챙김 명상’ 덕분이었다. 그는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던 30대 시절부터 심신 건강 차원에서 우리 전래의 단전호흡과 명상을 수련했다. 이후 영남대로 옮겨 뇌과학을 연구하다가 미국에서 활발하게 시작된 ‘마음챙김’ 명상을 접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초기 불교(소승불교)의 마음수행 전통에서 유래한 명상법의 하나로 동남아에서 ‘위파사나’라는 이름으로 전해져왔다. 우리 대승불교에서 행하는, 특정 대상에 고도의 주의를 기울이는 집중명상(concentrative meditation)과 달리, 모든 대상에 마음을 열고 ‘지금 이 순간 알아차림(awareness)’을 중시하는 통찰명상(insight meditation)이다.
미국서 ‘휴대용 명상’으로 진화
19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과학적·의료적 체계를 갖추게 됐고, 무엇보다도 바쁜 현대 생활에 맞춰 언제 어디서든 단 몇 분의 짧은 시간에도 할 수 있도록 간편화됐다. 일종의 ‘휴대용(portable) 명상’으로 진화됐다.
사고 당시 장 교수가 연구하던 것이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였다. 미 매사추세츠대학병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자신이 배운 선불교 명상과 요가를 의료에 접목해 당시 만성 질병·통증·스트레스 환자들에게 적용해 큰 효과를 본 프로그램이었다.
장 교수는 스스로 임상실험자가 돼 MBSR 이론과 기법을 적용했다. 수년간 분투 끝에 지옥 같은 마음과 하반신 마비의 고통에서 벗어나 재활에 성공했다. 장 교수는 사고가 나기 2년 전에도 마음챙김 명상으로 목숨을 건졌다. 러시아 오지 답사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협심증 발작으로 사경을 헤매는 상황에서 의료진 도움 없이 호흡과 명상을 통한 일종의 ‘자기 치료’로 위급한 순간을 넘겼다.
존 카밧진의 MBSR 프로그램은 △만성통증 환자는 물론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등 신경증 환자 △유방암, 전립선암 등 암환자 △순환기 및 심장질환자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각종 질환에까지 효능이 널리 인정되면서 1990년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후원과 의료보험 대상 공인을 받았고, 2000년대 들어 영국, 독일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보급돼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3년 커버스토리로 ‘명상의 과학’을 다룬 데 이어 2014년 2월 다시 커버스토리로 ‘마음챙김 혁명(Mindful Revolution)’을 싣고 서구권에 불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 열풍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의료·심리 분야뿐 아니라 직장·학교·가정으로까지 마음챙김 명상이 확대된 것이다. 엄청난 경쟁과 속도, 집중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경우 CEO는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마음챙김 명상 교육을 받는다. 로이터, 제너럴 밀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도이체방크, KPMG, 글락, 이노센트, 크레디트 스위스 등 세계적 기업·은행들도 도입했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마음챙김의 대표적 신봉자였다. 인도 여행 중 명상을 접한 뒤 30년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련을 했다. 그 결과 얻은 에너지와 창의력으로 애플, 매킨토시, 픽사, 아이폰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었다.
세계적 심리학자이자 ‘EQ 감성지능’의 저자 대니얼 골먼, 미 오하이오주 8선 연방하원 의원인 팀 라이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CNN 간판앵커 출신의 앤더슨 쿠퍼도 대표적 매니아다. 마음챙김은 아니어도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도 명상 신봉자들이다.
도대체 아날로그 명상이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세계가 너무 정신없는 피로·소진 사회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최첨단 통신·교통·과학문명의 발달은 경제와 삶의 효율성은 증진시켰지만 24시간 쉴 수 없이 온갖 자극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었다. 어딜 가도 사람들 마음은 쉬지 못하고 잠도 설친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은 적고 불안과 걱정이 넘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최악에 가깝다. 사람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자살률, 이혼율은 십수년째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시대마다 고유 질병이 존재한다. 100년 전 인간의 주요 질병이 박테리아·바이러스성 등 세균성 질환이었다면 지금은 암, 심장병, 우울증 등 비세균성 질환 시대다. 마음에서 비롯된 병들이 대세다.
