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작가는 일신을 위해서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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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민수 교수의 친일 미술 특강...작품의 생명도 사라져 |
"인간은 누구나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없다. 그래서 근대미술계의 거장이 죽으면 작품과 함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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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민수 교수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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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친일행적을 거론한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가 최근 원상복직한 서울대 김민수 교수가 4일 교내 두레문예관에서 ‘친일미술과 일재잔재 청산의 길’이라는 주제로 약 2시간가량 강연했다.
김민수 교수는 친일파에 의해 독립운동가의 동상 및 초상화가 그려진 것에 대해 분개했다.
그는 “친일미술가 김경승에 의해 김구 동상이 제작되었는데 이는 김구선생이 안두희에 의해 암살된 후 저질러진 또 다른 암살”이라고 지적하고 “유관순 열사의 영정이 왜곡되어 재작업에 들어갔는데 또다시 친일 미술가 장우성이 그렸다는 것은 3.1독립 정신을 왜곡한 것”이라고 탄식했다.
친일 미술가 김경승이 제작한 조형물, 전국에 있는 전봇대만큼 있다 또 그는 “김경승이 제작한 조형물은 부산에 있는 이순신 동상을 비롯해 도산 안창호, 4.19 기념탑, 3.1운동 기념비 등 전국 산하에 있는 전봇대만큼이나 많다”며 “이는 애국지사를 능멸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친일 미술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내선일체와 황국 식민화를 선동한 무기이자 대중 선동의 매체”라며 미술의 반역사성을 지적했다.
그는 장발이나 김경승과 같은 친일인사가 교육자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은 친일파를 안전하게 복제 재생산 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친일파를 대학이 받아준 것은 대학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고 이로 인해 학문의 발전을 막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강연 후반부에 “디자인은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디자인은 자기의 정신과 혼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다"면서 "이는 일제 시대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온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가 비판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일제시대 건립된 충남도청의 벽면 모양을 본떠 만든 대전광역시의 심벌마크, 5.18 광주항쟁의 정신과 전혀 무관한 5.18광주 캐릭터 등.
"친일작가는 일신을 위해서만 살았다" 또 그는 “반고흐는 죽었지만 반고흐의 작품은 아직까지 추대 받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작가가 죽으면 작품도 함께 사라진다”며 “이같은 현실은 작가의 삶과 작품이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작가의 진정성 없이 일신을 위해 살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누구든지 죄를 지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단죄하거나 반성하지 못하면 과거를 청산 할 수 없다”며 참회하지 않는 미술가들을 나무랐다.
마지막으로 그는 "친일을 청산 하려면 친일미술과 일재잔재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요즘 일본의 우경화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21세기 문화 강국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민수 교수는 최근 경제 운운하며 친일청산 불가론을 말하는 이들에게 “역사를 경제지표로 본다면 전 고려대 한승조 교수처럼 식민지 근대화론을 내세울 것”이라며 “삶을 지표상으로 볼 수 없듯이 역사를 지표상으로 거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친일청산, 열린 공동체 의식 필요 또 경제도 좋지 않은데 친일같은 지나간 일을 다시 거론해서 무엇 할거냐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서 “경제가 나쁘면 화장실도 못가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국가론을 의심해야 한다”며 “열린 공동체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를 이데올로기 문제로 삼는 의견에 대해서는 “청산되지 못한 과거 때문에 수많은 부조리를 양산 했다”며 “과거청산은 이데올로기 차원이 아닌 부조리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강연은 최근 대학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친일청산 사업의 일환으로써 서울대 일제잔재 청산 위원회 초청으로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