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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꽃 무궁화 이야기
국가와 상징 - 무궁화
세계 각국은 국가의 표상으로 국기(國旗), 국가(國歌)와 더불어 국화(國花)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표상물은 고대 국가에서 부족이나 집단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여 오던 것이 근대 국가로 접어들면서는 국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정하여 쓰고 있습니다.
국화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서 온 국민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특정한 꽃이나 식물을 국화로 정하기 시작한 기원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 길이 없으나, 대체로 19세기 중엽에 들면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왕실의 문장(紋章) 또는 훈장이나 화폐 등에 표상으로 널리 쓰이게 된 꽃을 자연스럽게 국화로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나라꽃은 그 나라의 고유한 식물이나 보편화된 자생 식물로서 국민성을 나타낼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거나, 그 나라의 자연과 역사, 문화와 특수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거나, 그 나라의 존폐 및 흥망성쇠가 담긴 중요한 전설 또는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나라꽃은 이상의 내용에 근거를 두고 법으로 제정한 나라도 있지만 온 국민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 오던 꽃이 자연스럽게 굳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대개는 그 나라의 고유한 식물이 나라꽃으로 정해지지만 외래 식물로 정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미 정해진 나라꽃이 특별한 계기로 법에 의하여 다른 꽃으로 바뀌는 예도 있습니다.
또한 나라꽃은 한 나라를 상징하고 있으므로 나라마다 다르고 한 국가에서 한 종류의 꽃이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 종류의 식물이 여러 나라의 꽃으로 통용되기도 하고 한 나라에서 두세 가지의 국화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나라꽃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국민 모두가 나라꽃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동안 국가나 민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고취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국화로서의 무궁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표상물로 태극기, 애국가 그리고 나라꽃 무궁화가 있습니다. 태극기와 애국가에 대해서는 제정과 채택, 공포 등에 대한 확실한 규정과 근거가 있으나 국화인 무궁화는 뚜렷한 법령 규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궁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었으며 우리 겨레의 민족성을 나타내는 꽃으로 인식되면서 나라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나라꽃이 무궁화임을 알고, 또한 여러 문헌에도 무궁화가 우리의 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궁화가 국화로 제정된 정확한 근거에 관해서는 서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실정이다.
신라 효공왕 때와 고려 예종 때에는 외국에 보내는 국서에서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이라 표현한 만큼 무궁화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일제의《조선총독부 고등경찰사전》에,
“고려조시대에는 전 국민으로부터 열광적 사랑을 받았으며 문학상·의학상에 진중한 대우를 받았는데 일본의 사쿠라, 영국의 장미와 같이 국화로 피어 있다가, 이조에 들어서 왕실화를 이화로 정하매 무궁화는 점차로 세력을 잃고 조선 민족으로부터 소원해졌든 것인데 20세기의 신문명이 조선에 들어오매 유지들은 민족사상의 고취(鼓吹), 국민정신의 통일 진작에 노력하여···.”
라고 기록되어 있음을 보아 무궁화가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화(李花)가 이씨 왕조의 문장이 되어 무궁화가 조선을 대표하는 꽃으로 표현되지는 못하였으나, 여러 문헌과 작품에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이홍직의《국어대사전》에,
“무궁화는 구한국 시대부터 우리나라 국화로 되였는데 국가나 일개인이 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 대 다수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옛부터 ‘근역’ 또는 ‘무궁화 삼천리’라 한 것으로 보아 선인들도 무궁화를 몹시 사랑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라고 하여 조선 후기인 개화기(開化期)를 거치면서 다시 무궁화를 우리나라의 상징화(象徵花)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를 상징하는 꽃을 나라꽃이라고 합니다. 나라꽃은 그 나라에 널리 퍼져 있고 그 민족이 좋아하며 그 나라의 역사나 신화(神話), 전설(傳說)에 관련하여 정해집니다.
