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는 5.1Km/ 4시간 정도 소요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만만치 않았다.
어찌나 가파른지 정말이지 쉽지가 않았다.
피아골로 내려가는 길보다 더 어려웠다.
하산길 내내 가파른 길의 연속이니 다리가 풀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무릎은 보호대가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생각지 않게 엄지발가락에서 아우성이었다.
나의 몸무게와 내려가는 탄력이 발바닥에 내리받쳐 최종적으로 엄지발가락이 이를 모두 받는 모양이었다.
이러다가는 엄지발가락이 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까마득한 옛날, 30여년 전, 학내 축제 마지막날, 하프단축마라톤대회에 복학생대표로 참가, 완주 영광을 가졌으나 엄지발가락발톱이 모두 빠지는 훈장을 함께 받았던 눈물나는 추억 한토막이 생각되었다.
복학생대표로 아무도 뛰지 않으려고 해 급하게 남의 운동화를 빌려신고 뛰었었는데 신발이 잘 맞지 않았다.
뛰다가 발가락이 아프면 도중에 그만 두면 되었으련만 꼭 완주해야 의미가 있다 하여 막무가내고집통이 되어 끝까지 완주하고 나니 엄지발가락발톱 둘이 시퍼렇게 멍이들어 흑흑울면서 모두 일어서 떠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덜컥 겁이 났다.
엄지발가락이 또 빠지면 어찌하나 걱정걱정하면서 가제걸음 하듯이 옆으로 가기도 하면서 엉금엉금 조심조심 내려갔다.
다시는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하산길을 잡지 않으리! 왜 이리 가파른고야씨?
이제나 내리막길이 끝나나 하면 내리막길이 또 나타나고, 내리막길이 더 이상 없겠지 이번은 정말 끝이겠지 해도 또 내리막길은 계속되고 하산길 내내 거의 내리막길 뿐이었다.
법계사가 나오고
로타리대피소가 나올 즈음
우리의 돌부처 정환으로부터 연락이왔다.
돌부처왈;‘법계사 전방 1.2Km에 와 있노라’
유붕자원방래불역열호!
벗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얼마나 반가우며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우린 내려가고 돌부처님은 올라오시고 중간 어느 지점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웬일인지 아무리 내려가도 돌부처는 보이지 않았다.
돌부처 비스무리도 없었다.
희동;‘어디 있는고야, 돌부처옵하?’
돌부처;‘법계사는 이미 진즉 지났는디....’
희동;‘뭐시@#$$ 법계사를 지났다공@@@’ ‘우린 지금 삼거리에 와있는디...’
뭔가 잘못 꼬여버린 것이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돌부처님을 기다릴 겸 우리 천왕봉하산기념 탁족이나 함세그랴.
우리는 이때다 싶어 모두들 삼거리 계곡물에 이틀동안의 산행피로를 풀어놓았다.
‘사랑으로’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으로
흥얼중얼대었더니 모든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
지리산 계곡물은 탁족에 그렇게 좋은 것인지 세상천지가 달리 보였다.
이틀산행의 모든 피로고달픔이 탁족으로 씻겨나갔다.
‘아니오메시방! 어떻게 하면 고로코롬 늘씬쭉쭉한 다리가 아직도 가능하당가?’
갑자기 희동넘이 럭셜양과 봄순양을 향하여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로 날카로우나 까칠까칠한 멘트를 날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사자들이 놀라자빠지지도 않고 크게 부정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강한 긍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럭셜양과 봄순양은 그날 지리산 계곡에서 만천하에 늘씬쭉쭉한 다리를 뽐내며 보여주었다.
‘참말이여, 정말이랑게! 하얗게늘씬쭉쭉!’
우리는 ‘사랑이여’ 또 ‘사랑으로’ 흥얼대면서
산행의 끝마무리 하산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 돌부처, 중산리 탐방소에 있구마!’
법계사에서 내려온다고 하였는데 언제 또 중산리 탐방소까지 내려갔다는 말인가?
신출귀몰이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가 탁족하는 사이,
우리가 늘씬쭉쭉하며 ‘사랑으로’‘사랑이여’ 중얼 흥얼대는 사이
돌부처님은 인간사애정사만사 세속일에 관심없어 훌러덩 그냥 날아갔단 말인가?
그는 법계사운행버스를 슬쩍타고 내려왔다고 하였다.
이제는 돌부처님도 진화하여 세속의 편의를 마다하지 않게 되었으니 우리사는 세상 좋은 세상이 된 것이었다.(계속)
부록;Blue Love
첫댓글 부처의 깊은 뜻을 어이 범생들이 헤아릴손?
설마 이젠 내리막 길이 끝나겠지... 하였으나 또 이어지고 또 또 이어지고 아이고 무시라... 발톱이 빠진 줄 알았다니 월매나 고생했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