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산 약수의 정석, 봉화 오전약수(梧田藥水)터 <오전약수관광지>
▲ 오전약수터 주차장에 세워진 오전약수관광지 표석 |
선달산(先達山, 1,236m) 동남쪽 자락 450m 고지에 자리한 오전약수터(오전약수탕)는 일반적인
약수와 달리 탄산과
철분이 함유된 약수(藥水)이다. 이런 약수는 주로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지나는
강원도 영서(嶺西) 지방(춘천, 양구, 인제, 평창, 홍천, 정선)과 경북 산간지대(봉화,
청송)에
분포하고 있는데, 모두 교통이 불편한 첩첩한 산주름 속에 묻혀있다.
오전약수터의 오전은 점심 이전의 오전(午前)이 아니라 쑥밭을 뜻하는 한자어로 조선 성종(成
宗) 때 보부상(褓負商)이 발견했다고 전한다. 그 보부상은 서벽장과 오전리 후평장을 오가며
장사를 했는데, 산을 넘다가 너무 피곤하여 쑥밭에 벌러덩 누워 잠을 청했다. 그때 만병통치(
萬病通治) 약수가 있다는 꿈을 꾸고 놀라 깨어보니 바로 옆에서 약수가 솟는 것이 아닌가. 그
약수가 바로 오전약수라고 한다.
성종 임금은 천하에서 가장 물맛이 좋은 약수를 추천하게 했는데, 오전약수가 그 으뜸으로 뽑
혔다고 전한다. (전국 약수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음) 중종(中宗) 시절에는 풍기
군수를 지내며
소수서원(紹修書院)을 세운 주세붕(周世鵬)이 즐겨 찾았으며, 그가 남긴 4편의
약수터 찬양시가
전해오고 있다.
영남 북부 제일의 약수터로 오랜 인기를 누렸으며, 탄산과 철분이 강해 피부병과 위장병에 아
주
좋다고 전한다. 이런 약수는 사이다처럼 톡쏘는 맛이 나고, 맛이 일반 약수보다 쓴 편으로
여기에 설탕을 넣으면 거의 사이다가 된다.
약수의 성분은 탄산과 철분이 거의 절반을 이루고 있으며, 마그네슘이 1/3정도 된다. 그래서
약수터 주변이 온통 시뻘겋다. 또한 이런 물로 몸을 씻으면 건강에 좋다고 하여 약수터 부근
에 목욕탕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런 탕을 약수탕(藥水湯)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오전약
수탕이라 부름)
오전약수 같은 탄산/철분 약수는 일반 약수와 맛이 틀리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약수
를
가장 기피하여 입에 대지도 않았지, 그런데 이런 약수로 지은 밥은 밥이 파랗게 물이 오르
면서
일반 밥과 달리 꼬들꼬들하고 맛이 좋았다. 물은 싫었지만 그 물로 지은 밥은 좋았던 것
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에 탄산약수의 하나인 설악산 오색약수(五色藥水)를 오랜만에
가보았는데, 약수터가 마르도록 본전을 뽑았다. 소시(少時)적에 그토록 싫어했던 물맛이 이제
는 달콤한 물맛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몸에 좋다는 이유도 크게 한몫했지, 맛은 좀 쓰지만
몸에 좋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 슬슬 몸을 생각할 나이대가 된 것이다.
그 이후 오랫동안 그런 약수를 찾지 못했다가 이번에 이렇게 오전약수를 찾게 된 것이다.
약수터에는 거북이 석상이 물을 졸졸 내뱉고 있는데, 몇 바가지를 마셨는지 모른다. 위장병이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나 물이 몸 속에 들어가니 정말 약수의 효과인지 꼬르륵하던 뱃속이 조
용해진 거 같다. 마치 속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
▲ 오전약수터(왼쪽 6각형 정자)와 보부상 석상
▲ 탄산 약수의 정석, 오전약수터 |
오전약수탕 종점에서 무성한 숲길을 3분 정도 들어가면 6각형 정자에 자리한 오전약수터가 활
짝 모습을 드러낸다. 한참을 들어가야 나올 것 같은 신비의 약수가 싱겁게 나와버려 이게 정
말 오전이 맞나? 오후 아닌가? 갸우뚱했지만 오전은 맞다. 의심할 필요가 없다.
약수터 주변에는 그를 든든한 후광(後光)으로 삼은 식당이 여럿 있는데, 한결같이 이 물을 이
용하여 닭백숙을 내놓고 있다. 탄산 약수로 고아 만든 닭백숙은 맛도 일품이고, 몸에도 좋다
고 하여 이곳의 든든한 별미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좀 있는 편인데,
혼자 온 탓에 백숙은 먹지 않았다.
식당은 대부분 민박을 겸하고 있으며, 평일이라 다들 한산하다. 약수터도 덩달아 한산하여 혼
자 거의 전세를 내다싶이하여 물을 섭취했다. 기분 같아서는 이 약수터를 집으로 가져와 혼자
두고두고 마시고 싶지만 그럴 권한과 힘은 나에게 없었다. 선달산 산신령을 뇌물을 구워삶아
약수터를 내게 달라고 청하고 싶지만 산신령이 약을 빨지 않는 이상은 이곳의 꿀인 약수터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오전약수터는 바로 이곳에 있어야만 그 진가를 발휘하지 다른 데로 가면
죽은 약수가 된다.