무궁화는 우리의 나라꽃으로서 꽃이 주는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서 비롯된 상징성의 풍부함으로 명료(明瞭)하게 우리민족을 상징합니다. 무궁화는 미적 가치(美的價値)이전에 민족의 역사와 전통과 성품에 어울리는 꽃입니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은자(隱者)의 나라, 군자(君子)의 나라, 백의민족(白衣民族) 등으로 불리어 왔으며 무궁화는 이러한 우리 민족의 정서를 상징하여 줌으로써 오랜 역사 동안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우리 민족과 나라꽃 무궁화의 유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궁화는 사람들의 시선을 일순간에 끌어버리는 현란(絢爛)하거나 향기가 짙은 꽃이 아닙니다. 아담하고 은은한 향기를 지난 순결한 꽃으로 무궁화는 은자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은자 나라의 선인(先人) 들은 흰빛을 숭상하며 수수하고 세속적 탐욕 내지 오만이 없고 점잖고, 은근하고, 겸허하며 너그러운 군자의 풍모를 지녔습니다. 이러한 군자, 은자의 덕을 무궁 화는 지니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 민족은‘은근과 끈기’의 부지런한 민족이고 지조(志操)와 절개(節槪)를 생명보다 귀히 여기는 단아(端雅)한 민족입니다. 무궁화는 이러한 민족성을 나타내는데 하루의 첫 시작인 새벽 4시경부터 피기 시작해서 질 때는 다섯 꽃잎이 하나가 되어 얌전히 오므라들어 꼭지째 떨어집니다. 다음날 아침에 수없이 피어 있는 무궁화는 전날의 꽃이 아닌, 모두 새롭게 피어난 꽃들이다.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꽃을 100여 일 동안 끈질기게 이어 피우는 무궁화는 은근과 끈기, 부지런한 민족성을 말해 준다 하겠다.
셋째, 무궁화는 토지의 후박(厚薄)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에서도 잘 자라고 정성들여 가꾸지 않아도 벌레 때문에 마르는 법 없이 잘 번성(蕃盛)합니다. 이는 숱하게 외침을 당하는 수난(受難)의 긴 역사 속에서도 삼아 남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말해 줍니다.
식물학적 무궁화
생물은 크게 동물과 식물로 분류됩니다. 식물계는 다시 18개의 문(門)으로 나누어지며 이를 크게 분류하면 균류, 조류, 선태류, 양치식물, 고사리 등으로 구성되는 무관유배식물문(無管有胚植物門)과 소철, 소나무, 삼나무, 은행나무 등의 나자식물문(裸子植物門), 그리고 활엽수, 초본류로 구성되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이 있습니다.
무궁화는 침엽수 계통이 아니기 때문에 피자식물문에 속합니다. 피자식물은 다시 두 장의 자엽(子葉)을 갖고 줄기에는 개방유관속이 있으며 잎이 그물맥인 쌍자엽식물강(雙子葉植物綱)과 한 장의 자엽을 갖고 유관속은 산재하며 잎이 나란히맥인 단자엽식물강(單子葉植物綱)으로 분류합니다. 쌍자엽식물에는 버들, 호도나무, 찔레꽃, 진달래, 감나무, 나팔꽃 등이 있으며, 단자엽식물에는 파, 난초, 글라디올러스, 붓꽃, 벼, 마늘, 야자나무 등이 있다.
쌍자엽식물강은 75목(目) 150과(科)로 구성되며 그 중 무궁화는 아욱목에 속하고, 아욱목에는 담팔수과, 피나무과, 아욱과, 벽오동과의 4과가 있는데 무궁화는 아욱과(무궁화과)에 속한다. 아욱과는 주로 미주와 열대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 82속, 1,500여 종이 있으나 우리 나라에는 4속 6종이 자라고 있다. 무궁화속(Hibiscus spp.)은 세계적으로 약 2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무궁화(Hibiscus syriacus L.)와 부용(Hibiscus mutabilis L.), 황근(Hibiscus hamabo S. et Z.), 닥풀(Hibiscus manihot L.)이 자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닥풀은 닥풀속(Abelmos-chus spp.)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으며 세계적으로 50여 종이 분포하고 있고 목화속(Gossypium spp.)은 30여종, 어저귀속(Abutilon spp.)은 100여 종이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어저귀(Abutilon avicennae G.)가 자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무궁화의 식물분류학상 위치는 식물계·피자식물문·쌍자엽식물강·아욱목·아욱과(무궁화과)·무궁화속에 속합니다.
