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바짓가랑이가 자주 젖는다
공광규
소변보고 오줌을 털면 왼쪽 바짓가랑이가 자주 젓는다
왜 항상 왼쪽이지?
의식하고 털어도 왼쪽 가랑이가 젓는다
군대 가기 전 두 친구와 방안에 나란히 누워
돌팔이 의무병 출신 직장 선배한테 포경수술을 받을 때
표피가 잘못 잘린 탓이다
술집에서 좌측이 자꾸 젖어서 나오는 나를 보고
선후배들은 천상 좌파라고 놀린다
난 좌파가 아닌데
거시기가 왼쪽으로 삐뚤어져
항상 왼쪽이 젖어 있으니 생리적 좌파라고 놀린다
그건 그럴수도
그렇다면 내 포경수술 동기는
돌팔이 실수로 거시기가 우측으로 굽었으니
생리적 우파라고 놀림을 받고 있을까
지난 태극기집회에도 열심히 나갔을까
이젠 이런 시시한 것에도 가져다 붙이는 좌파
말만 좌파 룸펜 좌파 깜박이 좌파들 땜에
정직 투명 양심 공적업무 이런 건 모르고
배임 횡령 근무태만만 아는
친일문학상 심사자와 수상자
이름만 좌파 출판사 사장 같은
이런 놈들 때문에 좌파 근수가 안 나간다
이런 놈을 경제범으로 감옥에 처넣지 않은 것은 께름칙하다
거시기가 좌측으로 굽은 걸 의식해서 흔들었는데
또 왼쪽 바짓가랑이가 몇 방울 젖어 있다
이 생리적 좌파
- 『모든:시』 2017년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