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려진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 결과는 우리의 삶과 수행에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과 통찰을 준다고 생각되어 시간을 들여서 정리해 보았다.
최근의 계속적인 과학적 연구 결과는 인간의 행복은 결코 노력없이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어린아이 같은 무위자연을 이야기하지만 성인은 결코 어린아이처럼 자연스럽게 무위가 될 수는 없다. 오직 수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1.뇌가 휴식시에만 활성화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자기공명영상(fMRI)를 이용한 연구결과, 뇌는 특정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휴식상태일 때(멍하게 있을 때)에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뇌는 쉬는 것이 아니라, 내측 전전두 피질내의 중심선 영역이 활성화되어 활동을 한다. 2001년에서야 최초로 알려졌으며,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또는 내정 상태 회로라고 부른다.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지 않고 휴식상태에서만 나타난다. 뇌가 휴식시에 생각이 무작위로 돌아다니면서 잡념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뇌는 애초부터 mind-wandering 상태를 기본모드로 가지고 있다.
2.
뇌의 내정 상태(디폴트 모드)는 산만하고 불행한 상태
하버드대 대니얼 길버트교수는 근 8000명 정도의 사람들의 기분을 실생활 속에서 측정한 결과 기분 좋은 일을 하든 기분 나쁜 일을 하든 잡생각을 많이 할수록 불행을 느꼈으며, 반면 일의 종류와 무관하게 잡생각 없이 집중한 상태에서는 행복함이 커졌다.
그런데 이런 기능은 청소년기가 지나야 나타나는데, 마음이 이리저리 산만한 상태가 디폴트 모드이고, 뇌의 내정 상태(디폴트 모드) 자체가 불행으로 세팅되어 있어 인생은 고통이라는 붓다의 말은 진리에 가깝다.
우리가 명상 도중 마음이 산만해질 경우도 디폴트 모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디폴트 모드는 여러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다. 디폴트 모드의 과다 활성화는 자신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여 무능력과 단점을 계속 반복적으로 생각하여 스스로를 가치없다고 생각하고 일부는 망상의 단계까지 도달하게 된다. 즉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정신분열증에서 디폴트 모드의 과다 활성화가 나타난다.
3.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연구가 주는 시사점
필자는 20년전 강원도 산속으로 전기도 안들어 오는 외딴 집에 공부하러 간다고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런데 편하게 노는 삼아 같이 왔던 동생이 3일만에 맨탈붕괴 상태로 집으로 되돌아간 적이 있다. 산속의 조용하고 아무 할 일 없는 상태인 디폴트 모드상태에서의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잡념에 충격을 받은 것이였다.
평생동안 열심히 일만 하다가 정년을 맞아서 편안하게 여생을 즐기며 살려고 하다가 막상 정년을 맞이하자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지며 몇 년 안에 사망하게 되는 원인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심리학의 병리학적인 관점을 비판하고 인간의 좋은 면을 연구하는 것이 정신병리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이며 대표자인 아브라함 매슬로도 은퇴한지 몇 년 후에 62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는데 원인은 억압된 분노였다. 긍정심리학의 최고 대가가 자신의 분노와 공포를 다스리지 못하고 억압하여 사망했다니...(그래서 필자는 항상 지식이나 사상이나 교학이 아니라 실제 수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인간은 힘들게 일에 집중하거나 일하는 도중의 잠깐의 휴식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뿐이지, 막상 휴식중에는 뇌는 디폴트 모드의 산만한 잡념의 상태로 돌아가 무위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휴식은 커녕, 오히려 불행한 상태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도가(道家)의 열자(列子)의 우화가 생각이 난다. 부자집 주인과 하인이 있는데 하인은 낮에는 고달프게 일하지만 밤에는 잠을 잘자며 부자가 되는 행복한 꿈을 꾸어 나날이 행복하고 건강해지는데, 주인은 낮에는 편하지만 밤에는 하인이 되어 고달프게 일하는 악몽을 꾸어 건강도 나빠지고 불행해 진다는 우화다. 경제력만으로 행복해 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4.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기능과 정신질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여러 정신 질환중 집중력결핍 과다 행동장애(ADHD)에서 디폴트 모드의 이상이 관찰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왜냐하면 디폴트 모드의 비활성화는 두뇌가 쉬고 있지 않은 상태 즉 집중력있는 과제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멍하니 딴 생각을 할 때와 어떤 과제를 집중할 때를 잘 조절하지만, ADHD 아이들은 집중력있는 상태 즉 디폴트 모드의 비활성화 상태를 잘 유지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없으면 더 좋을 것같은 디폴트 모드 상태가 왜 존재하는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관여하는 뇌 부위는 자유연상과 마음의 방황에 관여할 뿐아니라, 사고와 감정을 통합하고 우리에게 과거를 미래와 연결시키고 우리에게 자아의식을 부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따라서 정신이 공허한 알츠하이머형 치매나 자폐증에서는 반대로 디폴트 모드의 활성화가 약하게 나타난다. 디폴트 모드의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최근에는 디폴트 네트워크와 정신 건강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자폐증, 정신분열증, 알츠하이머형 치매, 집중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성 뇌손상, 강박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불안장애등 다양한 정신과 질환에서 디폴트 네트워크의 이상 소견이 보고 되고 있다.
5.
숙련된 명상가는 디폴트 모드의 비활성화와 활성화에 양쪽에 다 영향을 준다.
명상에 숙련된 사람은 이와같이 다양한 정신장애와 관련이 있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비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저드슨 박사 연구팀은 숙련된 명상가 그룹과 초보 명상가 두 그룹을 만들어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검사한 결과 숙련된 명상가 그룹에서는 뇌의 디폴트 모드 영역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디폴트 모드의 활성화는 필요한데, 숙련된 명상가 그룹에서 뇌의 디폴트 모드 영역이 활성화될 때 자기를 감독하고 평가하는 셀프 모니터링과 인지 조절을 관장하는 뇌 영역 또한 활성화 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초보 명상가 그룹에는 보이지 않았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양한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영역이다.
저드슨 박사는 “여러 정신과적 질환의 특징은 자기 자신만의 생각에 몰두한다는 것인데, 명상은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명상이 임상적으로 신경 기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위 연구도 명상 수행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꽤 오랫동안 명상 수행을 했다. 그런데 명상을 현실과 동떨어진 현실 회피적인 더 나아가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명상에 대한 연구 결과는 명상을 한다는 것은 더 현실에 가까워 지고, 더 정상적이 되고, 더 인간적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필자의 경험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명상 수행을 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명상을 했는데도 마음이 방황한다고 해서, 즉 휴식하고 있는 동안 두뇌가 원래 하게끔 진화된 대로 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비난 해서는 안된다. 뇌는 그렇게 하게끔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집중대상으로 주의를 돌리면 되는 것이다. 그게 수행이다.
첫댓글 용가리님글,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은감자님, 피안님 좋은 밤 되십시요...
글을 쓰면 여러번 문장을 가다듬어 쓰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5시간 이상 명상과 사회참여에 관한 글을 쓰다가 실수로 다 날려버렸네요.......아이구......
에궁... 5시간 이상 쓰신 글을... 안타깝네염.....^^;
저도 님처럼 글을 쉽게 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님의 안타까움이 어떨지 쩜 알 것같네요..
편한 밤 보내시고 다시 한 번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예 다시 한번 화이팅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