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판타지로 가득한 우엉밭 옆 낡은 주택 단지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들
우엉밭 옆 낡은 주택 단지에 사는 아이들은 아주 특별한 사건들을 목격합니다.
사람이 개구리로 변신하고, 양말이 블랙홀처럼 모든 걸 집어삼키고, 그네가 살아 움직이기도 해요.
…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언제나 마녀와 고양이가 있답니다!
*2017 폴란드 IBBY ‘올해의 책’ 선정 도서
>> 목차
쇼펜의 할아버지
숫자
회색 서류철
어린이날
두더지 여동생
드라큘라
꼬질꼬질 해리 포터와 행복의 나무
마녀 모임
빛나리–문어 머리
항해
수리수리 마수리
지루함
대체 무슨 일이?
가만있지 않겠어
개구리 공주
고사리 꽃
바다를 향해
낭만 고양이
블랙홀
체리의 마법
잊고 있던 소원
>> 책 속으로
할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이 악기 앞으로 뛰어들었다. 가장덩치큰소년은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양동이 뚜껑을 두드렸고, 가장나이많은소년은 어디에선가 낡은 침대 프레임을 꺼내 와서는 하프 연주를 하듯 녹슨 스프링을 튕겼다. 가장뚱뚱한소년은 금속관을 힘껏 불었고, 두 명의 골키퍼는 운동장 가운데에서 발레의 피루에트를 하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덤불에서 튀어나온 조그만 아기 고양이들은 잔디 위에 신나게 배와 등을 부비며 뒹굴었고, 심판을 보던 녀석은 배를 붙잡고 발을 허우적거렸다. 얼룩 고양이와 할머니는 못된 웃음을 보였다.
―본문 18쪽 중에서
가장뚱뚱한소년은 가슴을 두근대며 자물쇠에 열쇠를 끼우고 돌렸다. 백단향 냄새가 났다. 사실 한 번도 백단향 냄새를 맡아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이 독특한 향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나무 상자 속에는 바스락거리는 습자지로 꽁꽁 싼, 오래된 진짜 해군용 쌍안경이 들어 있었다. 가장뚱뚱한소년은 쌍안경을 눈에 가져다 대고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데… 동그란 뷰파인더에서 공동 마당이 보였다. 철봉 옆의 벤치에 마그다와 두더지 여동생, 잭 스패로우가 앉아 있었고, 심지어 잭은 소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본문 178쪽 중에서
마녀는 몸을 숙여 구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것을 뚫어져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널 위한 걸 넣어 두었던 것 같은데….”
마그다는 어깨 너머로 마녀를 보았다. 마녀의 손바닥에 물망초 꽃 모양 알이 박힌, 아주 오래된 금반지가 놓여 있었다.
―본문 206쪽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익숙한 현실과 낯선 환상이 마법처럼 이어지는 동화
《마녀와 고양이와 우엉밭 아이들》은 우엉밭 옆 낡은 주택 단지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두 스물한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마녀와 고양이에 의해 서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이야기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하지만 한편으로 개성 강한 아이들이 등장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 고아, 질병, 장애, 알코올 의존증, 가족 해체 등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외면하고 싶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빈틈을 공략하는 재기발랄한 유머와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개가 재미를 더해 주지요. 거기에 마녀와 말하는 고양이, 구름을 데리고 다니는 티모테우쉬, 드라큘라로 오해 받는 닥터 암브로쥐 같은 특별한 이웃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줍니다.
지치고 나약한 존재를 꼭 껴안아 주는 따뜻한 마법
주택 단지의 터줏대감인 마녀는 아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필요할 때 말없이 도와주는 든든한 어른입니다. 새로 이사 온 소년 쇼펜이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에는 마법으로 통쾌하게 복수해 주고, 암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다 빠져 친구들에게 놀림 당하는 잭 스패로우에게는 털실로 레게 머리 가발을 만들어 줍니다. 비가 내려서 축구 경기가 취소될 뻔했을 때는 마법의 지팡이로 운동장에 천막을 쳐서 무사히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해 주고, 어린이날을 앞두고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버려진 장난감을 주워 멋지게 수리해서 선물로 나눠 주기도 합니다. 마녀의 장난꾸러기 고양이도 마녀 못지않게 아이들을 도와줍니다. 주로 낡은 주택 단지의 아이들을 무시하고 얕보는 보안 구역 사람들을 개구리로 변신시키거나 끝없이 움직이는 그네에 태우는 등 깜찍한 응징 마법을 부리지만, 길 잃은 꼬마 별을 하늘로 되돌려 보내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이기도 하죠.
그런가 하면 이 책은 누구보다도 바다를 사랑하지만 다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맥주의 바다에 빠져 버린 가장뚱뚱한소년의 아빠, 가족이 해체된 뒤 날마다 슬픈 표정으로 마을을 배회하던 잭 스패로우의 엄마 등 어른들의 상처도 보듬어 줍니다. 이처럼 《마녀와 고양이와 우엉밭 아이들》에는 서로 다른 고민을 간직한 아이와 어른 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지치고 나약한 존재를 꼭 껴안아 주는 따뜻한 마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폴란드 IBBY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현대판 복고풍 동화
이 책 《마녀와 고양이와 우엉밭 아이들》을 쓴 카타쥐나 리리흐는 폴란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 코르넬 마쿠쉰스키 문학상, 바르샤바 수도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휩쓴 폴란드 최고의 동화 작가로 어린이의 깊은 내면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작가로 손꼽힙니다. 그 동안 여러 작품에서 불치병, 가족 해체, 빈부 격차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 작가는 이 책에서도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중한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동화에 재미를 더해 주는 그라쥐나 리갈의 그림에는 엉뚱한 상상력과 유머,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물씬 담겨 있습니다. 재기발랄함 속에 숨어 있는 안정감 있는 그림이 글과 어우러져 독자를 매료시킵니다.
이 책은 “일과 공부에 치여 다른 사람들에게 진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바쁜 현대인들을 매혹적인 휴식과 위로의 공간인 우엉밭으로 초대하는 현대판 복고풍 동화”라는 평을 받으며 2017년 폴란드 IBBY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 작가 소개
글쓴이 카타쥐나 리리흐 Katarzyna Ryrych
폴란드 야기엘로인스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폴란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 코르넬 마쿠쉰스키 문학상, 바르샤바 수도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최고의 동화 작가입니다. 이 책 《마녀와 고양이와 우엉밭 아이들》은 2017년 폴란드 IBBY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린이 그라쥐나 리갈 Grażyna Rigall
폴란드 그단스크 미술 학교를 졸업하고 폴란드의 화가 키에이스투트 베레즈니키의 스튜디오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한편, 디자인과 회화, 아트토이 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향인 폴란드 소포트에서 어린이를 위한 미술 수업과 아트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옮긴이 김영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폴란드어를 공부하고, 지금은 폴란드의 좋은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기상천외발명백과》, 《버섯과 균》, 《니하오, 중국》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