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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시가 최근 또 한 차례 폭락을 겪었다. 이번 폭락을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시가총액 세계 1,2위를 다투는 애플이다(이번 주가 폭락으로 시가총액은 MS > 아마존 > 구글 > 애플 순). 애플은 지난 3일(현지 시각) 하루 동안 약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시장 하락을 초래했고, IT 기술주의 추가 하락 및 스마트폰 시장의 전반적인 쇠퇴에 대한 우려 역시 증가했다. 그 이유는 애플이 당해년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중국에서의 매출 부진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은 4분기 판매량 4,689만 대로 시장 예측치인 4,750만 대를 하회했으나 평균 판매가(ASP)는 대당 793달러로 시장 예측치 750.78 달러를 상회했으며, 이로 인해 4분기 실적 자체는 시장 전망치를 소폭 상회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19년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문제였다. 시장 예측치가 930억 달러였던 데 비해 애플은 890~930억 달러를 제시하면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시장도 많으며 모두 경기 둔화 우려가 심하지만 왜 유독 ‘중국’ 에서 애플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 우선 중국인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인해 아이튠즈(iTunes) 와 iOS 기반의 애플 아이폰이 중국에서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 다른 원인은 비단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게 될 중국 중산층의 급증하는 생활비용 및 부채 문제다.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 보도록 하자.
중국 시스템 vs. 애플 시스템
기본적으로 애플 제품의 특징은 강력한 충성도를 가진 고객을 다수 확보하여, 높은 재구매율을 유도한 뒤 이를 통해 높은 마진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오직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설치하고 결제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기능하는 생태계를 구축했고, 평균 30%에 달하는 IAP(In-App-Purchase)를 챙겼다. 그러나 이것이 무력화된 나라가 딱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중국이다. 원인은 바로 중국의 국민 메신저 위챗(WeChat)이었다.
위챗과 알리페이. 중국 고유의 시장지배적 서비스(플랫폼)는 애플 시스템(아이튠즈와 iOS)을 무력화했다.
현재 중국에서 위챗의 위상은 한국 카카오톡의 그것을 넘어서서 거의 중국인들의 생활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위챗으로 메신저는 물론 영화 예매, 송금, 쇼핑, 게임, 웹툰 감상 등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문제는 위챗이 해당 기능들을 독점 제공하는 자체 앱스토어를 별도로 보유하고 애플에 땡전 한 푼 주지 않는 IAP 시스템을 굴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굳이 앱스토어를 사용할 이유가 현저히 낮았다는 뜻이다.
애플은 이에 위챗의 앱스토어 삭제를 추진했으나, 위챗이 애플 앱스토어 버전에서 메신저 기능을 제외한 다른 모든 기능을 삭제하는 강수로 맞서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중국에서의 아이폰은 사실 애플의 생태계 밖에서 따로 노는 물건이나 마찬가지였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애플의 강력한 힘이었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지속적인 재구매 비율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이었다. 그 와중에 중국은 경기 둔화가 시작되었다.
중국 도시 중산층의 위기
현재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 중 하나는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 각종 생활근접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작년 상당한 하락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작년 1-11월까지의 무연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하였고, 평균 의료비 지출은 4.5%, 계란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은 13% 상승하였다(출처: WSJ). 이는 중국 CPI의 2배에서 5배에 이르는 상승률인데, 전형적인 도시물가 폭등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의 경우 주거비용이 가처분소득의 30%에 육박하는 등 주거비용 상승 문제도 부담이다(한국의 2017년 수도권 월소득대비주택임대료 비율은 18.4%). 도시 거주 중산층 경제가 전방위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신용 문제도 겹치는데, 2018년 9월 중국 신용카드 대금의 6개월 이상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하는 등 소매 크레딧에서도 적신호가 노출되고 있다. 즉 소비 감소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차피 위챗만 있으면 상관없는 중국 모바일 플랫폼 시장으로 인해 더는 중국인들이 아이폰을 재구매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갚아야 할 빚도 있고, 생활물가는 점차 선진국 수준을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가고 있으며, 임대료도 비싼 판국에 개당 1천 달러가 훌쩍 넘는 아이폰을 구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포와 비보, 화웨이가 급성장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팀 쿡의 ‘중국 탓’ 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이유는, 아이폰이 사실 지나치게 비싼 것도 맞지만, 중국의 경제 상황이 도저히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에는 곤란할 만큼 여기저기서 위험 신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경기는 현재 상당히 문제가 많고, 이것이 많은 과정을 거쳐 애플의 이익 전망치 하향으로 나타난 것 뿐이다. 비슷한 케이스로는 자동차가 있는데, 현재 한국과 선진국 모두 공히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첫댓글 재밌습니다. 글 잘 봤어요.
위챗과 애플의 플랫폼 차이가 중국에서 애플 매출 급감의 원인일 수는 있지. 하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때려 맞추기에 불과해. 만일 플랫폼 차이 때문에 애플의 중국 매출이 급감했다면 왜 그동안 계속 중국 매출이 급증해오다가 지금에 와서 갑자기급감하느냐 하는 것이지.
작년에 애플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전체로 아이폰을 7천만개 가량 팔았지. 그런데 중국 도시 인구는 이미 8억명이 넘고 있어. 중국 중산층이라면 적어도 도시에서 주택 1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3억명은 넘지. 중국이 물가가 오르고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이들이 애플 아이폰이 비싸다며 갑자기 사지 않는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어.
중국 중산층은 자동차든 보석이든 화장품이든 의류든 뭐든 전 세계 모든 명품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계층이야. 중국 중산층은 세계 최대 명품 수요층이야. 그만큼 소비 과시욕과 브랜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계층이지. 재산과 소득이 늘어난 만큼 자기를 포장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지. 일본도 그랬고 한국도 그랬거든.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아이폰이 비싸졌다며 또는 생활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몇백 달러밖에 안하는 아이폰을 안 사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말이야. 한번 생각해보라구.
2011년 일본과 센카구열도(중국명 다오이다오) 영유권 분쟁 때도 그랬고, 2017년 한국과 사드배치 때도 그랬듯이, 2018년에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미국 제품에 대한 무언의 불매운동이야. 이 불매운동은 중국 중산층의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 사회와 인민들에게 가해지는 무언의 애국적 압력에 의한 것이지. 중국 사회 전체에 퍼진 애국주의적 행동을 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무언의 압력 때문이라는 거야. 중국 사람들은 홍위병 시절부터 이러한 무언의 압력에 오랫동안 익숙해 있지.
이러한 무언의 압력은 위챗 플랫폼 문제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애플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거야. 그게 문제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