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작은거인 63
도장 파는 아이
홍종의 글|김다정 그림|88쪽|175×232mm|값 12,000원
2020년 9월 18일 국민서관 펴냄|ISBN 978-89-11-12831-0 73810
■주요 독자 : 2~3학년 ■키워드 : 이름, 도장, 마음, 가족, 이해
도장 파는 일은 마음을 새기는 것과 같대요.
그 말은 진짜예요.
내가 할아버지 이름을 정성껏 도장에 새겼더니
할아버지가 아픈 것이 싹 나았다고 했거든요.
나를 나이게 하는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이 새겨진 도장.
도장의 진짜 쓰임은 무엇일까요?
내 마음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세은이 아빠는 나무나 돌에 글씨를 새기는 전각가다. 직접 도장을 파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도장 파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는 선생님이지만 할아버지가 보기엔 영 못마땅하다. 대학원까지 가르쳐 놨으니 그럴싸한 일을 하면 좋겠는데, 도장 파는 일이라니.... 할아버지는 아빠 얘기만 나오면 언성을 높이고 만다. 그래서 아빠는 몇 년째 할아버지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세은이만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다 가곤 한다. 세은이는 가축들과 한바탕 놀고 할아버지의 보물 창고로 향한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창고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는 아픈 것을 비밀로 해 달라며 세은이에게 떡살을 챙겨 주고, 세은이는 친구들에게 떡살을 자랑할 마음에 냉큼 받아들고 만다. 며칠 후 할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아빠는 자기 탓이라며 자책을 하고 세은이는 할아버지와 비밀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후회한다. 결국 할아버지는 큰 수술을 하게 되었고, 엄마 아빠가 병원에 가게 되었다. 문제는 도장 파기 체험장을 예약한 손님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손님들이 헛걸음하게 할 수 없어 세은이는 자기가 체험장을 지키겠다고 한다. 체험장을 정리하던 세은이는 나뭇가지 모양의 나무 도장을 보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한다. 대체 어디서 봤더라?
세은이가 약속값으로 받은 떡살은 할아버지가 새긴 것이다. 연꽃이 금방이라도 필 듯 생생한 떡살을 보면 아빠의 조각 솜씨는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게 분명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빠가 자신이 물려준 재능 말고 다른 일을 했으면 한다. 자신이 고생했던 길이 아닌 편하고 고운 길을 걷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도 자식이 힘들어 보이는 길을 걷겠다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 툴툴거리고 화를 낸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소리이지만, 어찌 보면 그 또한 강요이다. 겉보기에 멋지지 않아도, 많이 벌지 못해도, 본인이 행복하면 그게 가장 좋은 일이니 말이다. 할아버지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실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남몰래 도장 재료로 쓸 나뭇가지들을 준비한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곤 한다. 어른만이 아니다. 세은이 친구 희진이도 좋아하는 마음을 동빈이에게 강요한다. 진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은 내 마음을 받아줄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지켜봐주는 것임을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깨닫길 바란다.
도장은 글자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새기는 것
체험장을 지키던 세은이는 문뜩 아픈 할아버지에게 도장 선물을 주고 싶어졌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새기다 보니 저절로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고 곁에 있는 듯 할아버지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글자를 새기는 작업은 그 글자와 그 이름의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한다. 때문에 글자가 아닌 마음을 새기는 것이다.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한 획 한 획 도장에 새기는 것이다.
세은이가 도장을 파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자 친구들도 세은이의 도장 파기에 관심을 갖는다. 늘 얄밉게만 굴던 희진이가 세은이에게 도장 파는 것을 알려 달라 부탁하기까지 한다. 희진이는 자기 이름 도장을 파서 좋아하는 동빈이 물건에 죄다 자신의 이름을 찍어 놓을 거라고 한다. 마치 이름표인 양 도장을 쓰겠다는 희진이. “도장은 글자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새기는 거야. 동빈이의 이름을 새기면서 동빈이를 위한 네 마음을 또박또박 새기는 거지.” 세은이는 도장의 진짜 쓰임을 알려준다. 과연 희진이가 도장의 진짜 쓰임을 이해했을까?
<작가소개>
글 홍종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고, 1996년 대전일보신춘문예에 동화 <철조망 꽃>이 당선되어 그 꿈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계몽아동문학상, 대전일보문학상, 아르코창작기금,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똥바가지》, 《까만 콩에 염소 똥 섞기》, 《나는 누구지?》, 《물길을 만드는 아이》, 《흥원창 어린 배꾼》, 《영혼의 소리, 젬베》 외 80여 권이 있으며 그림책으로는 《털실 한 뭉치》, 《하얀 도화지》,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 등이 있습니다.
그림 김다정
쉬는 시간에는 만화를 그리고, 책 귀퉁이마다 낙서를 하던 아이였습니다. 어른이 되어 편집디자인을 하다가 역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제일 좋아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모아 온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준히 그려 나가는 것이 꿈입니다. 그린 책으로 《겁쟁이 아냐, 조심 대왕이야!》, 《한집에 62명은 너무 많아!》, 《절대 딱지》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