오전약수터는 1986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그래서 많은 식당과 민박집이 생겨났으며, 약
수터 동쪽에는 몸을 씻을 수 있는 약수탕이 조성되어있고, 북쪽에는 근래에 인공폭포와 조그
만 공원을 닦았다. 또한 도보길 유행붐을 타고 봉화군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외씨버선길이 이
곳을
지나간다.
인공폭포와 공원은 약수터 외에는 딱히 볼거리가 없는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조성한 것
같은데
, 솔직히 오전약수와 어울리는 존재는 아니다. 이런 약수터에는 샘터과 계곡, 적당한 양의 편
의 시설(식당, 숙박업소)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며 이런 어설픈 것까지 굳이 만들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 소재지 :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99-5, 1212 (오전약수탕길 18-24, 문수로 1601) |
▲ 오전약수터 옆을 흐르는 오전계곡 (내성천 상류)
▲ 오전약수터 북쪽에 조성된 인공폭포
인공폭포 위쪽에는 넓게 공원을 조성하여 정자와 연못, 공연장을 두었다. |
오전약수터와 인공폭포 공원에서 1시간 정도 머물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 종점으로 나갔다. 외
씨버선길을 타고 두내약수탕(두내약수터)으로 넘어갈 생각도 했지만 날씨가 무더워 그건 포기
했다. 하여 일단 읍내로 나가면서 북지리 마애여래좌상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사람의 마음
이 갈대라 이내 변심하여 예전에 갔던 석천계곡(석천정사)으로 메뉴를 바꿨다. 한여름에는 뭐
니뭐니해도 계곡과 바다가 최고 아니겠는가.
봉화읍으로 나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석천계곡 입구이자 읍내 직전인 삼계에서 내렸다. 계곡으
로 들어가려던 찰라에 문득 마을 쪽에서 오래된 기와집 하나가 크게 눈빛을 보낸다. 하여 그
눈빛에 일부러 홀리며 가보니 삼계서원이란 오래된 서원이다. |
▲ 삼계서원(三溪書院) - 경북 지방문화재자료 417호 |
석천계곡 입구 북쪽에 자리한 삼계서원은 석천계곡과 닭실을 일군 충재 권벌(沖齋 權橃,
1478
~1548)을 배향한 서원이다.
1588년 안동부사(安東府使) 김우옹(金宇顒)이 권벌을 기리고자 석천계곡 입구에 조촐하게 세
웠는데, 1601년 한강 정구(寒岡 鄭逑)가 건물 이름을 지어주었고, 1660년 삼계란 사액(賜額)
을 받아 국가 공인 서원이 되었다.
1868년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의 통 큰 서원 정리 사업으로 사당과 환성문(喚惺門), 관물루(
觀物樓)가 철거되었으며, 1951년에 중건되었다. 이곳은 특히 을미의병(乙未義兵)이 한참
일어
나던 1895년 안동 유림들이 권세현(權世賢)을 의병(義兵) 대장으로 추대하며 격문(檄文)을
작
성했던 현장이기도 하다.
서원의 구조는 앞에 공부를 하는 강당(講堂)을 두고 뒤에 사당을 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
태로 좀 지나치게 커 보이는 2층 누각인 관물루가 서원 앞쪽에 자리해 있는데, 그 가운데 칸
에 문을 두어 환성문이라 했다. 허나 문은 굳게 잠겨있어 좀처럼 열릴 줄을 모른다.
환성문을 들어서면 좌우에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있고, 정면에는 강당이 자리해 있는데,
서원 철폐 당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그래서 고색
의 기운이
진하다. 강당 뒤쪽에는 사당이 자리해 있고, 서재 좌측에는 관리인이 머무는 건물
이 있으며, 동재 옆에는 1906년 사림(士林)에서 세운 신도비와 비각이 있다.
서원 주위로 돌담을 길게 둘렀는데, 오래된 마을의 돌담길처럼 정겹고 푸근한 모습이다. 서원
서쪽에는 관리인이 머무는 건물이 있는데, 그곳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나 어차
피 밖에서도 사당을 제외하고 보일 것은 다
보이므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들어가기도 귀찮
고, 그때 내 마음은 이미 석천계곡에 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삼계서원 소재지 :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삼계리 174 (생기마1길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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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장 너머로 바라본 강당과 동/서재 |
▲ 1906년에 세워진 권벌 신도비(神道碑) |
첫댓글 여름 휴가지로 가보아도 좋을거 같네여 대중교통이라 더 맘 편할거같애여^^*
석천계곡은 봉화읍내에서 매우 가깝고, 시골치고는 대중교통도 괜찮습니다. 오전약수도 그렇구요. (거의 1시간 간격)
한번 가보고 싶네여~~~
이번 여름에 피서로 한번 갔다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