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정각원 주지 진우스님]
심청전에서.. 물에 빠진 심봉사를 몽은사 화주승이 구해주었다.
그리고 "공양미 300석만 바치면 눈을 뜨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함부로 장담을 해도 되나?)
옛날 화주승은 그냥 화주승이 아니었다. 전설의 고향을 보면
화주승이 지나다가 목탁을 치면서 "이 집에 뭔가 있어~" 그러지 않던가?
그 절에서 가장 도력 높은 스님이 화주승으로 나오는 것이다.
심봉사는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욕심만 있었지 몰랐던 것 같다. 그럼 심청이는 어땠을까?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다고 믿었을까 안 믿었을까?
안 믿었다. 증거가 있다. 황후가 된 다음에 맹인잔치를 했는데..
아버지가, 심봉사가 맹인잔치에 오려면 눈을 떠야 되나 안 떠야 되나?
눈을 떴으면 대상자가 아니었다. 황후가 되고 맹인잔치를 한 것은
'우리 아버지가 아직 눈을 못 떴을 거야~'라는 전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 심봉사가 눈을 뜬 것은 누구 덕분인가?
심청이? 심청이가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심봉사는 여전히 눈을 못 떴다.
그럼 누구 덕분인가? "갑갑해서 못 살것네~! 내 딸이면 얼굴 좀 보자!!"
그 간절함, 사무친 간절함 때문이다.
"내 딸이면 얼굴 좀 보자!!" 하고 딲 떠버린 것이다.
누구 힘으로? 자기 힘으로 뜬 것이다.
심봉사는 어린 딸을 안고 젖동냥을 다닐 때도, 밥을 빌어 올 때도
심청이가 보고는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사무치게.. "나는 죽어도 좋고, 어렵게 만난 내 딸, 얼굴 좀 보자!!"
그런 절실함이 있었다면 다리 주물러줄 때, 어깨 주물러줄 때..
심청이가 밥을 빌어와서 밥을 차려줄 때.. 이미 그때 눈을 떴을 것이다.
물론 그때도 심청이가 보고 싶기야 했지만, 지금처럼 간절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누구처럼? 우리들이 지금 "꼭 깨달아야지~!!" 하는 마음이 그닥 절실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 아들 대학 좋은 데 가고, 우리 손주 건강하고, 남편 진급 잘 되고.. 그러면 세상 살 만하다.
꼭 눈 안 떠도, 깨닫지 않아도, 더듬더듬 하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심학규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 같으니까..^^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제일 질투나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예전에 우리 어머니 제일 자랑거리가 큰 아들이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대학에 시험을 보았다가 떨어지자
밤낮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 계셨는데 사흘 만에 일어나셨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함께 갔던 형 친구들도 다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ㅎㅎ
사실 자식 떨어진 것보다 내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제일 질투나는 사람은 같이 왔던 맹인들이었다.
"아니, 학규도 눈을 떴는데, 왜 나라고 못 떠?" "저 사람도 떴는데, 왜 나라고 못 떠?"
바꿔 말하면 "저 사람도 깨달았는데, 왜 나라고 못 깨달아!!"
이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
내 괴로움을 해결하려면 내 눈을 떠야 하고
내 눈을 뜨려면 내가 답답해야 한다.
심청이는 보살님을 상징한다.
아버지 눈을 뜨게 해주려고.. 저 법화경의 비유처럼..
심봉사는 아빠말을 잘 안 듣는 아들들처럼, 집에 불이 났는데도 노는 게 재미있어.. 안 나와..
아빠가 얘기를 해 준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카를 밖에다 갔다 놓았어. 나와서 스타트만 누르면 돼."
그럼 그런 말을 한 아버지는 사기를 친 것인가?
몽은사 화주승의 역할도 바로 이런 것이다.
공양미 300석을 바침으로써 그 인연을 짓게 해준 것이다.
만약 몽은사 화주승이 없었다면 심청전은 어디에서 문을 닫아야 하나?
심청이 어디 안 가.. 그렇게 살면 '인간극장' 되는 것이다.
눈 먼 아버지 모시고 살던 소녀가장 있었다네~ 인간극장으로 끝나는 것인데
심청이가 떠남으로써,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목숨을 던짐으로써
심청이는 보살님으로 환생하고, 보살님 덕에 심학규씨는 눈을 뜨게 되고
잔치에 왔던 맹인, 모든 맹인.. 심지어 금수 조수까지도 눈을 떴다.
이것이 부처님의 생각인 것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ㅎㅎ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