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예쁜 꽃
어느 산길에
아주 예쁜 꽃 한 송이와
그보다는 조금 덜 예쁜 꽃 한 송이가
나란히 피어 있었습니다.
예쁜 꽃은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예쁜 꽃이라고 뽐내며
조금 덜 예쁜 꽃을
깔보기도 했습니다.
조금 덜 예쁜 꽃은
항상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예쁜 꽃을 부러워했습니다.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도
예쁜 꽃을 볼 때마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지나갔습니다.
"야~ 저 꽃 정말 예쁜데?"
"세상에 어쩜
저렇게 예쁜 꽃이 다 있을까?"
그 때마다 예쁜 꽃은 더욱 어깨를
우쭐거리며 방글방글 웃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산길을 지나던 한 사람이
예쁜 꽃을 보자 너무 예쁘다며
'톡'하고 꺾어 갔습니다.
그 사람은 잠시 동안
산을 오르 며 예쁜 꽃을 들고 다녔지만
곧바로 싫증이 나서
그냥 길가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렇게 버려진
예쁜 꽃은 뜨거운 태양 아래
곧 시들어죽어 버렸습니다.
예쁜 꽃이 떠나고 난 후
조금 덜 예쁜 꽃은 홀로 남게 되었지만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덜 예쁜 꽃이
만들어 내는 꿀은 맛이 아주 좋아서
주위의 벌과 나비들에게 인기가
최고였기 때문이었습 니다.
조금 덜
예쁜 꽃에는 잠시 쉴 틈도 없이
벌과 나비가 찾아들
이 자연히 꽃씨가 주위의 산길
곳곳에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해 봄이 되자
조금 덜 예쁜 꽃은
또 다시 활짝 피어났습니 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긴 산길을 따라
양 쪽으로 조금 덜
예쁜 꽃이 한가득 피었습니다.
꽃이 한 송이만 있을 때에는
그 리 예뻐 보이지 않았지만
이렇게 무리지어 피어나니 작년과는 달리
산길이 너무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이제 조금 덜 예쁜 꽃은
시람들로부터 최고 예쁜 꽃으로
칭찬받 으며 산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있었습니 다.
- 이종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