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사람
장혜령
잊지 못합니다
흰 개의 그 마지막 눈빛을
트럭에 태워지던 날, 자신의 운명을 물으며
찡긋거리던 검은 코의 물기를
어려서 알았지요
우리는 자라서, 어딘가에 실려 하염없이 떠나게 된다는 것을
곡마단 남자들을 보며 배웠지요, 그 여름
소독차가 동네를 한 바퀴 돌 때면
짖는 법을 잊은 개처럼
뒤를 쫓으며
연기 속에서 많은 친구를 잃었지요
돌아보지 않고 맹렬히 뛰다가,
내려치던 파이프 소리
벽돌, 유리병, 또 무언가가 차례로 부서지는 무서운 소리를 들으며
붙잡히지 않기 위해
살았지요 집이 없는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고백하던 그 손, 잊지 못합니다
부모가 없는
동시에 여러 나라에서 온 슬픔
그래서 사랑했습니까
손가락과 손가락을 머뭇거리게 하던 모든
깨질 것 같은 두려움, 석류처럼
여기 있습니까
다락방의 더러운 침대에서
물이 떨어지는 지붕을 바라보면서
저녁에 먹을 마지막 빵 한 조각을 아끼고 누워 있을 때
사랑은 멀고
슬픔은 아교처럼 엉겨왔지요
살고 있나요
신발만 남고
불타버린 현관 앞에서
그래요 나는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죠
-계간 《시와 사상》 2018년 가을호
첫댓글 음
한
때
슬픔 없이도 흐르던 눈물이 길을 적시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