마음챙김 명상은 이처럼 ‘정신없이(mindless)’ 살아가는 세상에서 ‘정신을 차리고(mindful)’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수련이다. 이 명상법과 서양 첨단의학인 행동의학(behavioral medicine)이 이상적으로 접목돼 탄생한 것이 MBSR이다.
39년간 총 2만5000여명 참여
이 수련의 핵심은 ‘의도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판단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즉 과거나 미래로 떠도는 마음을 ‘지금-여기-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주의 집중 훈련이다.<박스 참조> 우리는 학교에서 비판적 사고력, 분석력, 논리적 추론 능력은 배웠지만 주의력과 자각(알아차림) 능력을 배운 적은 없다.
수련자는 수시로 자신의 마음과 몸의 상태, 주변의 상황, 자신의 행위를 체크(자각·알아차림)한다. 이런 알아차림을 매일 명상이나 일상생활 중에서 단순 반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잡념이 줄고 마음을 다룰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MBSR은 이를 위해 호흡법, 정좌명상, 보디스캔(몸 살피기), 하타 요가, 걷기 명상, 일상생활서 마음챙김 등 다양한 훈련기법을 가르친다. 보통 8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매주 1회 2~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 후 집에 돌아가면 매일 45분간 지정된 공식 수련을 해야 한다. 초보자는 명상 안내문이 담긴 CD를 들으면서 따라한다.
공식 수련 외에 과제물로 주어진 비공식 수련도 매일 해야 한다. 호흡할 때, 걸어갈 때, 대화할 때, 식사할 때 같이 일상 활동을 하면서도 그 행동 하나하나를 마음챙김하는 것이다.
MBSR 8주 효과는 대단했다. 매사추세츠대학병원에서만 지금까지 39년간 총 2만5000여명이 참여했는데 △면역력 강화 △건강 증진 △통증 완화 △스트레스 감소 △기억력·집중력·창의력·통찰력 등 뇌기능 향상 △공감력·유연성·자신감·대인관계 개선 △평정심·기쁨·행복감 증진 등 거의 심신(心身) 모든 면에서 평균 30~50%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대, 캐나다 토론토대 부속병원 등 전 세계 1000개가 넘는 의료원에서 정식 프로그램으로 시행 중이며 매년 관련 논문이 1000편 이상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교도소, 군대, 경찰, 소방서 등에서도 활용 중이다.
MBSR 창시자 존 카밧진 박사는 당초 MIT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활동 중 한국의 선불교를 미국에 처음 전파한 숭산 스님(1927~2004)을 만나 마음챙김 명상을 배웠으며, MBSR의 성공으로 지금은 세계적 영적 지도자로까지 부상했다.
마음챙김 명상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거나, 생각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라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매 순간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나타나든 그 생각을 그저 부드럽게 바라만 보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저 숨만 쉬고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고도의 신체적·정신적·의학적·과학적·철학적 함의(含意)를 갖고 있다. MBSR은 불교 수행방식에서 비롯됐지만 비종교성을 지향한다. 사실 유대교,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정신과 전통이 고루 포함돼 있다.
세속에서 구도를 찾는 길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목적 지향적·유위(有爲)적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목격할 수 있는 ‘Yes, we can!’ 구호가 말해주는 성과주의적 삶, 긍정과잉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소진되고 실존적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쉴 새 없이 노력하는데도 불만스럽고, 부족하며, 허기지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마음챙김은 우리의 이같은 ‘행위양식(Doing Mode)’을 ‘비행위양식(Non-Doing Mode)’으로 바꾸라고 권유한다. 유위(有爲) 대신 무위(無爲)로 기어 변속을 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속세를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라는 얘기가 아니다 .