무궁화 명명의 배경
가. 명명(命名)의 배경(背景)
1933년 무궁화 동산 사건 이전까지는 국내에도 수많은 종류의 무궁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실례로《양화소록(養花小錄)》에 의하면 조선조 초기에 무궁화를 주위에서 흔히 보아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궁화를 기록한 고문헌에 朱槿花, 深紅色, 五出, 揷枝卽活, 淡紅色, 五葉成花, 赤槿, 花有紫, 有白, 有粉紅, 有大紅, 千葉者 등등의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꽃 색깔이 매우 다양하였고, 꽃 모양도 홑꽃, 겹꽃 등 아주 여러 종류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 초기육성 무궁화의 명명
초기육성 무궁화의 명명은 품종별이라기 보다는 품종의 묘사수준(예 : 인위 4배성 자주 무궁화·진자주 무궁화 등)이었습니다. 당시 부르기 어려운 외국도입종의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 또는 개명하여 품종명으로서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우리 나라의 재래종 무궁화 중에도 이들과 유사한 계통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는 직접 재래종 중에서 선발하거나 재래종과 외국 도입종과의 자연방임수분에서 얻어진 실생으로부터 유사한 것을 재선발하여 품종명을 붙였습니다. 평화, 옥토끼, 눈보라, 산처녀, 첫사랑, 파랑새, 수줍어, 일편단심, 신태양, 늘사랑, 한사랑, 한보람, 한서 등이 이에 해당되는 품종이며 이들 품종은 국내육성품종으로 선발되는 연도를 명명연도로 보았습니다.
다. 제1회 무궁화 전시회 전후시기 무궁화의 명명
1972년 제1회 무궁화 전시회부터 우리의 고유한 품종명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부터 명명되어진 이름들은 우리 민족 고유의 심성과 정서를 나타내는 낱말들이 대부분이며, 친근감 있는 인명(人名) (예를 들면, 사임당, 춘향, 아랑, 아사녀, 향단, 한서, 진이, 소월, 계월향)과 지명을 사용한(설악, 임진홍, 서호향, 화홍) 명칭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라.1979년 이후 무궁화의 명명
1979년 원예시험장과 임목육종연구소에서는 새로이 육성한 품종을 관련 연구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의견을 수렴한 후 명명하였습니다. 이로써 무궁화 품종 명명하는 일에 전문성을 기하는 계기가 되어 1985년 결성된 한국무궁화연구회의 1990년 총회에서는 기존 명명품종의 이름은 그대로 두고, 동명이종인 경우는 육성자와의 협의 하에 개명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계속해서 육성되는 품종은 무궁화연구회 내 품종명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품종의 상이성과 우수성을 확인한 후 명명함을 원칙으로 했고, 기존의 육성품종 중에서 외국도입품종과 특성이 같아 구분이 어려운 종류들은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이름을 통일하고, 이들 외국품종이 다시 도입되면 우리 이름으로 부르기로 하여 여기에는 일편단심(=Pheasant Eye), 한사랑(=Mauve Queen), 첫사랑(=Ardens), 늘사랑(=Speciosus Plenus), 수줍어(=Bonjoia), 한보람(=Mimihara Hanagasa), 산처녀(=光花笠)가 해당됩니다.
또한 외국도입품종 중 도입된지 오래되어 국내 적응검정이 끝난 종류 중 우수 품종들은 부르기 쉬운 우리 이름으로 재명명하였으며, 여기에는 대덕사(大德寺花笠), 대덕사백(大德寺白), 무지개(七彩, Rainbow), 홍공작(紅孔雀), 자옥(紫玉), 루즈(Purple Rouge), 폼폰(Pompon Rouge)이 해당된다.
