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를 스치면 세로가 솟고 오른쪽을 보려 하면
왼쪽이 들이미네
콧등에 얹은 시선만으로 잡을 수 없는 방향엔
숨구멍이 필요해
서로를 슬쩍 허물고
피리라고 부르자 우리만의 호흡법을,
피에로 바지처럼 팽창한 불편을 댔다가 뗐다가
이탈하지 않는 손가락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돌아보지 마 제발, 마주치지 않는 소리는 애정과 애증 사이를 서성이며
수상한 냄새를 들려주고
어디로 흘러야 하는지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입구에 닿은 입술은
오늘을 불 것도 같고 멈출 것도 같아
여덟 개가 넘는 빛깔은 매번 달라지는 기분 때문
클로즈업된 검정은 골똘함 때문이네
눈치가 모자란다는 핑계는 그만, 같은 곳을 따라가는
검은 개미 떼처럼 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무작정 마술피리에 홀렸다는데
우리들의 질료는 색깔 닮은 바람, 초록은 동색이라 우겨도
비좁은 배후는 관계가 되질 않네
들숨과 날숨 깊은 숨과 얕은 숨이 불규칙한
불온한 계절
구멍이 그치질 않네 관자놀이가 뜨겁네
- 최연수, 시 '우리들의 피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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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어느 정권이든 협치와 소통을 강조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기억 속에는 협치나 소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서로 물고 뜯는 정글의 법칙 뿐입니다
우리들의 소통을 ‘피리’에 비유한 시를 읽습니다
마술피리를 부는 어느 사내를 따라 무작정 일렬로 따라간 아이들같이 우르르 몰려갈 뿐입니다
너와 나, 불협화음의 호흡법인 홀로인 피리도 있어서 머리가 뜨거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만진 악기도 피리였는데, 나중에는 리코더란 이름으로 바뀌더군요
혼자서 부는 악기가 어울려 합주에 이르면 감동에 이릅니다
언제나 누군가와 완전히 일치하는 호흡은 없다지만, 중주와 합주는 독주보다 큰 울림이 있습니다.
반의반만 맞아도 긍정하고 가는 일상이 더 견딜만 합니다
악보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즉흥연주로 다양함 가운데 일체감을 주기도 하네요
어젯밤 59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우리 축구가 필리핀에게 진땀승을 거두었답니다
미리 우승이라는 김칫국을 마신 뒤라 입맛이 쓰고, 다음 경기가 더 걱정이 됩니다
혼자서 부는 피리가 아니라 열 한명의 선수들이 잘 합해서 좋은 결과 얻기를 소망해봅니다
하룻길 천천히 걸으시고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