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인의 문예지 바구리봉(제38호)
어제 오늘 이틀동안 경상남도 일원의 잘나가는 교육농장 네 곳을 둘러 보고 왔는데 다들 열심히들 개척하고 연구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농부네텃밭도서관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많구나 싶더만요.
저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자원이 다르니 같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가진 것을 제대로 잘 활용하기만 하면 좋은 프로그램들이 얼마든지 가능할텐데 운영할 손이 부족하다보니 너무 욕심을 내어서도 안 될 일이겠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활용을 하고 다음에 누가 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무형의 자료들을 잘 정리해 두는 일들이 나에게 남은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40년이 넘도록 이어 온 농부네 텃밭도서관이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장소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마지막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
살다 보면(원본)
살다보면 인생살이
궁구라지먼 뻘따구도 몬 추리는
깔크막도 오살나게 많고
한 본 볼받다 허먼 헤나지도 못허는
허부랑도 허천나게 많은디
사방 천지가 지뢰밭 겉은 세상을
당장에 제 발목떼기 빠지는 줄 모르고
먼 산 무지개만 찾아
쎄빠지게 다리미 친다.
우선 묵기는 꽂감이 달다고
달작지근헌 맛에만 미쳐서
앞뒤도 안 개리고 겁없이 주 묵다가
난중에 머이 잘몬되서
하늘이 뱅뱅 돌 때는
도치로 제 손목떼기를 끊고 잡아도
그 때는 볼쌔 차 간 뒤에 손 들기다.
그래도 세상을 살다보먼
아무리 험헌 깔크막에서 궁구라지고
천길 엉에서 떨어져도
서로 우접해 감시롱 사는 이웃이 있으먼
살아날 구멍이 있는건디
혼차 잘나 싸서 깡총대다가
궁구라지고 처 백히먼
쌩코나 잘했다
깡총거릴 때 알아 봤다
웃기만 헐 꺼이다.
천지가 두 쪼가리가 나도
강단이 있는 사람은
살 놈은 살리고 쥑일 놈은 쥑이는디
어벙헌 사람들은
뻔히 살 수 있는 것도
서로 몬춤 살라고 쥐 뜯다가
옴싹 한 통 안에서
씨 몰살을 허고 만다.
넘 헌티 아짐찮은 일을 옹통지게 해 노먼
영락없이 경사스럽은 일이 생기고
넘 헌티 쎄가나게 해찰만 부리 노먼
영락없이 깨춤을 추는 일이 생긴다는 거는
몇 천년 전에 살던
미련허다는 사람들도 다 알았는디
상구 더 똑똑허고
상구 더 잘난 이들이 사는
시방은 왜 개득을 몬 헐까?
살다보먼
몬난 놈이 있어야 잘난 놈이 테가 나고
당장에 천지 개벽이 일어난다는디도
밤낭구 감낭구 싱구는 거이
미련텡이 겉고 바보 멍텅구리 겉애도
세상은 그 덕에 돌고 도는 거이다.
(1995년 11월)
살다 보면(해설판)
살다 보면 인생살이
낭떠러지에서 구르면 뼈도 못 추리는
벼랑도 엄청나게 많고
한번 밟았다 하면 헤어나지도 못하는
함정도 엄청나게 많은데
사방 천지가 지뢰밭 같은 세상을
당장에 제 발목 빠지는 줄 모르고
먼 산 무지개만 찾아
혀가 빠지게 달음질친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달짝지근한 맛에만 미쳐서
앞뒤도 안 가리고 겁 없이 주어 먹다가
나중에 뭣이 잘못되어서
하늘이 뱅뱅 돌 때는
도끼로 제 손목을 끊고 싶어도
그때는 이미 차 간 뒤에 손 들기다.
그래도 세상을 살다 보면
아무리 험한 비탈에서 구르고
천길 벼랑에서 떨어져도
서로 도와 가면서 사는 이웃이 있으면
살아날 구멍이 있는 것인데
혼자 잘났다고 깡충거리다가
굴러가고 쳐박으면
시원하게 잘했다
깡충거릴 때 알아봤다며
웃기만 헐 것이다.
천지가 두 쪼가리가 나도
강단이 있는 사람은
살 사람은 살리고 죽일 사람은 죽이는데
꺼벙한 사람들은
뻔히 살 수 있는 것도
서로 먼저 살려고 잡아 뜯다가
옴팍 한 통 안에서
몰살하고 만다.
남에게 고마운 일을 다부지게 해 놓으면
영락없이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고
남에게 혀가 빠지게 해로운 일만 하면
영락없이 발 뜨거운 춤을 추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몇 천 년 전에 살던
미련하다는 사람들도 다 알았는데
훨씬 더 똑똑하고
훨씬 더 잘난 이들이 사는
지금은 왜 생각을 못 할까?
살다 보면
못난 사람이 있어야 잘난 사람이 표가 나고
당장에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는데도
밤나무 감나무 심는 것이
미련한 일 같고 바보 멍텅구리 같아도
세상은 그 덕에 돌고 또 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