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월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총체적 난국은 어제까지였습니다 지난달의 주정은 모두 기화되었습니다 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어느 날엔 문득 초콜릿이 먹고 싶었습니다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을 늘리고 싶습니다 벚꽃이 되어 내 이름을 날리고 싶습니다 어느 날엔 문득 사탕이 사고 싶었습니다
4월은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한참 전에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5월엔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옵니다 근로자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고 어버이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데다 성년을 맞이하지도 않은 나는, 과연 누구입니까 나는 나의 어떤 면을 축하해줄 수 있습니까 6월은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7월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봅니다 그간 못 쓴 사족이 찬물에 용해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때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8월은 무던히도 무덥습니다 온갖 몹쓸 감정들이 땀으로 액화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살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9월엔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다 잡아도 마음만은 못 잡겠더군요
10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책은 읽지 않고 있습니다 11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만 되면 꾸역꾸역 치밀어오릅니다 어제의 밥이, 그제의 욕심이, 그끄제의 생각이라는 것이 ... 12월엔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추위가 매섭습니다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몰라보게 주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잔고가 바닥났습니다 지난 1월의 결심이 까마득합니다 다가올 새 1월은 아마 더 까말겁니다
다시 1월, 올해는 뭐든지 잘될 것만 같습니다 1년만큼 더 늙은 내가 또 한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2월에 잇을 다섯 번의 일요일을 생각하면 각하(脚下)는 행복합니다 나는 감히 작년을 승화시켰습니다 - 오은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중 -
첫댓글 월요일 아침
올려주신 글에
잠시 머물다가요.
이번한주도
좋은일만 함께하세요
몽이님.~~♡
짱이 오라방요
좋은 아침입니당
새로운 한주 월욜
건강하고 웃음이 많은
기쁜 한주되시옵셔용
3월엔 괜히 가방이 사고 싶습니다
내 이름이 적힌 물건들~~
1년 12달 중 3월에만
긍정이네요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요
친구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본격적인 유월의 시작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빕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파란 청춘이네요
그림이 님의모습일거같아요
먼저가면 빨리늘거요
부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