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겨울편' ㅡ 어부/ 김종삼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여 '광화문 글판'이 희망을 담은 메시지로 새옷을 갈아 입었다
광화문 글판 '겨울편'은 김종삼 시인의 시 '어부'에서 가져왔다. 김종삼 시인은 절제와
여백의 언어를 통해 한국 순수시의 지평을 넓힌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평범한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것이 내일을 살아갈 기적을 만드는 힘이된다는 의미로
새해에도 더 큰희망을 갖고 지신의 삶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리인생은 파도에 출렁이고 때론 풍랑을 만날 때도 있지만 희망을
잃지않고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일상의 기적이 찾아온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고단한
현실이지만 내일의 기적을 기다리며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 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글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편'은 지난 8월말 선보인 '광화문 글판 30년 기념편'에 이어 시민공모로 선정했다.
글판 디자인은 작은 고깃배에서 낚싯대에 의지해 고래를 잡으려 애쓰는 어부의 모습을 통해
삶의 역경 속에서도 미래의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를 형상화 했다.
광화문 글판은 지난 1991년 부터 30년째 거리를 오가는 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이번 '겨울편'은 내년 2월 말까지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과 강남 교보 타워에
등에 걸린다.
어부 /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 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의 '어부' 全文―
이해와 감상
이시는 인간의 삶을 어부와 고깃배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인생은 출렁거리는 바다위에 떠있는 고깃배와 같은 것이다.그렇기에 풍랑에
뒤집히는 고통의 나날을 보낼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화사한날을 기다리면서
현실의 고통을 이겨나갈 수 있다.시인은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를 떠올린다.
노인이 사투끝에 뼈만 남은 고기를 안고 해안으로 돌아와 삶의 새 희망과 힘을
얻는다는 작품을 떠올림으로써 현실의 삶은 미래적 가치로 인해 이겨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2연에 이르러 시인은 지금까지 살아온 기적이 앞으로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하고 있는데,이것은 현실에 대한 낙천적인 세계관이 잘 나타난 구절이다.그렇
기에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낙천적인 세
계관을 보여 주고 있는 이 작품의 시인은 삶에 대한 우울한 인식을 떨쳐버리
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시의 한계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냉정한
들여다 보기라 할 수 있다.
김종삼(金宗三) 시인
출생,생몰: 황해도 은율 (1921년3월 19일~1984년 12월 향년 63세)
학력 : 일본 도요시마(風島)상업학교 졸업
데뷔 : 1953년 신세계 시 '원정(園丁)'발표
수상 : 1971년 현대시학 작품상,1983년 대한민국 문학상
김종삼 시인 詩選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남산과
서울역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아닌 시인 이라고
술래잡기 / 김종삼
심청일 웃겨 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후 심청은
눈가리개 헝겁을 맨 채
한 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안 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북치는 소년 / 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 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 처럼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저수지 가에 김종삼 시인의 시비가 서있다
저수지 둘래길
고모리 저수지 풍경
저수지 수변 카페
고모리 저수지가 <고모 호수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소흘읍 공동묘지에 김종삼 시인의 양친묘소가 있다.
어머니 / 김종삼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는 아들 넷을 낳았다
그것들 때문에 모진 고생만 하다가
죽었다 아우는 비명에 죽었고
형은 64세 때 죽었다
나는 불치의 지병으로 여러번 중태에 빠지곤 했다
나는 속으로 치열하게 외친다
부인터 공동묘지를 향하여
어머니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세상에 남길 만한
몇줄의 글이라도 쓰고 죽는다고
그러나
아직도 못 썼다고
불쌍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
첫댓글 좋은 글
감상 잘 하고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