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사랑해 보신 적 있나요?
“신부님, 사랑해 보신 적 있나요?”하고 묻는 신자가 가끔 있습니다.
속으로 ‘사람 우습게보네, 세상에 사랑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담.’
하고는 “많이 해봤지요. 문제는 어떤 사랑인지가 중요하지요?”
사제로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없이 사랑을 얘기하고, 가르쳐 왔지만
정작 사랑에 대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참 힘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주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그냥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내가 사랑한 것처럼!”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제자들에게 몸소 보여준 예수님식의 사랑을 하라고 하십니다.
문득 제가 했던 사랑을 돌이켜 봅니다. 나의 방식대로 했던 사랑들,
하고 싶을 때만 하는 사랑들, 말로만 베풀었던 사랑들. 하지만
부끄러운 사실은 베푼 사랑보다 받은 사랑이 너무나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받기만 하고, 내 방식대로 사랑한 저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보라고
SOS어린이마을로 보내셨나 봅니다. 아니, 당신의 사랑과 참 닮아있는
마을 어머니들의 사랑을 가까이에서 배우라고 보내셨나 봅니다.
젊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무작정 아이들과 살고 싶어 이곳에 오신 마을 어머니들.
많게는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을 애지중지 키우시는 모습들,
아이들을 성장시켜 놓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육아전쟁과 학부모로, 은퇴하는 순간까지
한결같이 베풀기만 하는 사랑을 배우라고 ….
오늘도 사랑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있습니다.
주님! 언제쯤이면 당신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글 : 이종건(시메온) 신부 – 한국SOS어린이마을 본부장
평창 올림픽
선수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올림픽은 꿈의 무대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니…!
드디어 기다리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꿈을 꾸던 올림픽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저의 첫 목표는 선발전의 통과였습니다.
주위의 몇몇 분들도 ‘조금 늦은 거 아닐까? 나이가 많아서…’라고
이야기 했지만, 솔직히 저 자신도 국가대표로 선발되리라는
확신이나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떨어지면 어쩌지?
사람들의 염려를 무릅쓰고 출전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
이러한 마음들이 조금씩 커질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 이후 부상을 이겨낼 때 제게 동기 부여가
되었던 올림픽이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가득했습니다.
어찌나 간절했는지, 어느 날부터 연습장에 들어갈 때
얼음에 손을 대고 성호경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필요할 때만 하느님을 찾는 건 아닐까?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말할 자격은 될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하느님의 도움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함이
저를 조금 뻔뻔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느님, 저는 지금까지 저 자신을 위해서 기도해본 적이 없습니다.
늘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자격이 없다는 거 알고 있지만, 이번만은 저 자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실 당신께 저를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았던 이유는
스스로 잘해서 하느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버리고 그저 도와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겠죠.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팀에 선발되었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다시 참가하게 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올림픽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수촌 안의 작은 기도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것 그리고 연락만 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시는 신부님이 계신다는 점입니다.
올림픽 전에도 신부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올림픽 가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줘요.
미사 봉헌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할 수 있어요.’
선발전을 마치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평창올림픽은 아쉽게도 눈에 보이는 멋진 결과는 없었습니다.
멋지게 준결승전을 치르고 결승전에서 좋은 결과를 위해 달리던 중
후배 선수가 넘어져 입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저는 하느님께 다시 기도할 수 있는 용기와
뻔뻔함이 생겼고, 신부님과 둘이서만 드린 미사의 추억도 생겼고,
메달이 없어도 ‘고생했다. 자랑스러웠다.’ 말해주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저의 올림픽은 너무도 행복한 올림픽이었습니다.
다시 올림픽을 도전한다고 하면, ‘더 늦은 나이라고, 불가능할 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저는 다시 한 번 성호경을 긋고 얼음판을 나서며
기도하고 싶습니다. ‘하느님! 함께해주세요.’
글 : 곽윤기 (스테파노) 선수 – 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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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