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7,1-11ㄴ † 대사제의 기도 : 제1부
요한17,11ㄷ-19 † 대사제의 기도 : 제2부
요한 17,20-26 † 대사제의 기도 : 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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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17,20-26 †대사제의 기도 제3부
: 미래 제자들의 일치를 위해 간구함
대사제의 기도 제2부(17,9-19)는 남아있을 제자들을 위한 간구로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인 것처럼 남아 있는 제자들도 하나 되게 하시며, 그들을 세상의 악으로부터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그들도 진리를 통하여 거룩해지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오늘은 대사제이신 예수님께서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20절)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남아있는 제자들이 세상에 파견됨으로써, 이들의 복음선포와 증언을 듣고 믿음을 갖게 될 사람들, 즉 미래의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신다.
대사제의 기도 제3부(20-26절)의 내용은 제자들의 파견을 통하여 얻게 될 미래의 제자들 역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임을 본받아 하나가 되는 것이며,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깨달아 그 안에 머물러 있기를 비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도 제자들의 무리와 하나가 되어 같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된다. 그들이 제자가 되면 자동적으로 대사제의 기도 제2부의 기도내용을 적용 받게 된다. 즉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도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인 것처럼 서로 하나 되게 하시며, 이들을 세상의 악으로부터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이들을 진리를 통하여 거룩해지게 해 달라’는 대사제의 기도(제2부)를 그 날 만찬석상의 현장에서 스승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듣는 효과를 얻는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 또한 11제자와 같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세상에 파견되어 예수님을 증언할 것이며, 우리의 증언을 통하여 또 다른 이들이 예수님을 믿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믿음 공동체’의 성장원칙이다. 이 원칙은 마태오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으로 더욱 더 확실해진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세상 사람들을 모두 예수님의 제자로 삼아야 하는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아들이 있는 곳에 함께 있게 하기 위함이며, 아버지께서 천지창조 이전부터 아들에게 주신 그 영광을 그들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24절)
예수님께서는 미래의 자기 교회를 내다보시면서, 모든 세기를 통하여 당신께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들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신다. 모두가 하나 되길 청하시는 예수님의 기도에 서명(署名)하지 못할 사람은 우리 중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과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세상은 서로 상반된 체제와 이념으로 말미암아 소위 '동서의 장벽'으로 갈라져 있고, 빈부의 격차와 극단적인 가난과 낭비로 말미암아 소위 '남북의 장벽'으로 갈라져 있다.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장벽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일치의 충만함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고 있다. 고위 성직자와 일반 성직자 간, 주교와 사제, 사제들 상호 간, 사제와 신자, 그리고 신자와 신자 사이의 불신과 분열의 양상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바닷가 모래알만큼 많은 교회들 또한 저마다 각각이다.
오늘날 예수님을 주님이요 구세주로 믿는다는 그리스도 교회는 그 안팎으로 적지 않는 분열과 다툼, 시기와 질투, 긴장과 대립, 불만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평화와 일치를 갈망한다. 혹자는 일치(一致)를 부르짖고, 혹자는 다양성(多樣性)을 운운한다. 그러나 교회는 대사제의 아버지께 대한 애틋한 간구대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들의 일치는 주님께서 간절히 바라시는 일이며, 또 기도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이며, 교회자체의 본성적 특성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의 분열은 교회 본성에 대한 커다란 위반이요 범죄다.
- 박상대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