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는 나와 함께 살았다.
가끔은 혼자여서 좋았고 가끔은 혼자여서 외로웠다.
가끔은 누구와 함께해서 좋았고 가끔은 함께여서 더 외로웠다.
사랑은 언제나 행복만큼 근심도 주었다.
그러니 지금 너, 뭐하려는거니
잘 하는거니?
"영수씨"
"네"
"저도 해보고 싶은게 생겼어요"
"뭔데요?"
"결혼이요"
"저랑 결혼하실래요?"
"....네?"
내가 상상했던 청혼의 장면이란 이런건 아니었다.
자고로, 이런 것이었다.
"아...!"
"그러니까 뭐..당장에 하자는건 아니구요...
나중에 언제..나중에, 시간 봐서..나중에..."
"아니, 저..."
"네"
"은수씨"
"저한테 시간을 좀 주실래요?"
"....네"
이 모든것이 낯설고 우스꽝스러워지는 한편 뭔가가 또한 몹시도 유쾌하기만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하였으므로.
"가요, 이제"
오늘은 왠지 내가 조금 멋지다.
"멋지긴..."
"아, 싫으면 싫다고 할것이지!! 사람을 말이야 아주...!
아니, 누가 뭐래?!"
"어우, 구차해...어우, 구차해"
묵묵부답. 사흘째
안그럴려고 하는데도 자꾸만 쪼그라지는 마음.
"이런집을 다 어떻게 알았대?"
"맛있지? 많이 드세요"
"엄마 밥 먹는것같다"
"엄마 밥?"
"그래. 우리 엄마 밥. 니 엄마는 음식 못해도 우리엄마는 음식 잘했다?"
"엄마. 어때?"
"뭐가?"
"그냥, 요즘. 어떠시냐구"
"좋아~"
"막내야"
"응?"
"그 사람, 한번 안데리고 와?"
"아직..."
"다음에, 다음에"
"마음에 맞는 사람 만나야 돼"
"알어~"
"그런 사람이야?"
"그럼~"
"많이 먹어, 엄마"
"차도 한 잔 안주냐?"
"야~ 너무하네~"
"누구 때문에 부러진 다린데~ 들여다 보지도 않고~ 차도 한 잔 안주고~"
"가아!!"
"재인아"
"그러지마~ 친구잖아"
"니 친구는 온수지!"
"은수, 좋지"
"은수는 이쁘지"
"치, 거봐! 온수랑 잘먹고 잘 살아!"
"하재인은 귀엽고"
"남유희는 멋지지"
"치- 그래도 내거가 제일 후지네!"
"후지긴! 하재인양이 좀 귀엽나?"
"아니, 사람이 엔간히 귀여워야지. 너무하잖아. 완전 귀여우니까"
"으씨!!! 아으씨!!"
"은수씨. 은수씨는 예쁜 사람이잖아요. 밝은 사람이고 또 건강한 사람이잖아요.
근데 전 예쁘지도 건강하지도 않은 사람이에요"
"은수씨와 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내 그렇게...생각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생각했는데도...그런데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나는 은수씨가 좋으니까. 너무 많이 좋으니까.
늘 함께 하고 싶으니까"
"만약에 내가 정말로 그래도 된다면..."
"..결혼하고 싶어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결혼준비는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잡동사니, 웨딩 플래너에게 일임!
쉬워도 쉬워도 너무 쉬웠다.
한가지만 빼고
상견례
상견례를 마치고 기억에 남는 두가지
"어디 김씬가?"
이토록 쌩뚱맞았던 아빠의 첫 질문과
"아, 예. 김해 김가입니다"
"난 딴거 없어요. 우리 아이의 마음을 좀 보살펴 줬으면 좋겠어요"
마음 저렸던 엄마의 당부
그리고 오늘은 결혼 날짜 받으러 가는 날
"예, 저에요"
"예. 저 지금 출발해요"
"아, 벌써요? 그럼 저도 지금 빨리 나갈게요!"
"예. 그럼 도산공원에서 봐요"
"은수씨"
"갑자기 일이 생겼나봐.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진짜 재밌겠다! 울엄마가 그러는데 완전 족집게래!"
"생일은 받아온거지?"
"아! 근데 이거 양력인지 음력인지 몰라.."
"전화하면 되지 뭐~"
"그래? 그럼 나 먼저 들어간다?
너 천천히 전화하고 와~"
"얼른요! 얼른 좀 봐주세요! 거기 여자랑 남자랑 궁합!"
"아, 빨리요!!"
"여자랑 남자랑 생일이 똑같네?"
"네! 시간만 달라요! 두시간 반차이!"
"빨리요, 빨리!!"
"아가씨거야?"
"에?"
"아녀아녀..."
"그냥..아는 친구가 봐달래서..."
"좀 빨리요!!!"
"영수씨. 생일이요, 음력이에요, 양력이에요?"
"아, 생일이요?"
"양력이에요"
"남자가 좀 게을러! 맘은 좋아. 느긋하고 부모랑 사이가 안좋구만. 그리고.."
"여자는 철딱서니가 좀 없네?"
"잘하면 늦게 철이 좀 나긴 하겠고"
"궁합은 70점 정도 나겠다"
"70점이면..괜찮은건가.."
"해도는 된다는거지, 그정돈"
"오오오!!! 쪽집게! 쪽찝게!!!!"
"쉿!"
"내가 너를 놀라게 했냐?"
"아니요"
"아가씬 착하면서도 못됬고 물렁하면서도 냉정하네"
"아가씬 매사에 좀 저질러도 돼. 그래도 안넘쳐"
"맞아요, 맞아!!"
"아가씬 안돼. 넘쳐"
"이 남자랑 결혼..을 하신다고?"
"예"
"이런 사람은 지붕 아래 살 팔자가 아닌데.."
"사람 사이에 살 팔자가 아닌데?"
"외모는 사내답지? 거기에 반했어?"
"아닌데..? 곱상하게 생겼는데.."
"곱상하긴. 떡대도 좋고 털도 많고 범상이지, 범상. 호랑이상"
"화나면 지 새끼도 냅다 던져"
"아닌데..."
"뭐야~ 돌팔이네, 돌팔이!"
"너는 날짜를 뭐하러 받어!"
"내가 너에게 무엇을 빼앗으려 온거냐?"
"꼬맹아. 지금 여기에 꽃이 얼마나 피어있을거 같으냐?"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꽃을 피었다가 지고 눈은 내렸다가 녹는다.
그렇게 살아라"
"형.."
"가서 살아. 그래도 마음이 괴로우면 너무 행복하진 말아라.
너무 불행하지도 말고. 그것도 못하겠냐?"
"그럼 내가...내가 날 주마"
"내가 너에게 무엇을 빼앗으러 온거냐고 물었다"
"태경아,
이젠 나를 돌려다오"
첫댓글 이게 뭐여....
아 잘보구 있어요!
올려줘서 고마워요!!
너무너무너무 재밌다ㅠㅠㅠㅠㅠㅠ최강희도 너무 예뿌고
재밌다ㅜㅜㅜㅜ 난 책 영수보다 드라마ㅜ영수가 더 좋아..