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5 (일) 날씨 푸른 바람
어제 아직은 꽃세상이지만 연초록 잎이 신록으로 점점 세를 펴나가는 오월이다.
며칠 전부터 채근해 시간을 할애한 내자와의 약속을 결행하기 위해 군자리로 향했다.
외로운 영혼들이 잠든 계곡으로 향한다. 연휴라 일반 국도에도 차량행렬이 즐비하다.
조금만 외딴 산허리를 돌아도 나물 내음이 진하다. 참두릅이 아릿다운 스물한살의 처녀인가
그 누가 넘볼까 온갖 가시의 보호속에서 쏘옥 잉태하여 푸른 바람결에 해맑게 머리칼을 날리운다.
군자리 공원묘지- . 거대한 영혼들이 안식처로 마치 잉카 문명의 발상지를 떠올릴 정도로 글자대로 임금의 터에 피곤한 영혼들이 천년만년 잠들어 있다. 육신은 한줌 재로 존재 자체가 연소된 재는 다시 재再란 세계를 찾아오는 이에게 떠올린다.
지난해 이곳으로 모신 장인을 알현하기 위해 들렸다. 갑자기 옆에서 소리치며 흐느낀다.
- 엄마! 나왔어, 잘 있었지 -. 그곳도 꽃 많이 피었어?
찾아온 막내 딸인지 영혼이 살고 있는 방문을 두드리며 목소리가 떨리더니 오열로 직행한다.
저 세상-. 그곳은 어디메일까? 왜 문 열고 삶에 지친 딸이 왔는데 내다보지도 않을까?
온통 꽃과 사진으로 꾸며진 방이지만 이승 사람들의 이기심이리라. 허무가 계곡을 덮고 있다.
두렵다. 누구는 재가 되어 도자기 속에 옹크려 있고 누구는 석관속에서 올망졸망 재가 되어 누워
저승을 향하니 허무가 파고들어 이내 돌아나왔다.
스르르-.
그곳을 돌아 생전 가본 적 없는 양평 쪽 대로를 달린다.
춘천 숲 자연휴양림-. 거인처럼 큰길가에서 너울너울 손짓한다.
목적도 없이 반사적으로 방향을 튼다. 글램핑, 펜션, 캠핑장으로 다소 생소하지만 처음 찾아온 곳이라 먼 곳의 그리움이 발동이다. 새롭다. 다른 휴양림처럼 거목이 숲을 이루지 않고 입구부터 허술한 감이 드니 세대 탓인가!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 남춘천 IC인접하여 서울에서 불과 40분이면 도심에서 벗어난
곳의 잇점을 살린 곳이다. 참나무 숲이 울창하다고 하지만 당도해도 시야에 나타나지 않는다.
조용히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 아내가 사무실에 들렸지만 정오라 인적이 없다고 손사래친다. 얼겹에 나도 애마를 정차하고 내려 처음 맞는 안내판을 보는 순간-----와!.
내 썬그라스가 잘못 일렁이겠지 하며 촛점을 새롭게 했지만 정차한 차가 거짓말처럼 움직이는게 아닌가! 스르르-. 분명 핸드브레이크를 잠갔는데도 P로 안하고 N으로 해서인지 고삐가 풀리다니?
나오다 반겨준 팥배나무
언젠가 송암동으로 가는 작은 절에서도 조심이란 녀석이 나를 배반해 사단이 난 적도 있어
살펴보니 혼자 생명체처럼 스ㅡ르르-. 조급해 참나무 숲을 찾아 나섰더라면 어찌되었을까?
현자(賢者)는 같은 일에 두번 다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했다. 아찔했다.
잽싸게 문을 열고 고삐를 나꿔챘다. 찰나! 풀어지기 전에 애마 등을 올라탔으니 망정이지-.
돌아오면서 몸서리쳤다. 그 앞은 내리막길이니 가속이나 붙었더라면 ㅎ
항상 도사리고 호시탐탐 방해하는 나쁜 기운들이 주변에 서성인다.
원칙 전도사처럼 항상 원칙 철칙만 주장하며 여유라곤 찾아볼수 없는 내자의 쓴소리를
오늘도 또 빗물처럼 피하지 못하고 흠뻑 맞아가며 귀가한 날이다.
안전이야말로 좋은 질서다. 백번천번 다시 살펴 보라는 신의 귀뜸이 분명하다.
조심이 방심放心이란 녀석과 특히 절대 자유를 외치는 내 곁을 떠나지 말라는 경종이리라.
재앙의 손아귀에서 탈출하자 팥배나무가 일제히 박수를 보낸다.
스르르-. 또하나의 큰 상처로 남을 뻔한 작일(昨日)이었다.(끝)
첫댓글 윗글의 느낌을 먼저 써야하는데 주차에 대한
저는 주차시 늘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긴다.
늘 평지에서 그렇게 할 필요없다고 옆에 탄 사람들은 누구나다 한마디.
출근길에 잠깐 쓰레기를 버리려 주차를 해도 시동을 끈다. 약 30초 정도이더라도.
저의 운전습관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봉긋하고 예쁜 산소앞에 가루가 되어 그곁을 지키는 오빠.
고향을 자주가는 이유는 오빠를 추억하기 위해서...
질문도 없고, 마중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없다.
저승과 이승을 논하지도 않는다.
그저 추억만 꺼내보고 돌아온다.
누에고치에서 비단을 뽑아내듯 어쩜 그곳에 다녀온 걸 이렇게 예쁘게 글을 뽑아내는지...
파킹p를하셔야ㅎ
저도 한번 이런일 당해서 큰 일 날뻔한 일 있어요 똑 같은 상황이었네요
송암동 영혼모신 곳에서는 완전 뒷걸음질치는 걸 뻔히 보면서 천길만길로 완전 폐차 ㅎㅎ 성미가 급해 아름다운
곳에 급히 하차하느라 싸이드 브레이크를 대충 ㅎㅎ 바닷가에서도 이런일로 목숨을 ㅎ 생각만 해도 오금이 ㅎ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