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 신현림
외출할 때 좌석버스를
타고 있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관람객이 되어 창밖을 보면 됩니다.
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가는 흰 구름
잠시 기분 좋은 단잠에 이끌리는 재미
인생이 참 느리게 가는 기분이에요
아마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인가 봐요
수첩에 할 일을 체크하고, 신문도 보고,
신세진 친구가 생각나면 감사전화도 하고.
그 짧은 30분 동안 참 많은 것을 합니
언젠가 버스 안에서 읽은
책에서 보니 중요한 건 메모를 해
집 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라는군요
아니면 호주머니에 넣어두던지요
나도 책에 줄 친 대목에
주문을 걸고 메모를 했습니다.
「매일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매일 더 강해지고 있다.
내가 믿기만 한다면,
나는 그것을 해낼 수 있다.」
주문을 걸면 신념이 생기지요.
집 앞 정류장에 도착했네요
버스에서 적은 메모를
집 안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놨어요
이젠 더위도 견딜 만해졌죠.
초가을엔 더 멋진
우리가 될 거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