바로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짬을 내 마음챙김을 하라는 것이다. 사무실이나 집, 심지어 지하철이나 걸어가면서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평정, 기쁨, 행복, 지혜, 통찰력을 얻게 된다. 마음챙김 명상은 세속을 넘어선 구도(求道)가 아니라 세속에서 구도를 찾는 길이다. 스티브 잡스는 평소 명상 속에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을 관찰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마음챙김 수련의 7 원칙 1. 판단하지 말라(Non-judging) 우리는 늘 판단하거나 평가한다. 좋고 나쁨을 따지며 반응한다. 호흡 명상을 하면서 “지루하다” “잘 안 되는 것 같다” “왜 이런 걸 하지?” “아마 잘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이게 모두 판단이다. 이를 알아차리고 판단하는 생각을 멈춘다. 이후 무슨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그냥 고요히 바라본다. 이것이 마음챙김이다. ‘비(非)판단’은 MBSR의 핵심이다. 2. 인내심을 가져라(Patience) 마음은 늘 흔들리고 방황한다. 어느새 또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때 인내심이 필요하다. 자신을 비판하지 말고 알아차린 나를 격려하라. 그리고 부드럽게 주의를 다시 호흡으로 돌린다. 마음이 현재 순간에서 달아나 방황하는 패턴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또 마음이 흔들릴 때나 조급하게 달성하려는 마음이 들 때 인내심을 가져라. 3. 초심을 견지하라(Beginner’s mind) “내가 해봐서 알아.”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을수록 자기 판단과 경험을 기정사실화한다. 그래서 새로움도, 본디 모습도 보지 못한다. 초심자의 마음은 모든 것을 마치 처음 보듯이 대하는 마음이다. 어린아이 마음이자 호기심이다. 자동화된 반응이 아니라 열린 마음에서 새로움이 발견된다. 4. 믿음을 가져라(Trust) 명상 훈련에서 때로 실수하더라도 내 직관이나 판단, 느낌을 존중하라. 명상의 지도자나 교재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내 자신이나 느낌에 대해 기본적 믿음을 키워 나가라. 섣불리 내가 틀렸다고 결론 짓지 말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은 바로 나다. 5. 너무 애쓰지 말라(Non-striving) 우리의 일상 행위는 대부분 ‘목적 지향적’이지만 명상은 궁극적으로 ‘무언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유위(有爲·Doing)가 아니라 무위(無爲·Non-doing), 즉 ‘행하지 않음을 행함’이다.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허둥거리는 대신, 인내심을 갖고 오직 지금 여기를 관찰할 뿐이다. 6. 수용하라(Acceptance) 만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사실인 것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치유와 성장을 이끌 동력을 고갈시키고 있다.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적절히 대응할 힘이 발휘된다. 명상은 수용 능력을 개발해준다. 7. 내려놓아라(Letting go) 우리는 한번 마음이 무언가에 붙잡히면 빠져나오지 못한다. 본능적으로 좋으면 움켜잡으려 하고 싫으면 배척하려고 든다. 마음챙김 훈련은 이런 집착·회피하려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
실습 1 분 명상 1. 내 마음 바라보기 · 의자나 바닥에 편한 자세로 앉는다. · 등은 바로 세우고 어깨와 나머지 몸은 이완시킨다. · 눈을 감고 가만히 내 마음을 1분간 살펴본다. · 여러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짐을 단지 지켜만 본다. · 특정 생각에 사로잡혀 방황하면 알아차리고 다시 바라만 본다. 2_ 호흡과 친해지기 · 실습①의 자세를 취하고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 들숨과 날숨에 주의를 기울여본다. · 생각이 다른 곳으로 방황하면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주의를 돌린다. 3_ 심호흡 해보기 · 실습②의 자세를 취하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다. · 한 손을 아랫배에 살며시 놓는다. · 들숨 때 아랫배가 올라오고 날숨 때 아랫배가 내려가는지 확인한다. · 호흡이 잘되면 들숨보다 날숨은 두 배 천천히 한다. · 아랫배 호흡이 잘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되도록 천천히 호흡을 계속한다. · 호흡이 잘되려면 호흡 전 스트레칭이나 체조가 도움이 된다. ※ 숙달하기 위해 실습을 반복하거나 시간을 더 늘려본다. |
첫댓글 고맙습니다
유익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