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에서/회군이냐 진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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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입구 주차장에서 이곳 백련사까지는 약 6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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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타박대며 구천동계곡 여기저기를 들여다보고 따라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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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해찰을 조금 부리면서 2시간 반가까이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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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에 도착한 시각은 얼추 12시가 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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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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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이 허술하고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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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정상까지 본격적인 산행을 할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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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어떻게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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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해결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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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만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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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되었는데 출출한 배를 다스릴만한 것이 어디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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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에서 점심공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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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의 구내매점은 컵라면을 판매한다고 써놓았지만 직원은 보이지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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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어느 한적한 곳에 약수터 하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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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배를 우선 물로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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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점심을 싸가지못하던 그시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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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벙대기만하였지 산행을 하면서 점심생각을 하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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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김밥덩어리하나 사오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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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대가리가 없어도 천리만리 엄청나게 정신나간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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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대피소까지 2.5키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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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시간 2시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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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오르막길이 우리앞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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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를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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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기서 내려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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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군이냐 진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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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파나 주전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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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도회군하는 이성계의 4대불가론이 별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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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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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없이 나오는 것이 이유요 핑계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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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면 또 나오는 것이 그럴듯한 명분이요 주장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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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갈등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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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속 계산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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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결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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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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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필요한 물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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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못하니 주린배를 어찌 채울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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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시간과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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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까지 오르는 2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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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을 거쳐 오수자굴의 다른 경로로 다시 백련사까지 내려오는 3시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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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다시 구천동계곡 처음출발지점주차장까지 2시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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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현실적으로는 맞지않은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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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하산해야하는 회군결정이 정답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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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님왈; ‘그냥 올라가지뭐! 언제 또 다시 올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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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멍하니)......(물도 없고...배도 고픈디..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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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마님의 역사관은 회군하는 타산적실리를 따진 것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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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답답하기만한 현실은 무작정 떠나고보자는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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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할지언정 그래도 미래는 거기 있을 것이니 그냥 해보는 것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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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도전이고 뭐 모험이고 하는 거창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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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산이 거기 었었고 그래서 그냥 오르는 것일뿐, 그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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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노릇의 어정쩡하고 엉거주춤한 나는 이번에도 또 마지못한 듯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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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없는 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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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거주춤!'이라 하더니 내꼴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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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에서 향적봉(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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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오르막길 깔딱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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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의 깔딱고개 관악산의 바윗고개타기는 저리가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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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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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걸음을 어이 되돌릴수 있단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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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과하나 육포통조림하나 2덩어리의 떡 그리고 막커피한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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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지걱 또 허겁지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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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이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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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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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만만세! 향적봉 1614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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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대피소에서 만난 젊은 등산객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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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마님;(체면도 잊고) 물한모금만 주시면 아니될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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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등산객;@@@@???.......(심히 무안하고 황당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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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니예요 아니예요 괜찮아요 괜찮아, 산에서 물은 피와 같은디...생명수란 말도 못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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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마님;.........(못내 서운하고 아쉬웁지만 어쩔것인가? 생명수가 맞긴 맞으니까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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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무 냉정한 젊은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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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는 엄중하고 냉혹한 현실에서 냉정하게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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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그냥 그냥 독하다~. 그 높고 험하여 젊은 날에도 되돌아 못오고 정상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내려왔건만, 그리고는 높은산은 절대로 사절!!! 발톱도 빠지고 (하기야 제대로 된 신발도 못신고갔으니) 네발 달린 짐승 흉내를 내야하는 존심 팍팍까지는험하고 가파른산을 먹을것도 준비없이... "뭣이여,시방!!"
그러니까 덕유산 꼭대기 이름이 향적봉인가? 그 날, 그 여름아침의 향적봉은 참 좋았었지, 그저 좋았었더라, 이젠 잘 기억나지도 않는 그 시절이구나. 그냥씨는 정상 소감이 어땠는고? 5학년 중급반에 언제 여그까지 와 볼 것인가?하는 생각에 엉덩이 무거운 서방을 달래고 밀어서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꼭대기에 다다른 감회를 우리 카페에 한 말씀 남겨주시면 감동할 준비가 되 있는데,,,,
첫댓글 그냥 그냥 독하다~. 그 높고 험하여 젊은 날에도 되돌아 못오고 정상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내려왔건만, 그리고는 높은산은 절대로 사절!!! 발톱도 빠지고 (하기야 제대로 된 신발도 못신고갔으니) 네발 달린 짐승 흉내를 내야하는 존심 팍팍까지는험하고 가파른산을 먹을것도 준비없이... "뭣이여,시방!!"
그러니까 덕유산 꼭대기 이름이 향적봉인가? 그 날, 그 여름아침의 향적봉은 참 좋았었지, 그저 좋았었더라, 이젠 잘 기억나지도 않는 그 시절이구나. 그냥씨는 정상 소감이 어땠는고? 5학년 중급반에 언제 여그까지 와 볼 것인가?하는 생각에 엉덩이 무거운 서방을 달래고 밀어서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꼭대기에 다다른 감회를 우리 카페에 한 말씀 남겨주시면 감동할 준비가 되 있는데,,,,
산에서 남의 손에 있는 물 한잔 달라고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 어려움을 무릎쓰고 청했건만 냉혹하게 뿌리치다니... 나쁜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