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avo Järvi/Frankfurt Radio SO - Mozart, Symphony No.41 in C major, K.551 'Jupiter'
모차르트는 1788년 6월부터 8월에 이르는 짧은 시기에 걸쳐, 교향곡 39번부터 41번까지의 최후의 3대 교향곡을 작곡했다. 이 세 작품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창작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작품으로서 ‘신이 통치하는 성역’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또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오페라 <돈 조반니>, <마술피리>와 비견되는 깊은 정신세계를 드러내고 있어 기악곡의 표현적 가능성의 정점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 악장에 푸가가 들어 있는 특이한 교향곡
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들 가운데서도 ‘주피터’라는 부제가 붙은 교향곡 41번은 베토벤 이전에 작곡된 교향곡들 가운데 최대 규모의 교향곡이다. 이 교향곡에 붙은 ‘주피터’라는 별명은 하이든의 후원자이며 바이올리니스트 겸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요한 페터 잘로몬이 붙인 것으로, 그는 1819년 10월 20일에 에든버러에서 이 교향곡을 연주할 당시 이런 부제를 처음 사용한 이후 1821년 3월 26일에 열린 런던 필하모닉협회 연주회에서도 사용했다. 과연 이 교향곡은 그리스 신화에서 모든 신들의 제왕이었던 주피터의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고 장대한 규모의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은 장대한 규모로 인해 신 중의 신인 주피터의 이름을 붙였다.
‘주피터 교향곡’은 마지막 악장에 거대한 푸가가 등장하기 때문에 ‘끝 곡에 푸가가 들어 있는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푸가’란 단일한 주제가 반복되고 모방되는 대위법적인 악곡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주로 바흐를 비롯한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하던 형식이다. 18세기 후반 고전주의 음악이 꽃피우던 시기에 살았던 모차르트가 자신의 교향곡에 지나간 시대의 음악 형식인 푸가를 사용한 것은 다소 특이한 일이다. 물론 모차르트가 사용한 푸가는 바로크 시대의 정통 푸가가 아니고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 속에서 새롭게 수용한 푸가이므로 전통적인 푸가와는 전혀 다르지만, 푸가 풍의 복잡한 성부 진행은 당시에 매우 드문 것으로 당대 청중은 푸가 스타일의 교향곡을 어렵게 느꼈다. 1798년 독일의 음악신문은 “모차르트는 멋진 C장조 교향곡에서 푸가를 사용했는데, 모차르트가 약간 지나치게 앞서간 듯하다.”고 기록했다.
이 놀라운 음악은 모차르트 생전에는 이해되지 못했다. 교향곡을 단지 즐거운 놀이 음악으로 인식하고 있던 빈의 음악애호가들에게 이것은 너무나 장대하고 심오하며 밀도 높은 텍스추어로 되어 있었고, 그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반음계주의, 대위법적인 악상은 그 사람들에게 그저 산만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었을 뿐이다. 1791년에 모차르트가 세상의 무관심 속에 외로운 최후를 맞이했을 때만 해도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1829년 모차르트의 아들 프란츠 크사버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마지막 교향곡 C장조는 기악음악 최고의 승리”라 말했고 당대의 많은 음악가들이 그의 말에 동의했다. 모차르트의 기악 언어는 당대 청중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적이었기에 모차르트의 ‘주피터 교향곡’은 작곡가의 사후 38년이 지난 후에야 ‘기악음악 최고의 승리’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처음에 제시되는 주제는 관악기와 현악기의 전합주로 제시되는 힘찬 느낌의 전반부와 현악기만으로 조용히 응답하는 후반부로 나누어져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윽고 부점리듬을 강조한 관악기와 팀파니의 연주와 현악기의 하행 모티브가 화려한 분위기를 더하며 주피터의 당당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화려한 제1주제 후에는 부드럽고 우아한 제2주제가 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되고 목관의 부드러운 음색과 중복된다. 당당한 제1주제와 우아한 제2주제는 서로 대비되고 조화되며 생기가 넘치는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2악장: 안단태 칸타빌레
느린 템포의 우아한 악장으로 약음기를 낀 현악기의 음색이 특징적이다. 약음기란 줄을 받치고 있는 브리지에 부착해 음량을 약화시키고 음색을 변화시키는 장치이다. 고전주의 음악에서는 주로 느린 악장에서 좀 더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표현하기 위해 약음기를 끼고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2악장 도입부에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으로 연주된 유려한 선율은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듯 매우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물결치는 듯한 32분음표의 유연한 흐름과 섬세한 선율의 움직임, 그리고 모차르트 특유의 투명한 애수가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하지만 이 선율은 갑작스러운 큰 소리로 방해를 받곤 하는데, 이는 마치 무례한 태도로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순수 기악곡에 말하는 듯한 방식을 도입해 극적인 효과를 얻어낸 모차르트의 독창성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다.
3악장: 미뉴에트. 알레그레토 - 트리오
프랑스 궁정 귀족들의 사교댄스인 미뉴에트로 되어 있어 3박의 맥박이 잘 느껴진다. 전곡은 하행하는 선율의 움직임이 기본이 되며 당당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주는 알레그레토 부분과 관악기의 노래에 응답하는 현악기의 스타카토가 전개되는 트리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트리오의 뒷부분에는 4악장에서 사용될 푸가의 기본 주제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나기도 한다.
3악장은 프랑스 궁정의 댄스인 미뉴에트로 되어 있어 3박자의 우아한 기품이 잘 느껴진다.
4악장: 몰토 알레그로
소나타 형식과 푸가 풍의 기법이 절묘하게 혼합된 대단히 정교한 음악이다. 이 악장에서 푸가의 기반이 되는 ‘도-레-파-미’의 네 음 모티브는 중세의 옛 그레고리오 성가의 크레도(Credo, 신경)의 선율에서 온 것으로 모차르트는 이미 이 주제를 교향곡 33번(1779)에 사용하기도 했다. 마치 신앙고백을 반복하듯 끊임없이 반복되는 크레도 선율과 다섯 가지의 피날레 주제가 마법처럼 얽히며 전개되는 동안 숨 막히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Nicolaus Harnoncourt/COE - Mozart, Symphony No.41 in C major, K.551 'Jupiter'
Nicolaus Harnoncourt, conductor
The Chamber Orchestra of Europe
Grossersaal, Musikverein, Wien
1991,12.05
추천음반
1. 모차르트 교향곡의 전통적인 명반으로는 카를 뵘이 지휘하는 빈 필의 연주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안정되어 있는 뵘의 해석이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2. 마치 전류가 흐르듯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빈 필의 연주도 추천할 만하다.
3. 고악기 연주의 날렵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하는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의 음반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4. 한편 좀 더 과격한 악센트를 원한다면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로열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음반이 적당할 것 같다.
글 최은규 (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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