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산문집 <산다는 것은>에는 ‘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그 일곱 가지는 눈·귀·코·혀·몸의 다섯 감각기관이 느끼는 희로애락애오욕.
책은 60여편의 짧은 글들을 일곱 가지 욕망(情)의 무늬에 따라 분류하여 묶어낸 것이다.
<산다는 것은>의 글들은 “살았다, 썼다, 사랑했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오랜 병이라는데...작가의 말;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산다는 것’은 오랜 병을 앓는 것과 다름 없다.
‘산다는 것’은 왜 오랜 병인가. 오욕칠정때문이다.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가지 정이야말로 모든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빛깔이고 도덕률이라 할 것이다. 인생관이란 것도 알고 보면 사람이 오욕칠정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가느냐는 기준에 불과하다.
01 기쁨
/봄 꽃들 때문에 미치겠다!
-어디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든 꽃나무들은 하나같이 맑게 세수하고 난 어린아이처럼 환하고 고요한데, 나이 든 나만 흥분해서 공연히 꽃나무들 괴롭히며 하루 종일 서성거린다.
바쁜 식구들은 아마도 오늘 귀가가 늦을 모양이다. 나는 지는 매화꽃을 보다가 저무는 햇빛을 보다가 또 건너편 북악의 숲을 본다. 이른 봄 저녁의 숲은 고요한 현자의 얼굴 같다.
봄밤의 한때는 천금에 값하고
꽃에는 맑은 향
달에는 그늘이 있구나/소동파의 春夜
달빛이 비친 매화를 보니 더욱더 술맛이 깊다.
첫댓글 '산다는 것은.' 박범신님의 에세이.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내게 되었다. 우리 기러기벗님들께도 일독을 권한다. 시간되는대로 간추린 내용을 정리해서 기러기방에 올려보기로 하였다. 진부한 '행경'이야기 보다는 신선하가찌비?
산다는 것에 대한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들,,,, 이제 이런 제목에 눈이 더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