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헤쳐보다 늦었어. 그동안 벗고 다녔나? 옷은 없고 버스는 떠났네. 그래도 가고 있어. 아침엔 손이 시리다가 낮엔 등이 땀에 젖어. 뒤꿈치를 까는 구두. 누구는 패딩이고 누구는 탱크 톱. 배꼽이 보여. 정신없는 포즈들. 스카프를 떨궜네. “저기요, 이거 바닥에 떨어졌어요.” 파운데이션을 주문했는데 너무 진한 베이지가 왔어. 뜯어서 환불도 안 되는데. 여기는 이런 기후야. 가능하면 손해 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버스는 꽉 차서 흔들리고 앉을 자리는 없어. 경계가 접히고 팔다리가 구겨지고. 그래도 가고 있어. 옆 사람은 재채기하고. 얼굴에 침이 튀고. 이제야 턱에 치약 자국을 닦았어. 그래도 다행이지. 통영에서 온 멍게 트럭이 지나가네. 본드로 겨우 붙인 속눈썹이 덜렁거려. 동서남북이 너덜거려. 늦지는 않을 거야. 아니 열심히 늦을게. 감기에 걸리고. 선인장 같은 종말이 온대도. 아! 시 발, 가고 있다고 했잖아! 뒤죽박죽 영문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