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묵상
2024. 5. 13. 부활 7주. 화요일. 사도 마티아
사도 1:15-26
그 무렵 어느 날 교우가 백이십 명가량 모여 있었는데 그 자리에 베드로가 일어나 이렇게 말하였다. “교우 여러분, 예수를 잡은 자들의 앞잡이가 된 유다에 관하여 성령께서 다윗의 입을 빌려 예언하신 말씀은 정녕 이루어져야만 했습니다. 그는 본래 우리 열두 사람 중 하나로서 우리와 함께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주님을 판 돈으로 밭을 샀습니다. 그러나 그는 땅에 거꾸러져서 배가 갈라져 내장이 온통 터져 나왔습니다. 예루살렘의 시민들이 모두 이 사실을 전해 듣고 그 밭을 그들 말로 ‘아겔다마’라고 불렀습니다. ‘피의 밭’이 란 뜻입니다. 시편에 ‘그의 집을 폐허로 만드시고, 아무도 거기에 드는 이 없게 하여주십시오.’ (시편 69:25)
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여주십시오.’ (시편 109:8)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오시는 동안,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예수께서 우리 곁을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줄곧 우리와 같이 있던 사람 중에서 하나를 뽑아 우리와 더불어 주 예수의 부활의 증인이 되게 해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바르사빠라고도 하고 유스도라고도 하는 요셉과 마티아 두 사람을 천거한 다음 이렇게 기도하였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아시는 주님, 주님께서 이 두 사람 중 누구를 뽑으셨는지 알려주십시오. 유다는 사도직을 버리고 제 갈 곳으로 갔습니다. 그 직분을 누구에게 맡기시렵니까?” 그리고 나서 제비를 뽑았더니 마티아가 뽑혀서 열한 사도와 같이 사도직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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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제자, 마티아
예수님의 제자 가리옷 유다는 스스로 유대의 지도자들을 찾아가 예수를 체포하는데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자기 스승께서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해 맹렬히 싸울 분이라 생각했는데, 끝까지 정치 활동을 거부하자 배반하기로 작심한 듯합니다.
유다의 죽음은 매우 끔찍하게 묘사되는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사고로 죽었는지는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입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합니다. 유다의 배신으로 결원이 생겼고 120명이 다락방에 모여 기도한 후 제자를 뽑았습니다. 오늘 본문이 전하는 제자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예수께서 우리 곁을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줄곧 우리와 같이 있던 사람 중”에서 뽑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공생애 내내 함께 있던 사람이 제자가 되고,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자를 새로 뽑는 방식도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합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 제비뽑기입니다. 그만큼 제자(사도)라는 직분은 힘겨운 자리입니다.
제비를 뽑는다는 것은 죽을 사람을 정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 시절이었습니다. 증인 된 삶으로 자신을 던질 사람을 뽑아 세웠고 전승에 의하면 마티아 사도 역시 해외 선교 활동을 하던 중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끼로 죽음을 당했다고 전해져서 그의 성화에는 도끼가 등장합니다.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사는 삶, 그러기 위해 사람을 선출하기 위한 마음가짐, 사실은 매우 생각이 많아지고 숙연해지는 장면입니다.
공동체의 리더이자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겨야 하고 심지어 제일 먼저 잡혀서 순교를 각오하는 자리가 지도자의 위치였다는 사실, 교회는 이렇게 태생부터 힘이 아닌 섬김과 희생 그리고 헌신과 열정의 피로 세워진 공동체입니다.
그 값진 희생의 바탕 위에 세워진 교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또한 진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