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식년을 쓸 수 있는 연차가 된지 2년째. 지난해 큰 사고를 겪었지만 나를 짓이겨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아이들의 담임을 놓칠 수 없었다. 이미 2년을 담임으로 지냈던 아이들인데 말이다. 이들의 초등 6년의 갈무리를 함께 하고 싶었다. 내 몸이 만신창이지만 이들을 졸업시키고 나도 안식년을 떠나겠노라고 마음 먹었다. 그런 안식년이다. 무얼하며 안식해야 할까 여전히 어렴풋한 물음이다.
2.
이사를 했다. 6년을 같은 곳에서 지내다가 조금 더 큰 평수로, 주택이 아닌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 부동산 경기가 가장 큰 영향이었다. 이전 집 임대인 덕분에 가계약금도 날려보고 계약 시점도 네달이나 미뤄졌다. 새로 계약한 집으로 이사하는 당일까지 잔금이 들어올 수 있나 전전긍긍하며 밤을 지새웠다. 다행히 잔금이 들어왔다. 아파트에 거의 처음살아보다시피 하니 많은 것이 새로웠다. 갖가지 가전, 집기, 모든 것을 내가 채비해야하는 터. 조금 더 큰 평수 아파트만 봐왔었는데, 이만한게 어딘가 싶다. 혼자 살기 넉넉하고 둘이 살면 딱 알맞겠다 싶다. 아, 조금 좁을 수도 있겠다.
3, 4.
안식년이 시작된 3월 1일부터 지금까지 주에 대여섯차례는 아침에 운동을 하고 있다. 3월달엔 무식하게 공복 유산소를 주구장창 돌리고 근력운동을 했다. 4월이 된 지금은 근력운동을 2시간 가량 하고, 마무리로 인터벌 유산소 운동을 40분쯤 하고 있다. 학교에 오고나서 잦은 술자리(이게 가장 크다.), 잦은 야근, 기력 소진으로 인해 늘 몸이 땡땡했는데. 안식년에 몸을 만들어서 복귀를 해야 다시 잦은 술자리, 잦은 야근을 대비할 수 있을 거 같아 말이다. 덕분에 체지방만 6kg가 빠졌다. 근육은 2.6kg가 붙었다. 앞으로 체지방은 4kg만 더 빼야지.
5.
운동만 하면 아쉬우니 날마다 한 끼는 꼭 식단을 한다. 술자리가 있는 주말 그다음 날 해장이 필요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술자리도 되도록 일주일에 한 차례쯤으로 잡는다. 고구마, 구운달걀, 샐러드, 닭가슴살(한끼통살 이거 진짜 추천), 바나나, 사과를 먹는다. 다행히 그리 질리지 않는다.
6.
저녁엔 꼭 일반식을 한다. 배달음식을 되도록 먹지 않고, 직접 해먹는다. 밥솥을 샀으니 밥을 왕창해서 냉동실에 얼려놓는다. 밥도, 국도, 카레도 한 솥 해두고 얼려둔다. 7월 말부터 한, 양식 조리사 자격증 학원에 다니는데 도움이 될만한 메뉴들은 아닌 거 같다. 살림이 어렵거나 힘든 사람은 아니었으나, 시간과 정신의 여유가 있으니 집안 살림이 이리 자연스러운지 몰랐다. 설거지를 하면 꼭 싱크대를 행주로 닦고, 다 쓴 집기와 그릇은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청소도 자주하면서 깨끗해지는 집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세차는 왜이리 귀찮은지.
7, 8.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시간 여유도 있으니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곁을 비워두려고 한다. 배드민턴, 축구, 자동차 동호회에 들어갔다. 그 무엇보다 근 20년을 틱틱대고 서로 헐뜯고 거친말도 가리지 않고 하는 여섯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 힘들고 어려워 보일 땐 평소와 다름 없는 말로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가지만, 속속들이 서로를 더 보듬고 당겨주려는 내 친구들.
다가오는 5월에 대만을 가려고 했는데 지진이 끊이질 않아 오사카 노포 맛집 투어를 다녀올 예정이다. 6월엔 6학년 체험학습 보조를 하러 간다. 7월부터는 조리사자격증 학원에 다녀한다. 틈틈이 토익과 토플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근황이다. 오랜만에 타이도 하고 양복도 입어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sns에 올린 제 근황이에요. 저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식구들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안식년 떠난 선생이 식구들에게 몇 차례 인사를 해야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글 남겨요. 다들 다시 만날 그날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하셔요:)
첫댓글 어머.. 선생님!! 완전 잘생겨지셨어요.
선생님 건강한 삶 보기 좋아요
안식년 제대로 보내구 계시네요 👏👏👏
와 선생님~ 반가운 근황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좋은 사람들과 만남, 건강한 몸, 영어 공부까지 스스로를 잘 돌보며 지내시는 거 같아 마음이 좋아요💐
깔끔한 살림과 음식 만들기 넘 멋진 거 같아요~ 특히 배드민턴과 축구도요 활력있고 생동감 느껴집니다! 건강히 지내시다 뵈어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글을 보니 너무 반가워요!
꼭 건강하셔요~
어쩐지... 어제 뵈었는데 뭔가 날씬하고 젊어진 느낌이었어요~ 운동하시는구나!! 아자아자!!
아파트 좋죠? 장단점이 있겠죠... 좀더 큰 평수 이사를 축하드리고요, 뭔가 선생님 주변에서 다양한,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네요! 또 안부 남겨주세요~ 저희도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건강함 몸과 마음🙂 홀쭉(?)해지신 선생님 궁금해서 보고싶네요 ㅎㅎㅎ
알차고 풍성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 되시길요!
아이코..안그래도 멋진 청년이 요리까지 잘하시면 어쩌나요..근황 전해주셔서 너무 반갑네요..^^
우와 선생님 다른 사람이 되서 돌아오실것 같아요! ㅎㅎㅎ^___^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해요!^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