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꽃
김순일
초원에서 푸른 노래를 먹고 뛰놀던 말의 혀가 보이지 않네
말랑말랑한 파아란 말, 풀꽃들의 노래가 얼음벽에 갇혀 있네
얼음송곳 같은 말의 점령군이 섬의 요새에 높이 높이 성을 둘러치고 제 입에 맞지 않으면 하늘 말도 퇴박이네
새들이 비척비척 노래의 날개가 부러진 지 오래
벌 나비들이 비실비실 둥그런 알을 슬지 못하네
나루로 건너오던 파아란 물의 말들이 얼음 섬을 멀리 비켜 서해 소금바다로 나가네 소금룰로 귀를 싹싹 닦고 있네
설악산에서 내려왔다는 목탁이 같잖게 부처 흉내를 낸다고 난도질을 당하고 피를 쏟으면서도 얼음 박힌 섬의 초원에 파아란 종소리를 뿌리네
햇살 같은 땅 냄새 같은 물소리 같은 바람 소리 같은 파아란 말이 봄비처럼 가슴에 스며들어 속삭이네
'사랑해요!'
얼음 박혔던 말의 초원에 그렁그렁 눈물꽃이 피어나네
------------------------------------------------------------------------
『애지』 2015년 여름호에서
첫댓글 감상 잘 했습니다
3연 2행에 오타 같습니다 (알을 술지 못하네) --- 알을 슬지 못하네
마지막 행에도 오타 같습니다 (눈물꽃아 파어나네) --- 눈물꽃이 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