한편 1983년 서울농대에서는 기존 육성품종보다 더 크고 좋은 무공화가 육성되더라도 특성이 비슷하면 기존 품종명을 고수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어(문교부 학술연구 보고서) 배달, 평화, 첫사랑 등의 품종의 특성에 약간의 차이가 생기기도 하였으나 1990년 무궁화연구회에서는 기존 품종보다 우수한 특성을 한 가지 이상 가졌을 경우 가타 특성이 비슷하더라도 신품종으로 명명할 수 있기로 하였다.
또한, 1991년 무궁화연구회에서는 동명동종인 경우 선발표(先發表) 우선권에 따라 먼저 발표한 곳〈사람〉을 인정하기로 협의하였습니다.
무궁화 분류의 원칙
국내 무궁화 연구는 류달영 박사를 필두로 국내에 흩어져 있는 재래종을 수집하여 교배를 시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며, 1958년 김정석의 《colchicine처리에 의한 Robinia pseudoacacia 4종의 배수체 유도시험》이 무궁화에 대한 최초의 연구논문이며, 60년대 이후 서울대 농대에서 류달영·염도의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이전까지는 국내 자생종이나 전세계적인 무궁화에 관해서 꽃모양, 꽃색깔, 개화분포, 생육형, 잎모양 등의 전체적인 파악과 체계적인 분류가 되어있지 못했으나, 1979년 류달영·염도의의 문교부 정책과제 보고서인《무궁화선발육종에 관한 연구》에 그 동안의 무궁화에 관한 생식·생리의 기초조사 및 분류 방법이 집약되었다. 이러한 화훼적 분류의 기초이론 확립과 품종의 명명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공신력을 얻게 되었으며 육종 및 상호교잡을 통하여 무궁화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호응도도 높아지게 되었다.
무궁화의 식물·원예학적인 분류방 법을 살펴보고자류달영·염도의(1979)의 《무궁화 선발육종에 관한 연구》를 기본으로 무궁화의 종별구분을 해보면, 무궁화의 꽃색깔은 기본적인 흰색, 분홍색, 적색, 자주색, 청색과 복색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중 분홍색, 적색, 자주색은 육안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분광광도계를 이용하여 구분하여 대표적인 품종명이나 계통명을 따서 배달계, 백단심계, 적단심계, 자단심계, 청단심계, 아사달계로 분류합니다.
가. 배달계
`배달`이라는 명칭은 백의민족(白衣民族)인 한민족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육종 해낸 대형의 흰색 홑꽃 중 가장 아름답고 꽃이 큰 개체를 선발하여 '배달' 품종으로 명명하고, 이러한 흰색 계통을 배달계로 지칭하였다. 그리하여 배달계라고 하는 것은 흰색의 무궁화를 말하는 것으로, 이 안에는 홑·반겹·겹 등의 꽃이 있고, 홑꽃 안에서도 그 모양·정도에 따라 더욱더 다양하게 분류된다.
배달계의 중요한 품종을 보면, 꽃모양 I-a로 꽃잎이 가늘고 아주 순결하고 연약한 느낌이 드는‘옥토끼’품종, 꽃이 그리 크지 않으면서 꽃모양 I-b로 꽃잎이 넓은 ‘옥선(玉仙)`, I-c형의 ‘소월(素月)’품종이 있다. 또 꽃이 아주 크면서 꽃잎이 넓은 I-b형의 ‘배달’품종, 꽃잎이 더 넓고 둥근 I-c 형의 ‘한서(翰西)’품종도 있다.
반겹꽃으로는 꽃잎이 좁게 오므라들며 약간 겹꽃잎이 나있는 Ⅱ-a형의 ‘눈뫼’품종, 잎이 넓고 순결하며 탐스럽게 보이는 Ⅱ-b형의 ‘사임당(師任堂)’품종이 있다. 겹꽃으로는 Ⅲ-a형의 ‘새한’, ‘백란(白亂)’품종, Ⅲ-b형의 ‘눈보라’품종이 있다.
