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고 적힌 피켓 앞에서 춤을 추는 도라에몽.
이 도라에몽 탈을 쓴 사람은 세월호 희생자의 엄마, 아빠들이야.
'세월호 변호사'라고 불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국회로 보내기 위해 인형탈을 썼지.
박 당선자는 10년 가까이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세월호 참사 후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아온 사람이야.
세월호의 엄마, 아빠들이 인형 탈을 쓰고, 선거 운동을 한 사실은 선거 후에 공개됐어.
혹여 표를 잃을까,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대.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사실이 숨겨야 하는 일이라니... 이 대목이 가장 가슴 아팠어.
박 당선자는 낙선할 경우 세월호의 운동 에너지가 꺾을지 모른다면서 출마를 고민했대.
그때 세월호의 부모님들이 그렇게 말했대. “괜찮다. 우리는 맨날 지는 사람들인데….”
‘맨날 지는 사람들’이 도라에몽이 되어 흘린 것은 땀이었을까, 눈물이었을까.
인형 탈을 쓴 세월호 희생자 영석이 아버지는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온몸이 땀에 젖도록 길거리에 서서 춤을 췄어.
같은 시각 상대 후보는 지역 당원들에게 '세월호 점령군에게 은평을 맡길 수 없다'는 문제메시지를 돌렸지.
박 후보의 당선이 세월호가 종북이고 좌파라는 주장은 돈 받고 시위한 혐의를 받는 목소리 큰 소수의 주장일 뿐,
침묵하는 바닥민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늘 한국일보에 실린 '도라에몽은 울지 않는다'라는 칼럼을 읽고
모두와 이 사연을 공유하고 싶어서야. 위에 쓴 글의 일부는 이 칼럼에서 인용했어.
http://www.hankookilbo.com/v/8afae296166f4417b9ded574e7cb2904
이 칼럼을 쓴 박선영 기자는 칼럼에서 이런 말을 해.
"세월호 이후, 나는 이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이 나라가 솔직히 너무 두렵다. ‘어떻게 그런 일이…’가 범상하게 일어나는 곳. 대기업 마트가 만들어 판 가습기 살균제로 200명 넘는 아이와 어른이 목숨을 잃어도 벌 받는 자가 없다.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자가 또 다시 금배지를 달고 여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선다. 새끼를 지켜주는 것이 존재의 사명인 엄마에게 이곳은 도무지 생존 가능한 서식지가 아니다. (...) 희망의 나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세월호를 향해 뱃머리를 돌리는 것. 세월호가 우리의 가난과 곤궁을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를 거치지 않고는 국가와 나의 신뢰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 진실이 이길 수도 있다는 경험, 1㎜의 희망이라도 흩날리지 않고 모아지는 기적. 그것이 가능한 최적의 장소가 세월호다. 도라에몽은 그저 울고 있지 않았다. 희망이라는 더럽혀진 단어는 춤추는 도라에몽 덕분에 마침내 구원됐다. 이제는 우리가 도라에몽에게 답할 차례다. 20대 국회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부터 처리하라."
나는 오늘 내가 한장의 사진으로 전하고자 했던 이 이야기가 정치적인 말로 전달되지 않길 바라.
박주민 당선자 선거 캠프의 최일곤 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세월호 가족의 운동 참여 이야기로 마무리 할까 해.
https://www.facebook.com/ilgon.choi.5/posts/1105048136212151?fref=nf&pnref=story.unseen-section
“주변에서는 세월호 이야기는 선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니 하지 말라고들 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아픈 현실이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매일 조용히 캠프에 나와 묵묵히 일하는 유가족들을 볼 때였다. 유가족들은 자신들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묵묵히 주어진 일만을 하며 지냈다. 영석이 엄마는 아침 일찍 나와 밀걸레 질을 하며 청소를 했다. 그리고는 전화기 앞에 앉아 전화를 걸어 하루종일 박주민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석이 아버지는 투표독려 운동을 하기 위해 아침부터 길거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또 해가 질 때까지 인형탈을 쓰고 온몸이 땀에 젖도록 춤을 췄다. 그들은 그렇게 고된 하루를 보내고 말없이 근처 모텔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다시 나왔다. 박주민은 자신을 위해 인형탈을 쓰고 춤을 추는 영석이 아버지를 보면서 가슴 아파했다. 2년 전 4월 16일 이후, 춤을 출만큼 즐거운 일이라곤 없었던 영석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것도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것이 그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첫댓글 마음이너무아퍼ㅜㅜㅠ
아 슬퍼ㅠㅠ
맨날 지는 사람들이라니... ㅠㅠ
아 진짜 너무 슬프다ㅜ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맘찢이다ㅠㅠㅠㅠㅠ 리본을 처음으로 뗄 때 심정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 아프다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진짜 꼭 사실이 밝혀지고 벌 받아야할 사람은 벌 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