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네 살 박이 사내아이가 엄마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새파란 때타월을
반은 쥐고 반은 흘리면서
해죽해죽 웃으면서 엄마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아이쿠, 내 새끼, 잘도 미네. 요 이쁜 내 새끼......’
아이의 볼에, 아이의 입에, 쪽쪽 소리가 찰지게 달라붙는다
엄마는 간지러워 그만, 깔깔깔 넘어 간다
물방울도 깔깔깔 터지고 또 터진다
꽃잎 같은 이쁜 아이와 눈 한 번 더 마주치려고
고개를 자라처럼 빼, 뒤를 한 번씩 돌아다본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몸이 사르르 밀착 된다
엄마의 얼굴에 봄이 연신 자지러진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저 앞에서 하르르 무너져 내린다
둘레가 어찌나 반짝이던지
손을 잡고, 온탕으로 들어서는 母子의 환한 모습이 마치,
올림픽 시상대에 선 영웅 같이 느껴지다
겨울들판
천둥 우레까지
熱戰의 가을까지 다 겪어봤다
무엇이 더 두려우랴
다만, 가을을 겪고 나니
요행이 없는 저 들판,
내가 한없이 넓어져 있음을 알겠다
생각해 보면
들판이 왜 들판이겠나
혼자 아닌
바람과 땡볕과 혹한과 함께 판을 벌린다는 말이지
언 땅 속의 보리처럼
주먹은 추위 속에서 불끈 쥐는 것
해보자 까짓,
벌릴 틈만 있다면야
한가락 하는 저 추위도 나는 당찬 의욕으로 달게 받겠네
바다여인숙에서
나를 바다여인숙까지 끌고 간 것은 그래, 그건 순전히 몰락이였다 내가 몰락을 순순히 수락한 것도 바로 그 바다여인숙의 첫 밤이였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몰락과 한 몸이 된 셈이다 수락하고 보니 이렇게 편할 수 있는 걸, 내 자신을 왜? 짐승처럼 피해 다니기만 했을까, 허름한 불빛이 허름한 生을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은, 천 날 만 날 물안개에 싸여 나처럼 글썽이는 바다여인숙, 썰물에 쓸려쓸려 눈치 하나는 빨랐다 무엇보다 나는 늙수레한 숙박계의 뱃고동 같은 퉁명한 친절이 덥석,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 된다 귀가 늙은 숙박계는 귀신 같이 갈매기들의 몸부림을 손바닥 보듯이 훤히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바다는 대충 몇 시부터 잠에 곯아떨어지는가에 대하여, 몇 시쯤이면 동해가 해를 머리에 이고 일어서는가를, 그리고 나는 열쇠 없이도 드나들 수 있는 창이 있는 바다 한 칸을 부탁하기도 했다 내가 바다에게 몸을 맡기고 있을 동안은 몰락은 잠시 나를 피해 어디론가 꼭꼭 숨어버렸다 새벽까지도 내 가슴에 등대처럼 환히 불이 켜져 있었던 걸 보면, 밤새도록 파도소리가 나의 살갗을 파먹도록 다만 나는 몰락하는 달빛만 아름답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 또한 그랬으면 하고, 바다여인숙처럼 홀랑 벗은 채
나 토종이야
숙이 니는 시인인데 밥뜨비이가 뭐꼬,
촌에서 나온 지가 언제인데
시인이면 표준말을 써야 되는 거 아니가?
종종 만나 밥을 먹는 옛 친구가
밥뚜껑을 밥뜨비이라고 한다고 킥킥거리며 놀려댄다
야들아, 앞으로는 각중에 연락하지 말거라
나 알고 보면 억시 바쁜 사람이대이-
이 문디 가시나 각중에가 뭐꼬
야 때문에 사람 죽겠네 아이고 배야,
밥을 다 먹자마자 걸쭉한 디저트가 또 연타를 날린다
숙이 니는 그 뭐야, 카리스마가 없어서 시인 안 같다
좀 예민하던지 새침하던지
우리들 하고 뭔가 쪼매 다른 구석이 있던지,
지랄들하고 자빠졌네
의성 육 쪽 마늘이 뭐, 도시 마트에 나와 있다고 그 맛이 변하남?
나 토종이야 왜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