나. 백단심계
백단심이란 흰 꽃잎에 붉은 중심부가 들어있는 것을 지칭하며 정절과 지조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물론 단심 무늬는 적색이지만 방사맥(放射脈)과 더불어 색깔, 크기, 농염(濃艶)에 차이가 많으며, 홑꽃, 반겹꽃, 겹꽃 등이 있으므로 다양하게 분류된다. 백단심계는 백단심 1계, 2계, 3계로 분류한다.
백단심 1계는 흰색 꽃잎 바탕의 화심에 작고 강렬한 적색 및 홍색의 단심이 들어간 것을 지칭하고, 백단심 2계는 화심에 단심이 좀 크게 들어간 것을 말하며, 백단심 3계는 화심 가장자리로 꽃잎의 맥을 따라 단심이 방사형으로 확산되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백단심 1계의 꽃모양 I-b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단심이란 이름을 따서‘단심(丹心)’이라 그대로 명명하고, 백단심 3계의 꽃모양 Ⅱ-a중 우수한 특성을 가진 품종을 선발하여 화랑의 기상을 기려서‘화랑(花郞)’이라 명명하였으나‘화랑’품종은 기후 조건에 따라 꽃모양이 홑꽃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백단심 1계로 꽃모양 Ⅲ-b에 속하는 것을 선발하여 ‘설단심(雪丹心)’이라 명명하였는데, ‘설단심’은 눈처럼 흰 바탕에 꽃잎 속으로 단심 부분이 약간씩 보인다.
한편,‘설단심’보다는 잎이 크고 풍만하게 생겼고, 순백색 바탕에 약간의 연분홍빛을 띤 듯하나 좀 멀리서는 순백색으로 보이고, 가까이서 관찰하면 약간 연분홍 빛을 띤 듯도 하나 흰색의 꽃인 백단심 2계의 꽃모양 Ⅱ-c에 속하는 것을 선발하여 ‘한보람’이라 명명하였다. 또 아주 순백색의 바탕에 단심이 작게 들어가고 단심의 색깔이 아주 강렬한 적색을 띤 I-b의 꽃모양으로 잎이 활짝 펴지지 않고 약간씩 오므라드는 것을 선발, 이를 ‘일편단심(一片丹心)’이라 명명하였다.
다. 적단심계
적단심계란 그동안 홍단심계로 통칭되어 온 적색·자색·분홍색 계통을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를 통해 분류하여 적색을 띠는 종류를 모아 지칭하였으며 색채가 화려하고 꽃모양이 다양하여 많은 종류가 육종되었다.
기본 꽃잎은 긴 편이고 뒤로 활짝 젖혀 피며 적단심계로 분홍빛이 도는 적색을 선발하여 ‘아랑’이라 명명하였는데, 꽃모양은 I-b 및 Ⅱ-c형의 반겹꽃에 속한다. 또 꽃잎의 색깔이 연자주색을 띠며 붉은 아사달 무늬가 진하게 들어가 있는 Ⅱ-b형의 반겹꽃을 ‘새아사달`이라 하였고, 연한 자주색 바탕에 진자주 아사달 무늬가 엿보이는 것을 ‘평강공주’라 하였다. 꽃잎은 연분홍색을 띠며 꽃모양은 Ⅱ-c형 적단심2계에 속하는 것을 선발하여 ‘홍순(紅脣)’이라 명명하였다.
한편 Ⅱ-c형으로 겹꽃잎이 잘 발달하여 단심이 잘 보이지 않는 ‘아사녀’품종은 꽃 전체가 붉게 보이며, Ⅲ-a형의 ‘꽃보라’품종도 겹의 정도가 심하여 단심이 보이지 않고 꽃 전체가 적색에 엷은 보랏빛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꽃잎을 헤쳐보면 그 안에 단심이 있다.
라. 자단심계
자단심계는 적단섬계와 마찬가지로 홍단심계로 통칭돼 오던 것을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에 의해 분류한 종류와 청단심계 중 자주색을 띠는 종류를 모아 자(紫)단심계라 지칭하였다.
