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범위
사공경현
인간의 범위는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하다고 알려져 있다 생각을 할 줄 알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면 일단 인간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인간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특징이다 개체마다 다른 생각의 차이만큼이나 천차만별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슬기로운 자라는 호모사피엔스는 포유류에 속하는 특정한 동물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인격’을 갖추면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람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인간류는 허다하며 그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국가는 일단 직립보행하고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외양을 갖추면 인간으로 인정한다 나아가 호적을 등록하고 존엄할 권리와 도덕과 규범 준수라는 의무까지 부과한다
이 세상을 한시적인 학교로 생각한 조물주는 애초에 인간의 범위를 확장해 놓았다 잡다한 인간류가 섞여 살며 부대끼면서 공부하라는 취지다 세상에서는 호모사피엔스 중간 정도의 진화 과정에 있는 부류를 ‘인간’이라 부르고 그 이상 수준의 인간을 ‘사람’이라고 명명한다 ‘인간’ 이하 단계의 인간을 ‘짐승 같은 인간’, 그 하위 수준을 ‘짐승보다 못한 인간’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조물이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준 이하의 인간들에게는 인두겁이라는 투명한 가면을 씌워 놓았다 하여 도둑이나 강도 강간 사기범 같은 부류는 짐승 같은 인간으로 분별된다 짐승들도 목숨을 다해 새끼를 보호하는데, 자식을 죽이는 아비가 있고 부모를 살해하는 자식도 있다 이러한 패륜과 살인자 등은 짐승보다 못한 인간 범주에 속한다 한편, 살신성인이거나 대자대비하거나 세상의 빛이 된 고매한 인격을 가진 최상위 수준에 있는 소수의 사람을 ‘성인’이라 칭하며 인간 진화의 최종 단계로 인식한다
인간은 오랜 세월 진화를 계속해 왔으며 상위 수준으로 거듭 발전하기 위해 광범위한 인간류의 복마전에 던져진 고립무원의 존재와 다름없다 그러니, 인간들이여 정신 바짝 차리고 인두겁에 휘둘리거나 인간으로 만족하지 말고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할지라
----애지 여름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