이 계통도 다른 계통과 같이 꽃모양이 다양하며 홑꽃과 겹꽃이 있다. 자생종 중에서 꽃잎의 색깔이 연자줏빛을 띠며 온화한 느낌을 주는 I-b형 자단심 2계의 꽃을 선발하여 ‘고요로’라 명명하였는데, 꽃잎은 둥글며 서로 겹쳐져 있다. 또 꽃잎이 약간 둥글게 숟가락처럼 오므라들고 있으며 진한 빨강색의 단심이 강렬하게 들어가 있어 빨간 바탕인데도 단심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홍단심’이라 명명하였다. 이것의 꽃모양은 I-b형의 홑꽃이며 꽃색깔은 자단심계에 속한다. 홍색이 가미된 자주색이 꽃잎 끝에서부터 진하게 중심으로 엷게 퍼져 있고, 꽃모양은 I-b에 속하는 것을 선발하여 ‘진이’라 명명하였다. 이 외에도 자단심계에는 자색의 강약과 꽃모양의 변화 등 매우 큰 변화를 보이는 자생종이 많다.
자단심계의 홑꽃으로는 ‘한얼’, ‘향단’, ‘불꽃’, ‘칠보’, ‘홍화랑’등이 있으며 반겹꽃으로는 Ⅱ-b 형의 ‘새아씨’가 있다. ‘새아씨’의 꽃색깔은 연분홍 바탕에 적색 단심이 겹꽃잎 뒤로 명확하게 드러나며 기본 꽃잎에는 연한 붉은색의 아사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겹꽃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내사랑’, ‘자선’, ‘세레나데’품종이 있는데 Ⅲ-a형의 ‘내사랑’품종은 단심이 잘 보이지 않으나 꽃 전체가 하나의 붉은 덩어리를 이룬다. 이렇게 겹이 지나친 것은 단심계일지라도 Ⅲ-a, Ⅲ-b, Ⅲ-c의 경우에는 단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 청단심계
청단심계는 꽃잎이 청색을 나타내는 경우로 자색과 구별하기 어려우나, 분광광도계로 청색을 나타내는 종류로서 최근에 여러 품종이 등장하고 있다.
오후가 되면서 자주색이 청색으로 변하는 종류는 청단심계에서 제외시켰다. 물론 청단심계도 단심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제1, 2, 3계로 분류되며 꽃모양도 I-a, I-b, I-c, Ⅱ-a, Ⅱ-b, Ⅱ-c, Ⅲ-a, Ⅲ-b, Ⅲ-c 등이 고루 분포한다.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국내 품종 중 I-b형의 홑꽃인 ‘파랑새’와 외국 품종 중 ‘나츠조라’, ‘블루버드’, ‘시하이’, ‘시구루마’등이 있다.
바. 아사달계
‘아사달’이란 명칭은 대표적인 품종 ‘아사달’의 이름을 딴 것으로, 흰색 바탕에 붉은 무늬가 꽃잎 가장자리 쪽으로 1/2~l/3 정도의 폭으로 나타나한 것이 보통이며, 또 다른 경우는 가는 줄이 꽃잎 가장자리를 타고 5~10mm 넓이의 띠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사달의 무늬는 한 품종에서도 좌우 어느 쪽으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꽃잎의 바탕색은 흰색이지만 분홍색을 띤 종류까지 폭넓게 분포하므로 분류가 어려운 편이다. 이 중 가장 구별이 어려운 색깔은 분홍과 자주의 중간색으로 분홍색계는 아사달무늬를 가지고 있는 종류가 많으므로 본 분류에서는 아사달계에 포함시켰다. 아사달이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꽃잎 왼쪽으로 나타나는 것을 좌아사달, 꽃잎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것을 우아사달, 꽃잎 위쪽으로 가늘게 실처럼 나타나는 것과 폭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것을 상아사달이라 한다.
아사달계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국내품종 중 ‘아사달’, ‘칠보아사달’, ‘평화’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